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KBS2 TV <해피투게더> 시즌3 홈페이지 화면.
 KBS2 TV <해피투게더> 시즌3 홈페이지 화면.
ⓒ KBS

관련사진보기



KBS <해피투게더>는 국내 방송가에서는 보기 드물게 ‘시즌제’를 표방하며 매주 목요일 심야시간대의 터줏대감으로 든든하게 자리 잡고 있는 장수 버라이어티다.

2001년 11월 첫 방영을 시작한 <해피투게더>는 초기부터 기존의 연예인 설정 위주의 오락 프로그램과는 분명한 차별화를 보여줬다. MC와 게스트들이 모두 교복을 입고 출연했던 ‘책가방 토크’와 ‘쟁반노래방’, 시즌 2인 <해피투게더-프렌즈>의 ‘친구 찾기’, 최근의 <학교가자>에 이르기까지. <해피투게더>를 규정짓는 이미지는 ‘친구’, 가까이 두고 오래 사귄 벗같이 편안한 느낌이다.

초창기부터 일관되게 <해피투게더>를 관통해온 테마는 바로 편안한 ‘오랜 친구들의 동창회’ 같은 이미지였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가진 보편적이고도 소중한 학창시절의 추억을 테마로 삼으면서도 따뜻한 웃음을 유발한다는 데 그 바탕이 있다.

내로라하는 스타들일지라도 <해피투게더>에서는 연예인이 아닌 평범한 일반인으로 돌아가 옛날 학창시절의 무용담을 떠올리고, 머리에 쟁반을 맞으면서도 옛날 동요를 즐겁게 따라 부른다. 오랜만에 만난 옛 친구들이 어린 시절의 쑥스러운 사연을 들춰내더라도 동심으로 돌아가 스스럼없이 함께 웃을 수 있다. 10대에서 40대에서 모두가 부담 없이 웃을 수 있다는 점에서 세대차이를 넘어서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예능물이기도 했다.

국내의 수많은 장수 예능 프로그램들의 경우, 비록 같은 간판이라 할지라도 시청률에 따라 수많은 인기 코너들이 명멸하고, 프로그램 초기의 기획 의도가 변질되거나 아예 폐지되는 경우도 빈번한 가운데, <해피투게더>는 예능가에서 드물게 시즌제를 표방하면서도 초기의 정체성과 기획의도를 꾸준히 유지해온 몇 안 되는 프로그램이었다.

초창기 신동엽-이효리에 이어 <해피투게더>의 간판으로 3년째 장수하고 있는 유재석의 편안한 진행도 변함없는 인기몰이에 한 몫을 담당했다.

<프렌즈-친구찾기> 막 내리고, 시즌 3 <학교가자> 돌입하며 최대 위기 맞이

그러나 지난 2007년 7월, 최고의 호평을 받았던 <프렌즈-친구찾기>가 막을 내리고, 새롭게 선보인 세 번째 시즌 <학교가자>에 돌입하면서 <해피투게더>는 한때 최대의 위기를 맞이하기도 했다.

세 번째 시즌은 ‘신개념 스쿨시트콤 버라이어티’라는 그럴 듯한 수식어를 달고 막을 올렸으나, 막상 뚜껑을 열자 ‘도전 암기송’이나 ‘방과 후 옥상’, ‘그건 너’ 등 사실상 대부분의 코너들이 모두 기존 오락물의 재탕 혹은 모방에 지나지 않는다는 기획력의 한계를 드러내며 식상하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었다.

결국 코너들은 한 달을 넘기지 못하고 폐지되거나, 공동 MC와 패널들도 사전 설명 없이 은근슬쩍 교체되는 등 프로그램이 자리를 잡지 못하고 표류하는 양상을 드러냈다. 9월 방송 중 MC 유재석이 반 농담 삼아 "이 코너도 언제 사라질지 모른다, 시청자 여러분이 도와주셔야 한다"고 말한 것은 사실상 <해피투게더>의 위기를 그대로 드러낸 것이었다.

