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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한 번 가 본적이 있었다. 분명히. 양산에 살게 된 후 이곳에선 처음으로 전도지를 들고 전도 나갔던 지난 여름, 시내 곳곳을 걸어 다니다가 양산도서관을 발견했다. 분명히 그다지 멀진 않을 텐데 정확한 위치를 알 수 없었다. 일단 도서관으로 갈 채비를 하고 밖으로 나섰다. ‘양산도서관’을 인터넷 검색창에 검색해 보았다. 북부동이라, 작년 7월부터 이곳에서 살게 된 나로서는 아직도 정확히 이곳 지리를 잘 모르는 상태라 사람들한테 물어가며 가보기로 했다.

 

추위를 많이 타는 나는 두터운 파커점퍼를 입고 장갑을 끼고 거의 중무장을 하고 집을 나섰다. 날씨는 의외로 포근했다. 길을 묻는 내게 한 아주머니는 ‘걸어가다가 또 사람들한테 물어야 할텐데요, 가는 길이 복잡해서 차라리 택시를 타고 가는 게 좋을텐데요’ 하고 걱정스레 말했다.

 

‘10분 이상 걸리나요?’

‘아마 그 정도...’

‘예, 감사합니다.’

 

나는 또 길을 걸었다. 10분 정도면 멀지 않은 거리다. 길을 걷노라니 도서관 순례를 했던 옛 기억이 떠오른다.

 

맘껏 책을 사 볼 수 없었던 고교시절엔 이른 아침, 학교에 등교하면 거의 맨 먼저 하는 일이 가방을 놓고 학생증을 가지고 학교도서관으로 가는 일이었다. 그땐 대부분 국어수업시간에 선생님이 추천하는 책들을 메모해놨다가 빌려서 읽곤 했을 것이다.

 

그 이후로도 쭉 내가 사는 곳에 있는 시립도서관을 즐겨 찾았고 새로운 도시에서 살게 될 땐 도서관을 먼저 알아놓아야 직성이 풀렸다. 집에서 가까운 곳에 서점이 있을 경우엔 서점을 도서관 이용하는 것처럼 자주 들락거렸다. 이번엔 양산에 온 지 6개월이 훨씬 넘었건만 이제야 도서관을 찾아간다.

 

마침내 도서관이 저기 앞에 보였다. 약 15분 정도 소요되었다. 도서관 가는 길을 걷다보니 지난 여름에 보았던 주변 건물들이 눈에 들어왔다. 중앙동사무소, 문화원 등이 있는 큰 골목을 지나 건널목을 건너 조금만 걸어가면 도서관이었다.

 

한적한 곳에 앉아 있는 양산도서관이 눈에 들어왔다. 건물외관은 크지 않은데 도서관에는 생각했던 것보다 책들이 다양하게 많이 있었다. 양산도서관 현관 앞에는 젊은이들이 몇몇 서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이 보이고 도서관 마당 한쪽에 앉아 있는 모습들도 눈에 띄었다.

 

 

도서관에 들어서자 정숙한 가운데 독서삼매에 빠져 있는 사람들 모습들이 보였다. 어린이 자료실에서 책을 들고 앉아서 책 읽는 재미에 푹 빠져 있는 아이들의 모습이 참 귀여웠다. 겨울방학이라 도서관에 와서 맘껏 책을 읽고 있나보다. 참, 예쁘다. 그 옆에 있는 디지털 자료실도 역시 빈 자리가 없을 정도다. 다들 골똘한 표정으로 앉아 있는 모습이었다. 한번 둘러보고 난 뒤 종합자료실로 향했다.

 

앞으로 책을 자주 대출하려면 대출카드가 필요했다. 이름과 주소, 연락처 등을 기재하자 내 이름이 찍힌 회원카드를 하나 만들어주었다. 종합자료실에 놓인 의자와 소파에도 독서하고 있는 사람들, 혹은 책장과 책장 사이를 오가며 책을 고르고 있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모두들 정숙한 분위기 속에서 움직였다. 아, 이런 분위기, 얼마만인가  참 좋다. 자주 와야겠다고 생각했다. 집에서 가까운 서점도 좋겠지만 이곳 도서관에는 책들도 많고 다양하다. 또 언제든지 빌려 볼 수 있다.

 

양산도서관은 여느 도서관과 마찬가지로 한번에 책을 3권 내로 빌릴 수 있고 2주안에 반납해야 한다. 종합자료실을 쭉 돌아보며 우선 책 다섯 권을 골랐다. 의자에 앉아 집에 가서 읽을 책 3권을 따로 분류해놓고 남은 책은 읽고 가자 생각하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계속해서 사람들이 도서관을 드나들었지만 큰 소리 한번 나지 않고 조용한 가운데 시간은 흘러갔다. 책을 읽으며 가끔씩 메모를 하는 사람도 있고 숨도 쉬지 않는 것처럼 미동도 않고 읽고 있는 사람들도 보였다.

 

양산도서관은 소규모 도서관이지만 5만 여권을 소장하고 있으며 독서를 비롯해 주민들의 교양증진 및 여가선용에 좋은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서예, 영어, 자녀 독서교실, 일어, 동화그림 그리기 등과 같은 다양한 문화교양강좌를 매회 실시하고 있다.

 

양산도서관은 종합자료실, 어린이자료실, 디지털자료실, 정기간행물실, 시청각 및 회의실, 휴게실, 일반열람실 등으로 나누어져 있다. 이용시간은 일반열람실은 동절기(11~12월)는 오전 8시부터 밤 11시까지, 하절기(3~10월)는 오전 7시부터 밤 11시까지며, 자료열람실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이용할 수 있다.(단, 토, 일요일은 09-17시까지). 매주 월요일과 국경일은 휴관이다.


 

양산도서관 심볼 컬러가 ‘항상 마르지 않고 푸른 지혜의 샘을 상징’한다는 녹색과 지혜의 샘을 잘 보좌할 수 있는 연두색과 진녹색으로 되어 있듯이, 그리고 그 심볼의 의미대로 양산시민 모두에게 ‘책을 통해 지식들이 차곡차곡 쌓여가고 지적 정보 및 문화, 평생교육의 장이 되었으면 하는 소박한 바람이다.

 

밖으로 나오면서 막 도서관에 처음 들어섰을 때 어린이자료실에서 본 독서삼매에 빠져있던 어린아이들의 초롱초롱한 눈망울들처럼, 독서하는 아이들과 독서하는 시민들 모두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오후 5시가 거의 다 되어서야 도서관에서 나왔다. 모처럼 따사롭게 느껴졌던 겨울 짧은 해는 보이지 않고 저녁 어스름이 찾아들고 있었다.

 

“큰 도서관은 인류의 일기장과 같다‘ -도슨-


태그:#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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