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파릇한 보리밭입니다. 해안도로를 따라 가다 보면 여수 소라면 달천의 언덕배기에 보리밭이 물결처럼 밀려옵니다. 끝없이 펼쳐진 보리밭길, 구릉의 짙푸른 소나무와 보리밭의 풍경이 정말 아름답습니다. 보리밭 사이 길로 밭일을 마친 아낙이 걸어갑니다.

 

보리밭길 끝자락에는 바닷물이 찰랑대며 들고 있습니다. 밭 가장자리의 습지에는 부들의 하얀 씨앗이 하늘하늘 날아오릅니다. 봄동 밭의 특이하게 생긴 무가 시선을 붙잡습니다. 

 

 

넌더리가 나도록 먹었던 보리밥, 이제는 별미 건강식

 

가난의 상징이던 보리밥. 1960~70년대 보릿고개 시절에 우린 보리밥을 넌더리가 나도록 먹고 살았습니다. 그 시절에는 쌀이 워낙 귀해서 집에 잔치가 있거나 특별한 날에만 쌀밥 구경을 했습니다. 학교는 도시락 검사를 하고 국가는 혼·분식 장려를 하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보리쌀은 밥 짓기도 여간 힘이 드는 게 아니었습니다. 미리 한번 삶아서 대바구니에 담아 보관해 두고 쌀과 함께 가마솥에 넣고 불을 지펴 밥을 짓습니다. 그 천덕꾸러기 보리쌀이 최근에는 귀해서 대접받는 세상이라니 참 아이러니합니다.

 

추억이 담겨 있는 건강식 보리밥, 보리밥 한 그릇에는 보리밭을 쏴아아~ 스치고 지나가는 바람도, 청 보리밭의 추억도, 보릿고개의 아픔도 함께 담겨 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추억 찾아, 새로운 건강식을 찾아서 보리밭 길을 거닐고 보리밥집을 그렇게 찾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람들의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걸 보면.

 

 

구김살 없는 웃음과 편안함이 가득한 보리밭

 

백과사전에 보면 '보리밥은 비타민 B1이나 B2가 쌀밥보다 많아 각기병 예방에 좋고, 섬유질이 많아 변비에도 효과적이라고 합니다. 단백질 등 전반적인 영양가가 쌀밥보다 우수하다'고 나와 있습니다. 섬유질이 풍부한 보리밥은 장운동을 활발하게 해주고 독성물질의 배출을 도와줘 대장암과 변비 예방에도 효과가 있습니다.

 

또 풍부한 섬유질 덕분에 소화가 천천히 되므로 다이어트에도 좋고 당뇨 환자에게도 좋은 음식입니다. 고단한 삶이 담겨 있는 보리밥이 이제는 건강식품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보리밭 길을 걷다보니 이런저런 생각에 잠깁니다. 고향의 풋풋한 내음도 솔솔 풍겨옵니다.

 

우리 속담에 ‘보리밥에는 고추장이 제격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갖가지 나물도 나물이지만 보리밥에는 제격에 맞는 고추장이 있어야 보리밥의 참맛을 낼 수 있습니다. 고추장 맛이 보리밥 맛을 좌우한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닐 것입니다. 고추장이 맛있어야 기본은 합니다.

 

 

보리밥은 건강에도 좋습니다. 보리에는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것으로 알려진 수용성 식이섬유가 많이 들어 있습니다. 보리는 쌀의 16배, 밀가루의 5배나 되는 양의 식이섬유를 함유하고 있습니다.

 

어린 시절에는 채소만 가득한 밥상을 타박하곤 했는데, 최근에는 일부러 풀밭을 찾아다닙니다. 채소쌈밥은 물론 그렇게도 먹기 싫어했던 보리밥까지. 보리밥에 물 말아서 풋고추에 된장을 푹 찍어먹으면 고향의 정취에 흠뻑 젖어 행복감에 젖어들곤 합니다.

 

푸른 보리밭에는 구김살 없는 웃음과 편안함이 가득합니다. 보리밭에는 넉넉하고 풍요로운 남도의 인심이 담겨 있습니다. 푸근한 정겨움이 파릇파릇 일렁입니다. 오늘은 쓱쓱 비벼낸 보리밥 한 그릇 뚝딱해야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U포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보리밭, #보리밥, #남도의 정취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