한때 폐지 위기에까지 내몰렸던 <해피투게더>를 벼랑 끝에서 구원한 것은, 사우나로 무대를 옮긴 ‘도전암기송’이 자리 잡으면서 시작됐다. ‘도전암기송’은 <해피투게더>의 최고 인기아이템이었던 ‘쟁반노래방’의 변형이라고 볼 수 있다. 생활정보와 관련된 내용들을 유행가 리듬에 맞추어 모든 가사를 완벽하게 불러야 미션을 완수(사우나 탈출)할 수 있다는 콘셉트는 쟁반 노래방과 유사하다.

그러나 ‘도전암기송’은 노래 가사를 정확하게 외우는가보다는 좁은 사우나 공간에서 벌어지는 출연자들간의 다양한 개인기와 기발한 애드리브에 초점을 맞춘다. 출연자들간의 자유로운 애드리브와 상황극이 보장되는 놀이판에서 진가를 발휘하는 유재석-박명수 콤비의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였다.

진행을 맡은 유재석이 좁은 공간 안에서 출연자들의 장기를 자연스럽게 이끌어내거나, 스스로 출연자들의 개인기를 복제 혹은 유통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반면 ‘악역’을 맡은 박명수는 출연자들이 최대한 사우나를 빨리 빠져나오지 못하도록 붙들어 매는 역할을 한다. 도전암기송의 결정적 찬스가 박명수를 넘어야(이기거나 웃겨야 하는) 미션으로 꾸며져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또한 유-박 콤비의 만담 호흡이 가장 빛을 발하는 순간은, 도전암기송이 시작되기 직전에 벌어지는 설정 토크 ‘웃지마 사우나’다. 과거 <유머 일번지>에서 등장했던 ‘괜찮아유’를 패러디한 이 코너는 순전히 출연자들 간의 100% 애드리브로 구성된다. 유재석과 박명수는 여기서 출연자들의 대화를 통해 다양한 상황극을 연출해내는 순발력과 발군의 몸개그를 과시하며 폭소를 자아낸다, 두 개그맨 콤비의 시작을 알린 <무한도전>의 캐릭터와 역할 구도를 <해피투게더>에서 다시 성공적으로 정착시킨 셈이다.

오래되었다는 것은 편안하고 익숙한 반면, 곧 진부함과 매너리즘의 함정을 넘어야 하는 어려움도 안고 있다. 끊임없이 새로운 소재와 웃음을 원하는 대중의 속성은 예능프로그램을 만드는 과정의 어려움을 잘 보여준다.

<해피투게더> 시즌 3의 <학교가자> 홈페이지 화면.
 <해피투게더> 시즌 3의 <학교가자> 홈페이지 화면.
ⓒ KBS

관련사진보기



'학창시절의 추억'이란 고유의 따뜻한 컨셉이 다소 희미해져 아쉬워...

최근의 <해피투게더>가 주는 아쉬움은 프로그램 초기부터 이어왔던 ‘학창시절의 추억’이라는 고유의 따뜻한 컨셉이 다소 희미해졌다는 점이나, 박명수와 김구라 같은 독한 캐릭터들의 등장으로 독설이나 막말, 비속어같은 설정들이 많이 늘어났다는 데 있다. 프로그램의 인기가 기존 코너의 아류나 <무한도전>에서 가져온 캐릭터의 복제로 의존하고 있다는 것도 아쉬움을 주는 부분이다.

그러나 이러한 단점에도 불구하고 <해피투게더>는, 매너리즘의 고비에 직면했던 장수 예능프로그램이 위기와 극복의 과정을 거쳐 다시 진화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롤 모델이라 할만하다.

2005~2006년 절절의 인기를 과시하던 <상상플러스>가 주력코너 ‘올드앤뉴’의 쇠퇴 이후, 새로운 포맷이나 캐릭터를 발굴하지 못하고 쇠퇴의 기로를 걸었고, 연예인 토크쇼의 대명사이던 <야심만만>은 최근 폐지의 수순을 밟은 것과 비교할 때 <해피투게더>의 성공적 장수는 높게 평가받을 만하다.


태그:#미디어, #해피투게더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