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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아! 신난다" 눈싸움으로 신난 아이들
ⓒ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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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겨울은 겨울다워야 한다. 그런데 지난해 12월도 유례없이 따뜻하기만 했었다. 새해 들어서도 한동안 겨울답지 않은 날씨가 계속되었다. 너무 포근한 날씨에 눈도 내리지 않았다. 겨울의 실종이었다. 그러던 날씨가 변하여 어젯밤부터 내리기 시작한 눈이 낮까지 계속되었다.

 

뒷동산 나목들이 앙상한 산자락에도, 산동네 기와지붕에도 눈이 펑펑 쏟아졌다. 창밖으로 내다보이는 풍경이 쏟아지는 눈 때문에 희부옇다. 소담스런 함박눈이 흩날리는 풍경이야말로 겨울다운 모습이다. 산동네 기와지붕이 하얀색으로 변했다.
 


아파트 마당으로 나서자 경비원 한 명이 나와 눈을 치운다. 그러나 계속 쏟아지는 눈발 때문에 금방 다시 하얗게 뒤덮이고 만다. 그래도 어른들은 열심히 눈을 치운다. “허허허! 눈 내리는 모습을 보니 올해도 풍년이 들겠구먼.” 80여세로 보이는 노인이 눈길을 조심조심 걷다가 기분이 좋은지 하늘을 보며 너털웃음을 웃는다.

 

아파트 안 도로에서는 동네 개구쟁이들 몇이 눈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야아! 신난다.” “야! 받아라!” 아이 하나가 주먹만큼이나 크게 뭉친 눈을 던졌지만 빗나간다. 다른 아이는 그냥 눈을 집어서 뿌린다. 아이들에게는 하얀 눈이 수북하게 쌓인 아파트 도로가 그냥 신나는 놀이터다. 쫓고 쫓기고, 눈을 뭉쳐 던지는 모습이 마냥 즐겁기만 한 표정이다.

 

아파트 도로는 방금 지나간 자동차의 바퀴자국이 선명하다. 소나무와 담장 위에도 소복소복 눈이 쌓였다. 주차장에 세워놓은 자동차는 아예 하얀 눈으로 뒤덮여 있는 모습이다. 어린이 놀이터도, 장난감처럼 작은 정자의 지붕도 하얀색이다. 세상이 온통 하얀 색으로 변하고 있었다.

 


 


모처럼 쏟아지는 눈을 맞으며 산책을 하고 돌아왔다. 경비원이 눈을 치우던 자리는 다시 하얗게 눈이 덮여 있었다. 그 사이 개구쟁이들은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는다. 도로 끝부분 주차장에 이르자 낯선 모습 하나가 나타난다. 눈사람이었다.

 

그런데 눈사람이 아주 유별난 모습이다. 둥그렇게 뭉쳐놓은 눈덩이 뒤에 서있는 눈사람은 눈을 뒤집어 쓴 주차안내용 플라스틱 모형이었다. 그 주차안내판에 눈사람의 얼굴을 그려 놓은 것이다. 어떤 개구쟁이의 작품일까? 정말 깜찍하고 기발한 착상이다.

 

눈사람을 자세히 살펴보세요? 혹시 어디서 이런 눈사람 보신 적 있으신가요?


태그:#이승철, #눈사람, #눈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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