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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철 군것질 가운데 하나로 빼놓을 수 없는 붕어빵. 슬비와 예슬이가 직접 만든 것입니다.
 겨울철 군것질 가운데 하나로 빼놓을 수 없는 붕어빵. 슬비와 예슬이가 직접 만든 것입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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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슬이가 요즘 붕어빵 먹는 재미에 푹 빠졌습니다. 학원 수업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1000원에 3개씩 하는 붕어빵을 사먹는다는 것입니다. 동안 팥 들어간 음식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기에 의외였습니다. “붕어빵이 그렇게 맛있어?”하고 물었더니 “정말 맛있다”는 것입니다.

겨울철 군것질 가운데 하나로 붕어빵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그런데 예나 지금이나 붕어빵에는 이야깃거리가 참 많은 것 같습니다. 어린 시절, 붕어빵을 대신했던 풀빵이나 국화빵을 떠올리면 시계는 거침없이 거꾸로 돌아갑니다. 학교 어귀에서 구수한 냄새를 풍기며 군침을 흘리게 했던 풀빵 아줌마. 행색은 초라했어도 우리들에게 그 빵처럼 빛나는 물건은 세상에 없었습니다.

미국의 밀가루가 이 땅에 대량으로 뿌려지면서 전성기를 맞았다는 풀빵. 어릴 적 그 풀빵은 맛이 정말 좋았습니다. 몇 개만 먹어도 배가 든든해지는 훌륭한 먹을거리였습니다. 코흘리개 어린이에서부터 주머니가 가벼운 연인들에 이르기까지 풀빵의 고객층은 아주 두터웠습니다. ‘국민빵’이란 영예까지 안을 정도였습니다.

초등학생이 학교에서 조사하는 아버지의 직업란에 ‘수산업’이라고 썼다는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많이 닮은 형제를 두고 ‘붕어빵’이라 부르기도 했습니다. 교육정책을 비판할 때 ‘붕어빵교육’이라는 말도 나왔습니다. ‘붕어빵에는 붕어가 없다’는 철학적인 얘기도 회자됐습니다.

슬비(가운데)와 예슬(오른쪽)이의 붕어빵 만들기 체험. 아이들에게는 간식거리를 직접 만들어볼 수 있는 체험기회를, 어른들에겐 어린 시절 향수를 떠올릴 수 있는 기회를 줍니다.
 슬비(가운데)와 예슬(오른쪽)이의 붕어빵 만들기 체험. 아이들에게는 간식거리를 직접 만들어볼 수 있는 체험기회를, 어른들에겐 어린 시절 향수를 떠올릴 수 있는 기회를 줍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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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마음 한켠에 담고 있는 붕어빵의 추억. 먹을 게 풍족하지 않았던 시절, 호주머니에 손을 넣어봤자 10원짜리 동전 한두 개가 전부이던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붕어빵.

그 붕어빵을 만들어 보기 위해 담양에 있는 송학민속체험박물관을 찾았습니다. 큰딸 슬비와 작은딸 예슬이랑 그것을 직접 만들어보면서 아이들에게는 체험기회를, 한편으론 어린 시절 향수를 떠올려보기 위해서….

붕어빵을 만들기 위해서는 밀가루 반죽이 먼저입니다. 그런데 그곳에는 밀가루 반죽과 팥소(앙꼬)가 미리 준비돼 있습니다. 간편한 체험을 돕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하여 붕어 모양이 새겨진 금형에 밀가루 반죽을 부은 다음 팥소를 넣고 다시 밀가루 반죽으로 덮어주면 되는, 간단한 체험이었습니다. 재료를 다 넣은 금형은 고리를 넣어 오른쪽으로 돌리고, 그 다음 금형에 똑같은 과정을 되풀이하면 되는 것입니다. 조금 전에 했던 금형은 이 때 뒤집어줍니다.

붕어빵 만들기 체험은 밀가루 반죽을 붕어 모양의 금형에 부은 다음 팥소를 넣고 다시 밀가루 반죽을 덮어 골고루 구우면 됩니다. 우리 아이들이 즐거워하는 체험 가운데 하나입니다.
 붕어빵 만들기 체험은 밀가루 반죽을 붕어 모양의 금형에 부은 다음 팥소를 넣고 다시 밀가루 반죽을 덮어 골고루 구우면 됩니다. 우리 아이들이 즐거워하는 체험 가운데 하나입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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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비가 만든 붕어빵은 특별한 맛이 있습니다. 일반적인 붕어빵에 비해 팥소가 듬뿍 들어가 았기 때문입니다.
 슬비가 만든 붕어빵은 특별한 맛이 있습니다. 일반적인 붕어빵에 비해 팥소가 듬뿍 들어가 았기 때문입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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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팥이 많이 들어간 것을 좋아하니까, 팥을 듬뿍 넣어줘야 해.”
“저도 알고 있어요.”

