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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주쑤어 새끼줄로 엮어 말리는 과정
메주쑤어 새끼줄로 엮어 말리는 과정 ⓒ 안부섭

손수 정성들여 만든 물건이나 음식은 애착이 가게 마련이다. 필자는 그 중에서도 된장에 애착을 갖게 되었다. 된장이 신주단지라도 되는양 된장 항아리를 들여다 보며 '된장아, 너는 비록 못 생겼더도 나는 네가 예쁘단다'라고 혼잣말을 하며 된장 항아리를 윤이 나게 닦을 때가 있다. 그런데 이렇게 애지중지 하는 된장을 보내 달라는 친구의 전화를 받았다.

화천으로 귀농한 지 3년 되었는데 남편은 완전 귀농인이고 필자는 반 귀농인이다. 귀농생활은 경제적인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다. 그래서 우선으로 생각해야 하는 게 생산적인 것을 창출해 내는 게 관건이다.

필자는 아직 춘천에서 직장생활을 하면서 귀농에서 해결되지 못하는 경제적인 문제를 다소나마 해결하고 있다. 된장이야기에서 조금 빗겨난 이야기를 하게 되었지만 된장이 만들어진 과정을 설명하려다 보니 귀농 이야기까지 덧붙이게 된다.

 작년12월에 쑨 메주가 모자랄것 같아서 5일전에 메주 다섯 덩어리를 더 만들었다.메주도 이젠 색깔이 다양하다
작년12월에 쑨 메주가 모자랄것 같아서 5일전에 메주 다섯 덩어리를 더 만들었다.메주도 이젠 색깔이 다양하다 ⓒ 안부섭

필자의 남편은 쉰 살이 넘어서 처음으로 농사를 지어보게 되었다. 처음해보는 농사이지만 2006년도엔 서리태콩을 150㎏ 정도 수확을 해서 결실을 얻었다. 그러나 일년 내내 노력한 결과로 얻어지는 값은 너무나 미미했다. 그래도 우리는 처음으로 얻은 결실에 기뻐했다. 콩의 반은 판매를 하고 반은 메주를 쑤어서 된장을 담그고 간장도 담그게 되었다.

 오른쪽 뒷줄에 있는 항아리가 된장독이다
오른쪽 뒷줄에 있는 항아리가 된장독이다 ⓒ 안부섭

손수 농사지어 얻은 콩으로 된장을 담갔으니 애착이 더 가는 것 같다. 그런데 이 된장을 시집 보내는 날이 온 것이다.

"친구야,작년 여름 너희집에 놀러 갔을 때 얻어온 된장 아직도 많이 남아있니?"라고 서울 강남에 사는 친구가 전화를 해왔다. "그럼 남아있지. 된장 필요하니?"라고 물었더니 "네가 준 된장으로 국을 끓여 손님 대접을 했는데 맛이 있다고 어디서 난 된장이냐고 구하고 싶다고 하셔서 네 이야기를 했어"라고 대답한다. 한겨울 소복히 쌓인 항아리 안에서 잘 숙성되어 가던 된장이 바깥세상을 보게 된 것이다.

 항아리에서 퍼다가 무게를 달기위해 준비를 한다
항아리에서 퍼다가 무게를 달기위해 준비를 한다 ⓒ 안부섭


 용기에 담아 무게를 달아본다
용기에 담아 무게를 달아본다 ⓒ 안부섭

귀농을 했지만 3년 동안 적응하면 서서히 생산적인 것을 창출하기 위해 준비하는 중에 친구가 그 물꼬를 터준 셈이다. 작년 봄엔 된장을 담가서 미처 숙성도 되기 전에 친구와 형제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된장을 받아가는 친구와 형제들이 값으로 환산할 수 없는 귀한 된장을 얻어간다며 과분한 값을 치르고 갔었다. 하지만 상업화 하기에는 아직 시기상조인 것 같아서 판매는 미루고 있었다. 남편이 처음 농사 지은 콩을 내 손으로 직접 담근 된장이라고 품 안에 자식처럼 내놓을 생각을 못하다가 친구의 연락을 받고 선뜻 내놓기로 한 것이다.

 된장의 들러리 고추장과 간장
된장의 들러리 고추장과 간장 ⓒ 안부섭

된장이 시집 가는데 들러리가 있어야 제격일 것 같아서 예쁜 용기에 고추장과 간장을 각각 담아서 된장 구입 하시는 분들에게 선물로 드리기로 했다. 고추장은 친정어머님께 얻어온 것이지만 우리 식구들이 먹고도 남을 만큼 있으니 나누어 드리고 간장은 된장 담글 때 부수적으로 얻은 결과물이니 이 또한 나누어 드리고 싶어서 들러리로 내세우게 되었다.

 다섯 집으로 떠날 채비를 한 된장
다섯 집으로 떠날 채비를 한 된장 ⓒ 안부섭

3㎏씩 다섯 집에 보내느라고 된장을 퍼냈더니 항아리가 날씬해졌다. 하지만 지난 늦가을에 쑤어 놓은 메주 16덩어리가 마루끝 기둥에 매달려 있는 걸 보면 된장 항아리가 다시 살이찔 날이 머지 않았음을 알려주는 것 같아 든든하다. 올 봄 우리 부부의 손길을 거쳐서 된장 항아리가 푸짐해 질테니 오늘 된장 항아리가 날씬해지는 것이 오히려 반가운 일이 된 것이다.

 구비구비 산길을 넘어갈 된장포장을 완벽하게 해놓았다
구비구비 산길을 넘어갈 된장포장을 완벽하게 해놓았다 ⓒ 안부섭

화천의 깊은 계곡물과 맑은공기, 축복같은 햇빛을 받아 알맞게 숙성된 우리 된장이 오늘 시집가는 날이니 오늘은 경사로운 날이 분명하다. 구비구비 산길을 넘어 서울 강남까지 가는 된장이 멀미하지 않도록 완벽하게 포장을 해서 택배로 부쳤다. 대한민국 사람들의 대동맥을 흐르는 유전자 속엔 끈끈한 된장의 혼이 살아 있을 것이라 자부하면서 아끼던 된장을시집 보내고 나니까 오히려 홀가분한 심정이다.


#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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