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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인옥

 

겨울을 나는 나무들의 모습을 유심히 바라보다 보면 각양각색으로 서 있는 나무들을 만날 수 있다. 등산을 하다 보면 목숨 걸고 산 정상을 오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나처럼 산책하듯 주변을 살피며 천천히 마음에 담고 머리에 이고 가슴으로 느끼며 가는 사람들도 있다.

 

왠지 겨울나무를 바라보면 서글픔이 밀려온다. 다 키운 자식들을 도시로 보내고 홀로 사는 어르신들의 모습 같이 쓸쓸해 보이기 때문이다. 산길에 우뚝 선 나무들을 바라보며 잠시 생각에 잠겨본다. 가진 것 다 내어주고 고향을 지키는 사람들처럼 서 있는 나무들, 그러나 다시 찾아올 자식 같은 새봄을 기다리기에 그리 슬프지는 않으리라.

 

 

그렇게 사색을 하며 천천히 산을 오르는데 특이한 나무가 눈에 띈다. 보통의 나무와 색이 다른 나무가 하얀 옷을 입고 서 있었다. 눈이 쌓여서 하얗게 보이는 건 아닌지 조심조심 가까이 다가갔다. 눈이라고 보기에는 그렇게 한 곳만 집중적으로 쌓이진 않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무 중간 부분만 하얗게 변해 있고 나머지 부분은 보통 나무 색과 같다. 그 모습을 사진에 담고 다시 산길을 천천히 올라갔다. 그렇게 조금 더 올라가자 이번에는 다른 색의 나무가 또 보인다. 갑자기 재미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다른 것은 보이지 않고 나무의 특이한 색깔에만 온통 신경이 쓰인다. 관심이 그곳에만 집중되다 보니 역시 그런 나무들만 찾아서 사진을 찍게 된다. 이런 집중력과 관심을 진작 보였더라면 지금쯤 특이하고 재미있는 자연의 모습을 많이 만났을텐데... 주말마다 들로 산으로 자연을 벗 삼아 누비고 다니기에 아쉬움이 남는다.

 

충남 연기군 동면 용호리에 있는 노적산에서 만난 색다른 나무들, 저마다의 패션을 자랑이라도 하려는 듯 흰색, 푸른색, 갈색, 노란색 등 서로 다른  옷을 입고 서 있다. 그 모습이 마치 겨울 숲에서 나무들이 패션쇼를 열고 있는 모습처럼 보인다. 우중충한 날씨에 겨울 산에서 만난 나무들의 패션은 추운 겨울을 이겨내는 그들만의 비법인지도 모른다.

 

 

저마다 삶을 산다는 것, 어쩌면 저 겨울나무들처럼 자신만의 독특한 모습으로 자연과 사람과 일에 어울려 개성을 갖고 살아가는 것은 아닌지. 춥다고, 아프다고, 늙었다고, 가난하다고, 고달프다고 해서 찡그리거나 화내고 슬퍼하지만 말고, 다시 올 희망찬 새 봄을 기다리는 겨울나무처럼 꿈과 희망을 갖고 살아야겠다.

 

푸른 옷으로 갈아입고, 당당하게 서 있을 아름다운 날들을 만나기 위해 묵묵히 기다리는 겨울나무들, 그들의 오늘이 있기에 내일은 또 다시 희망처럼 찬란한 해가 떠오르리라.


태그:#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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