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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나지 않는다" "잘 모르겠다" "보고받은 적 없다"

 

11일 오후 2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4부 423호 법정 안. 검찰이 제시한 주가조작 증거 앞에서 존 그레이켄 론스타 회장의 대답에는 곤혹스러움이 묻어났다. 검찰의 심문에 대답하면서 여러 차례 뜸을 들이기도 하고, 질문을 다시 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검찰은 론스타 관계자들이 주가조작을 논의한 내용이 담긴 문건을 내밀었다. 그레이켄 회장은 "터무니 없다, 하급직원의 메모일 뿐"이라고 짤막하게 답했다. 검찰의 추궁은 계속됐지만 그레이켄 회장은 "잘 모르겠다"며 여러 차례 대답을 회피했다. 재판장으로부터 "직접적인 대답을 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받았다.

 

이날 오전과 오후 변호인과 검찰의 심문이 4시간 넘게 이뤄지는 동안 그레이켄 회장은 지친 듯 힘없는 목소리로 심문에 응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불법 행위를 저지르지 않았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법정에는 많은 취재진이 몰렸다. 통로까지 가득 차 법원경비관리대 직원들은 법정 안으로 들어가려는 취재진의 출입을 제한하기도 했다. 그레이켄 회장이 법정을 빠져나갈 때 많은 카메라 기자들이 뒤엉켜 눈길에 미끄러지고 카메라를 떨어뜨리기도 했다.  

 

그레이켄 회장, 검찰 주가조작 증거에 "잘 모르겠다"

 

그레이켄 회장은 이날 유회원 론스타코리아 대표의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의 증인으로 나왔다.

 

이날 심리의 쟁점은 외환은행이 외환카드와 합병할 때 감자설을 퍼트려 외환카드의 주가을 낮추려고 했는지의 여부였다. 이에 대해 그레이켄 회장은 "불법행위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엘리트 쇼트 부회장으로부터 2003년 11월 20일 외환은행 이사회 때 감자를 통해 합병을 추진한다는 결의를 했다는 보고를 받았다.

 

이를 승인했고, 21일 이를 언론에 발표했다. 하지만 25~26일쯤 갑자기 감자가 어렵다는 보고를 받고, 합병 이사회에서 감자없는 합병을 지지하도록 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그레이켄 회장에게 론스타가 주가조작에 개입했다는 내용의 증언과 증거를 들이댔다.

 

검찰은 "'19일 조선호텔 커피숍에서 열린 재정, 법률자문사와의 미팅에서 론스타 관계자가 지금은 주식이 비싸다, 감자를 시장에 언급하자고 했다'고 당시 미팅에 참석한 시티그룹 직원들이 증언했다"며 그레이켄 회장을 압박했다.

 

그레이켄 회장은 이에 대해 "모른다"고 밝혔다. 이어 '감자를 발표하면 주가가 하락한다는 일반적인 상식을 알고 있느냐'는 검찰의 질문에도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이어 "주가등락을 잘 알면 모두 부자가 되겠다"며 짐짓 여유를 부리기도 했다.

 

"외환카드 합병하는 데 금감원 압력이 있었다"

 

검찰이 다시 11월 초 론스타 관계자와 시티그룹 직원들이 '감자설로 외환카드 주가를 떨어뜨리자'고 논의한 자료를 그레이켄 회장에게 보였다.

 

이를 살펴보던 그레이켄 회장은 "하급 직원의 메모"라며 자료의 의미를 축소했다. 그는 이어 "터무니 없는 것"이라며 "론스타의 의도를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고 답했다.

 

검찰의 추궁은 계속됐다. 검찰은 "증인이 감자가 어렵다는 보고를 받았다는 26일 이전인 24일에 이미 론스타 관계자가 시티그룹과 법률자문인 김앤장에 '감자에 하자가 있다'고 얘기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그레이켄 회장은 "당시엔 몰랐다"고 답했다.

 

검찰이 다시 "당신이나 부회장의 지시 없이 '감자에 하자가 있다'고 결정할 수 있느냐"고 묻자 그레이켄 회장은 "그럴 수 없다"며 "자신의 의견 정도만 피력한 것"이라고 답했다.

 

그레이켄 회장은 "외환카드를 합병하는 데 금감원의 압력이 있었다"며 "합병에 들인 돈은 손해였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외환카드 합병 과정에서 어떠한 이득도 없었고, 오히려 우리가 피해자"라며 "범죄 행위가 있었다면 전 세계에서 투자하고 있는 사업도 위협을 받았을 것"이라고 결백을 주장했다.

 

"검찰 수사에 최대한 협조하겠다"

 

오후 4시 30분, 변호인과 검찰의 심문을 마치고 법정을 나서는 그레이켄 회장의 얼굴에는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취재진의 질문에 최대한 말을 아꼈다. 계속해서 취재진이 따라붙자 그는 "검찰 수사에 최대한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검찰이 출국 금지를 할 필요는 없었다"며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한편, 검찰은 다음주 초 그레이켄 회장을 불러 강도높은 수사를 할 예정이다.


태그:#론스타, #존 그레이켄, #외환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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