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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채권추심기관이 발송한 추심서류.
한 채권추심기관이 발송한 추심서류. ⓒ 최용호
신용불량자(이하 신불자) 사면정책 실행을 놓고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이하 인수위)가 갈팡질팡하고 있는 사이 신불자들이 신용정보회사 등 추심위임기관의 채권추심압박을 받고 있다.

2004년 신용불량자가 됐다는 ㅁ 아무개(39)씨는 “17대 대선 막바지에 이명박 후보 측에서 내놓은 신불자 사면공약에 혹시나 하는 기대를 갖고 투표했지만 사면은 고사하고 채권추심기관에서 보내는 채무이행 독촉 우편물만 갑자기 늘어났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신용회복과 파산면책을 주 업무로 하고 있다는 한 법무 대리인은 “불법, 과잉추심을 금지하는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제26조 2항 등의 법률에 의해 그동안 신용불량자들에 대한 채권추심이 잠시 주춤했는데, 인수위가 신불자 사면정책을 놓고 우왕좌왕하자 신용정보회사 등 추심업체들이 자극을 받아 채권을 날릴 것을 염려해 집중적인 채권추심에 나서게 된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신용불량자들은 다중채무자 등을 관리하는 한국자산관리공사의 추심위임 기관들의 불법, 과잉 추심행위로 인해 엄청난 심리적 압박에 시달려왔다.

대통합민주신당 김태년 의원(국회 정무위원회 소속)이 금감위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채권추심을 하는 신용정보회사들이 가족 및 지인에게 채무사실을 알리겠다고 언급하거나 전화독촉이나 방문을 하는 등의 불법 부당 채권추심행위가 2007년 현재 203건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의원은 “금감위뿐 아니라 소비자원과 자산관리공사의 불법, 과잉 채권추심행위에 대한 민원이 상당하다"고 지적하며 "공사의 신용회복지원제도가 경제 회생을 목적으로 하는 것임에도 사채업자 못지않은 횡포를 저지르고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한 신용불량자가 최근 우편물로 받았다는 채권추심서류에는 굵은 글씨로 “만일 채무자인 귀하가 집을 비우고 없을 때에는 민사소송법 제496조에 의하여 잠근 문을 열고 성년자 2명이나 동 직원 또는 경찰관을 입회시키고 유체동산 강제경매 및 압류절차를 진행하겠으며, 거주지 주민등록상 채무자로 공시해 사회적으로 절대적인 불이익을 당하도록 만들겠다”는 등의 다분히 채무자를 심각하게 압박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이밖에도 여타 집행과정에 불응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등 형사처벌, 급여생활자 급여 및 퇴직금을 가압류하고 추심하되 소속회사대표를 제3채무자로 하는 재판청구, 전월세 보유자 임차보증금 가압류를 위해 집주인에게 계약관계 내용증명확인 등의 조치를 강행하겠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행위는 채권추심업체 입장에서는 당연한 추심행위일 수 있으나 집주인이나 친족, 주변인과 소속회사 대표에게 신용상태를 알리겠다는 식의 추심방법은 가뜩이나 개인경제파탄으로 실의에 빠져있는 신불자들에게는 엄청난 정신적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여신전문금융업법 감독규정상 금지되는 채권추심 유형에는 “채무자가 결제능력증빙서류 등을 위조 또는 허위로 제출하여 신용카드업자를 적극적으로 기망하지 아니하였음에도 사기죄로 고소하겠다고 위협하거나 고소하는 행위 혹은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채권을 추심하여 채무자 또는 그의 관계인의 사생활 또는 업무의 평온을 해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노무현 정권 초기에 발생한 카드대란 이후 신불자들의 자살이 해마다 줄을 잇고 있는 가운데 서민경제를 살리겠다던 이명박 당선인 측의 공약은 신불자들에게 한줄기 빛과 같은 삶의 돌파구였지만 당선된 직후 흐지부지되자 이들은 절망하고 있다.

한 신용불량자는 “신불자들의 몰표를 받아 당선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이명박 당선인은 자신이 공언한 신불자 사면 정책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 확정된 대책을 내놓아야 하며, 카드대란 이후 어쩔 수 없이 신불자로 전락한 700만이 넘는 국민들에 대해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며 “IMF직후 수백조의 공적자금을 쏟아 부어 부도난 대기업들을 되살렸던 것을 기억하면 서민들에게도 마지막 한 번의 기회는 허락돼야 마땅하고, 더 이상 도덕적 해이 운운하며 사면정책에 제동을 거는 것은 어불성설이다”고 주장했다.


#신용불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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