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 인수위원회(위원장 이경숙·이하 인수위)가 16일 정부조직 개편안을 발표하면서 여성가족부를 보건복지부에 통폐합키로 한 데 대해 여성계가 강하게 반발했다.
여성단체들은 "대통령 후보 시절 '양성 평등 전담 부서를 강화하겠다'던 이명박 당선인의 약속은 미사여구에 불과했느냐"고 비난했다.
이들은 이 당선인을 향해 "여가부 폐지안을 거두지 않으면 여성계의 줄기찬 반대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여가부 통폐합안의 철회를 촉구했고, "국회의 정부조직 개편안 처리 과정을 주시하겠다"며 국회로 시선을 돌렸다.
인수위는 이같은 반대를 의식해 '양성평등위원회' 건립 등을 약속했지만 여성계는 "성차별 해소와 양성평등 정책을 위해 여가부는 반드시 존치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여성계의 반발은 쉽게 누그러지지 않을 전망이다.
"부처 통합되면 양성평등 정책 제대로 될까"한국여성단체연합 등 44개 여성단체들은 인수위가 정부조직 개편안을 발표한 오후 2시 인수위 앞에서 이 당선인과 인수위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지난 9일 여가부 존치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에 이어 두 번째 인수위 항의 방문이다.
이들은 "이 당선인의 여가부 통폐합 결정에 강한 분노를 느낀다"며 "지난해 11월 여성정책토론회에서 '여가부 존치'를 약속한 지 두달도 되지 않았는데 이 당선인이 스스로 국민과의 신뢰를 깨뜨렸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 당선인을 향해 "여성과의 약속을 헌신짝처럼 버린 이 당선인은 헌법에 보장된 양성평등 정신과 1984년 비준한 '여성차별철폐협약'의 가치를 후퇴시킨 대통령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들은 "각 정당들은 여가부 통폐합이 포함된 정부조직 개편안을 이번 임시국회에서 반드시 부결시켜야 한다"며 "여성계는 국회 표결 상황을 주시하겠다"고 국회를 겨냥했다.
남윤인순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는 "이 당선인이 여성정책토론회를 통해 분명히 밝힌 '여가부 강화' 약속을 저버린 것은 여성을 무시한 처사"라며 "약속을 어긴 대통령 당선인을 앞으로 어떻게 믿을 수 있겠느냐"고 꼬집었다.
남윤 대표는 "여가부가 보건복지부로 통합되면서 존치된 것처럼 보이지만, 복지부 규모의 10분의 1 정도에 불과한 여가부가 그 안에서 여성정책, 양성평등 업무를 제대로 펼 수 있겠느냐"고 통폐합 결정에 의구심을 나타냈다.
남윤 대표는 "다른 부처와 합치기만 하면 되는 것이냐"며 "여성 인력 개발 등 미래를 내다보면 오히려 강화시켰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성단체들은 앞으로 기자회견 등을 통해 여가부 통폐합에 대한 반발 분위기를 이어가고, 원내 여성의원들과 힘을 합쳐 인수위의 정부조직 개편안 부결 운동을 펼칠 예정이다. 남윤 대표는 "만약 이번 개편안이 통과되면 여성들은 다음 총선에서 해당(찬성한) 의원들을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인수위 "양성평등 업무, 위축되지 않을 것"인수위는 이날 여가부를 보건복지부에 통합시켜 '보건복지여성부'로 개편했다. 여기에는 복지부 업무뿐만 아니라 여가부, 국가청소년위원회 등이 포함됐다.
인수위는 배포한 자료에서 "사회복지에 관한 비슷한 업무를 나누어 하다 보니 서로 자신들의 일이라고 우기다가 어려운 일이 생기면 책임을 미뤘다"며 "정작 서비스를 받아야 할 국민들이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몰라 해매기도 했다"고 개편 배경을 밝혔다.
인수위는 "사회복지 정책을 한 부처에 합쳤다"며 "국가적 관점에서 '태아에서 노후까지' 생애주기별로 맞춤형 평생복지시스템을 갖추고 예산 등 국가자원을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양성평등 업무가 소홀해진다'는 우려를 의식해 인수위는 "새로운 정부는 부서가 통합되더라도 양성평등 업무가 위축되지 않도록 할 예정"이라며 "중립적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양성평등위원회'를 설치해서 관련 정책이 제대로 추진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인수위는 또한 "여성정책은 이제 불평등 해소를 넘어 능력개발이나 가족복지 등 적극적인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며 "복지부와의 통합으로 가능한 정책수단이 많아지고 성인지적 관점에서 다양한 정책개발이 가능하게 된다"며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