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교육공약…. 09학년도 이후 자립형사립고(자사고)는 대입에서 더욱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것입니다.”(페르마학원 인터넷 홍보물)
“새로운 대통령은 대학별 신입생 선발 자율권을 부여했고…. 이렇게 되면 명문 대학들은 자연히 본고사를 부활시킬 것이다.”(21C 창원학원 학부모 홍보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2월 교육정책 로드맵 확정을 앞두고 말풍선이 터지고 있다. 교육정책에 대한 분석은 아이러니컬하게도 교육시민단체와 학원 쪽이 거의 일치한다.
반면, 이명박 당선인의 발언은 정반대다.
‘사교육을 절반으로 만들겠다’(교육공약집)
‘교과서만으로 대학에 갈 수 있도록 하겠다’(13일 인수위 업무보고)
‘대학에 입시 자율을 주더라도 본고사를 부활시키지는 않을 것이다.’(14일 기자회견)어느 장단에 춤출까, 혼란 빠진 학부모들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까. 이를 지켜보는 학부모와 학생들은 혼란에 빠져 들고 있다.
자사고 설립을 추진중인 (주)대교 자회사인 페르마학원. 자사고와 외고 전문학원으로 유명한 이 학원 사이트는 15일, 이명박 교육정책 분석을 담은 ‘e-카탈로그’와 같은 홍보물을 올려놓고 있다.
이 학원은 홍보물에서 ‘자사고 100개, 기숙형공립고 150개, 마이스터교 50개’ 등 이명박 당선인이 내놓은 ‘고교 다양화 300프로젝트’ 공약을 설명한 뒤 “결국, 특목고 및 자사고, 우수공립고의 목표는 대입”이라고 강조했다. 고교 다양화가 대입명문고 육성이라고 본 것이다.
이 학원은 “중 1, 2학년은 목적에 합당한 고교선택을 위한 준비는 필수”라고도 적었다. 사실상 중학교 때부터 고교 입시를 위한 학원에 다니라고 권유하고 있는 셈이다.
경남 창원에 있는 21C 창원학원의 홍보물은 한발 더 나아갔다. 전국 1800개 학원과 제휴를 맺은 거대 프랜차이즈 중앙 업체와 손을 잡은 이 학원은 1월 이 지역 주택가에 A4용지 두 장 분량의 홍보물을 배포했다.
이 자료는 대입 본고사의 부활을 명확하게 예측하고 있다. ‘대학 선발 자율화가 곧 본고사 부활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명문고 부활에 대한 예측도 빼놓지 않았다. 이 학원은 홍보물에서 “대학 입시의 자율성이 확대됨에 따라 명문대 진학률이 고교 선택의 중요한 관건으로 여겨질 것이기 때문에 학부모는 자사고를 선택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이 학원은 “창원시의 상위권 중학생의 대부분은 자사고를 지원할 것이기 때문에 그 학생들과 경쟁을 해야 한다”면서 자신의 학원 교육시스템을 홍보했다.
이 홍보물을 본 신종규 전교조 초등위원장은 “일선에 있는 교사들과 학원의 예측이 어떻게 이렇게 같은지 모르겠다”면서 “사교육이 절반으로 줄기는커녕 두 배로 뛰는 것은 분명한 일”이라고 말했다.
김수진 창원학원 원장도 “본고사란 명칭은 안 붙겠지만 본고사 부활과 명문고 부활은 당연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구호와 실행방향 엇박자"... 늘어난 '자물쇠반' 홍보물
학원 사정에 밝은 이범 곰TV 이사는 “대통령직 인수위의 교육정책 구호와 실행방안은 정확한 엇박자”라면서 “지금과 같은 교육정책이라면 학교와 학원의 복합체는 더 심각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정명신 함께하는교육시민모임 공동회장도 “교육을 모르는 경제학자 두세 명이 주도하는 교육정책이 학부모와 학생을 고통에 몰아넣는 위험한 실험을 하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서울 강남구 대치동 주택가에 뿌려진 학원 홍보물을 살펴보면 ‘자물쇠반’, ‘회초리반’이란 글귀가 유난히 많다.
이명박 당선자는 정말로 학생들을 ‘자물쇠’로 가둬놓고 ‘회초리’를 드는 세상을 바라는 것일까.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인터넷<교육희망>(news.eduhope.net)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