붕어의 머리에서부터 꼬리까지 팥소를 듬뿍 넣다보니 밀가루 반죽으로 제대로 덮지 못하고 그것이 밖으로 삐져나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슬비와 예슬이는 마냥 즐거운 표정이었습니다. 몇 번의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먹음직스럽게 익은 붕어빵이 하나씩 구워져 나왔습니다. 조심스럽게 반죽을 붓고 팥소를 넣던 아이들의 손길도 빨라지기 시작했습니다.

“내가 만든 붕어빵, 빨리 드셔 보세요.”
“정말 맛있게 생겼는데…. 앗 뜨거.”

방금 나온 붕어빵이 뜨거워서 아직 입에 대지도 않았는데, 아이들은 맛이 어떠냐고 묻습니다.

“으음- 맛있다. 우리 슬비가 만들어준 것이어서 더 맛있는 것 같다.”
“예슬이도 맛있어요. 최고로 맛있어요.”

슬비와 예슬이가 직접 만든 붕어빵을 먹고 있습니다. 사진 왼쪽은 체험에 동행한 슬비 친구 혜미입니다.
 슬비와 예슬이가 직접 만든 붕어빵을 먹고 있습니다. 사진 왼쪽은 체험에 동행한 슬비 친구 혜미입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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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비도 붕어빵 굽던 손길을 잠시 멈추고 자기가 만든 붕어빵을 입으로 가져갔습니다. ‘늦은 점심’을 먹은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붕어빵은 정말 맛있었습니다. 금세 몇 개를 먹어치웠습니다.

붕어빵 틀이 한 바퀴 돌고, 또 한 바퀴를 돌았습니다. 겨울바람이 거셌지만 아이들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았습니다. 그 사이 붕어빵 틀이 몇 바퀴 더 돌고, 우리들의 배도 붕어빵으로 인해 불룩해졌습니다. 붕어빵 굽는 일에 숙달되면서 속도가 빨라졌지만, 그것을 가져가 먹는 손길은 더뎌만 갔습니다.

주변 사람들한테 하나씩 인심도 베풀었습니다. 1000원에 3개씩 하는 붕어빵을 4개 1000원, 5개 1000원에 팔자는 이야기도 나왔습니다. 쉬엄쉬엄 두세 시간 붕어빵 만들기 체험을 하는 사이 중천에 있던 해는 서쪽으로 기울고 있었습니다. “그만 집에 가자”는 저의 말에 아이들은 “잠깐만요!”를 몇 번째 되풀이합니다.

집으로 가져갈 붕어빵까지 몇 개 챙기고 나서야 슬비와 예슬이의 붕어빵 만들기 체험은 끝이 났습니다.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차에 오르는 아이들을 보면서 문득 ‘붕어빵자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평소 많이 닮지 않았다고 여겼는데, 이미지가 많이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성격은 판이하지만 밖에서 놀기 좋아하는 것도 꼭 빼닮았으니까요.

붕어빵 만들기 체험코너. 송학민속체험박물관에 가면 붕어빵 만들기 외에도 뽑기, 굴렁쇠 굴리기, 널뛰기 등 갖가지 민속놀이와 체험을 직접 해볼 수 있습니다.
 붕어빵 만들기 체험코너. 송학민속체험박물관에 가면 붕어빵 만들기 외에도 뽑기, 굴렁쇠 굴리기, 널뛰기 등 갖가지 민속놀이와 체험을 직접 해볼 수 있습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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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전라남도 담양군 용면에 자리하고 있는 송학민속체험박물관은 슬비와 예슬이가 ‘놀이터’로 여기는 곳입니다. 거기에는 붕어빵 만들기 외에도 뽑기, 대형 비눗방울 만들기, 굴렁쇠 굴리기, 윷놀이, 널뛰기, 천연염색 등 해볼 거리가 푸짐하기 때문입니다. 박물관 안 전시품도 모두 손끝으로 만져보고 두드리고 입어볼 수 있는 것들이어서 ‘체험박물관’이란 말이 딱 들어맞는 그런 곳입니다.



태그:#붕어빵, #송학민속체험박물관, #슬비, #예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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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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