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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이천의 ‘코리아2000’ 냉동창고 공사장 화재로 희생된 분들의 명복을 빕니다.

이번 화재는 인명피해(사망 40명)규모로 화재통계사상 8번째로 큰 화재사고로 기록되게 되었다. 참고로 인명피해 규모가 가장 컸던 화재는 대구지하철 중앙로역 화재로 사망 192명이었다.

더욱이 화재 피해 당사자가 외국인 근로자, 일용직 노동자가 대부분이었다는 점에서 더욱 더 가슴 아프다.

특히 공사장의 경우 화재에 매우 취약하다. 서울의 경우에도 대형건물 공사장에서 아찔했던 대형화재 사고가 일어났던 적이 있었다. 2007년 3월 17일 구로구 신도림동 ‘미래사랑 시티’주상복합건물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나 1명이 사망하고 60명이 부상당하는 화재사고가 발생했으며, 또한 2006년 9월 1일에는 종로구 인의동 효성쥬얼리 시티 주상복합건물 신축 공사장에서 화재가 발생하여 3명이 연기에 질식해서 부상당하고, 작업장인부 87명이 옥상으로 대피, 고립되어 있다가 소방 헬기로 구조되기도 했다.

이들 두 곳의 주상복합 건물의 경우 모두 건물의 완공을 앞두고 마무리 공사중에 화재가 발생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건물의 층수가 11층 이상이면 소방기본법이 규정한 고층건물에 해당되고 또한 요즘 건축되는 건물의 경우 면적규모도 커서 공사기간 내에는 많은 근로자들이 일시에 투입되어 작업을 벌인다.

특히 건축물의 마무리 공사는 실내장식, 도료작업, 보온 단열재인 압축 스티로폼 시공 등으로 주변에는 점화원만 제공 된다면 쉽게 불이 붙을 수 있는 물질들이 상대적으로 많다. 여기에 각종배관작업을 위한 용접작업을 동시에 진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용접불티가 가연성 물질에 튀게 되고, 지속적인 열 축적이 일어나게 되고, 화재로 이어지게 된다.

참고로 용접작업 중에 발생하는 용접아크 불티의 경우 순간 온도가 3700도에 달하고, 이 불티가 어떤 장소에 떨어지느냐에 따라 불이 일어날 확률도 달라진다. 예를 들면 보온단열재인 압축 스티로폼에 용접작업 불티가 떨어졌을 경우 금방 불이 붙을 수 있으며, 다행히 맨바닥에 떨어지면 그 순간 금방 열이 식어 불이 날 위험이 그만큼 줄어들게 될 것이다.

그러나 밀폐된 공간에 지속적으로 떨어지게 되면 열 축적이 높아지기 때문에 가연성물질이 없더라도 화재로 발전할 개연성이 매우 높아진다. 이번에 불이 난 경기도 이천의 코리아2000 냉동창고 공사장의 경우 지하층인 데다가, 냉동창고의 단열을 위해 우레탄 폼을 시공했으며, 주변에서 3번의 폭발음을 들었다고 증언하고 있어 작업장 내부에 가연성가스로 가득 차 있던 상태에서 어떠한 점화원이 순간적으로 발생하여 폭발적인 착화가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

우레탄 폼의 경우 휘발성 용제를 발포제로 섞어서 사용한다. 사고가 난 코리아2000 냉동창고는 지하층이었기 때문에 휘발성 가스가 쉽게 대기 중으로 증발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화재 당일 경기도 이천 지역을 포함한 우리나라 대부분 지역이 짙은 안개로 저기압 하에 있었기 때문에 더더욱 내부에 체류해 있던 가연성 가스가 외부로 빠져나가기 더더욱 힘들었을 것이다.

당일 작업에 나섰던 인부들도 아마도 지하층 내부에서 이상한 냄새를 맡았을 것이다. 최근에는 산소용접보다 간편한 가스용접을 주로 사용한다. 가스용접에는 엘피지를 주원료로 사용하게 된다. 엘피지 가스의 경우 원래 냄새가 없지만 제조과정에서 썩은 양파 냄새와 같은 탈취제를 섞는다.

혹시 모를 가스 누출로 인한 사고를 사람의 후각으로 예방하기 위한 조치이다. 그런데 이런 냄새쯤은 간과했거나, 얼마 지나지 않아 후각이 무뎌지는 바람에 아무 생각 없이 작업을 계속 했을 것이다.

특히 지하층에서 발생한 화재의 경우 화재를 진압하는 소방관들에게도 매우 두려운 대상이다. 지하층에서 불이 날 경우 일단 공간 내에 남아 있는 사람들은 비상출구를 찾기가 쉽지 않다. 불이 나면 암흑이 되고, 앞뒤 분간하기조차 힘들어 진다. 거리와 위치감각이 무뎌진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유독성연기가 쉽게 외부로 배출되지 않는다.

화재현장에서 발생하는 사망자의 경우 대부분 연기질식에 의해 숨진다. 실내 장식물이 대부분 유독성 가스를 다량으로 배출하는 화학물질로 구성되어있다. 연기는 보통 불완전 연소 때문에 발생한다. 도시가스나, 엘피지와 같은 경우에는 완전연소 되기 때문에 연기가 나지 않는다.

인체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 독성연기는 대표적으로 일산화탄소, 이산화탄소, 유화수소, 아황산가스, 암모니아, 시안화수소, 염화수소, 아크로레인, 포스겐 등 그 종류도 다양하다. 나무나 종이류가 탈 때 발생하는 아크로레인이나 PVC가 탈 때 발생되는 염화수소의 경우 맹독성이어서 한두 번의 호흡으로도 인체에 치명적인 피해를 입힌다.

공사장이 화재에 취약한 이유는 정돈되지 않은 작업환경, 일당 근로자들의 고용, 공사감독자의 부재 내지는 작업지시와 통제의 비효율성, 의사소통의 부자연성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한다.

취약한 조건에 비해서 공사가 진행 중인 건물은 소방서에서 관리하는 특정소방대상물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소방안전관리의 사각지대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소방관서에서 그냥 방치하는 것은 아니다. 대형공사장의 경우 관할 소방서에서는 공사 관리감독자들을 별도로 소집하여 화재예방은 물론 각종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교육도 실시하기도 한다. 공사장 자체에서도 안전관리자를 지정하는 등 사고예방을 위한 노력을 기울인다.

공사장 화재예방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작업에 임하는 근로자 스스로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갖고 작업환경 중에 불안전하거나, 불합리한 작업여건을 적극적으로 개선시켜 나가고자 하는 의지가 필요하다고 하겠다. 대형화재사고 후에는 사후약방문식 문제제기가 뒤따른다. 이러한 사고 후에도 스스로 교훈을 얻지 못한다면 앞으로도 이러한 참담한 사고가 일어나지 않으리란 보장은 없다.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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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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