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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번 이야기 했듯이  나는 아침에 전철역에서 무가지 신문을 배포하는 배포도우미를 한다. 갑자기 매섭게 변해버린 날씨 탓에 새벽에 꼬박 두어 시간 이상 길거리에 서서 신문을 배포하는 일이 생각만큼 쉽지 않다. 발도 시리고 손은 곱아지고 얼굴까지 얼어서 얼음장이 따로 없다.

 

게다가  마음마저 얼어붙게 만드는 정부 정책이 하나씩 발표될 때마다 서민 중에 서민인 나의 마음은 한없이 춥기만 하다.

 

대통령 당선인은 경제와 능력 있는 사람에 초점을  맞춰 정부 부처를  축소 통폐합했다. 그 과정에서 여성가족부가 실종되었고  교육인적자원부 역시 과학기술부와 통폐합되어 ‘인재과학부’라는 희한한 이름으로 바뀌었다.

 

'인재과학부라...'  이름에서부터 위화감과 고립감이 느껴지는 저 이름 중 아들아이는 어디에 해당될 수 있을까 잠시 생각해 본다. 아들아이는 분명 보통의 상식을 지닌 건전한 시민이 될 자질을 갖추고 있다고는 확신하지만, 대통령 당선인이 생각하는 인재나 과학자는 아닐 것이란 생각에 어깨가 무거워진다.

 

고대 과학자들은 모두가 철학자였다. 사유를 객관화하기 위해 과학과 수학을 더불어 공부했기에 그들의 과학에는 철학적 사고에 바탕한 윤리의식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 과학은 철학과 인문학적 사유가 없다. 그렇게 철학과 인문학적 사유가 실종된 채 경쟁에 경쟁을 거듭하며 쌓아 온 노하우에 바탕을 둔 이기적인 인재들이 가진 자와 자본의 생리에 맞춰 경제적 상품가치와 편리를 좇아 첨단과학에 눈길을 돌린다면 어찌 될 것인가.

 

과학과 경제력과 정보 활용 능력은 보이지 않는 살인 무기가 되어 계층 간 양극화는 심화 될 것이고 대다수 서민들은 고통의 나락으로 떨어져 신음을 하게  될 것이다. 사람이 실종된 정책, 서민들은 그저 허공에 발을 들고 살라는 이야기인지...

 

‘박종철 인권장학생’ 으로 14일 박종철 열사가 고문을 받고 죽어간 남영동 대공분실을 다녀 온 아들아이는 충격이 상당히 컸던 것 같다. KBS와의 인터뷰에서  "막상 여기를 와 보니 너무 차갑고, 어둡고, 무서워요...박종철 열사가 많이 외로웠을 것 같습니다"라며 표정이 굳어졌기 때문이다.

 

 나처럼 새벽에 길거리에서 떨며 생계를 위해 일하는 이들이 아니라도 이미  3개월 혹은 6개월 길어야 1년에서 2년 계약으로 불안에 떨며 일하는 대다수 비정규직에 종사하는 이들은 나와 똑같은 한기를 몸고 마음에 느끼며 살 것이다.  머지 않아 아이 역시 그런 한기를 매일 몸으로 느끼며 살 것이라 생각하니 마음이 저절로 얼어붙는다.

 

 스물 두 살의 꽃다운 청년이 죽음으로 지켜내고자 했던 세상은 인재와 가진 자, 소수가 다수를 압박하며 제왕처럼 군림하는 그런 사회는 결코 아니었을 것이다. 

 

난 아들아이를 사랑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밤을 낮 삼아 악착같이 남을 짓밟고 올라서서 인재과학부가 원하는 인재의 대열에 들어서라고 닦달을 하는 어미는 되지 않으려고 한다. 다만 부모로 또 먼저 소외된 기성세로 아이의 방패막이가 되어 그들이 허공이 아닌 땅에 발붙이고 이 땅에 발붙이고 살 수 있는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도록 힘을 쏟고 싶다.


#인재과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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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잘살면 무슨 재민교’ 비정규직 없고 차별없는 세상을 꿈꾸는 장애인 노동자입니다. <인생학교> 를 통해 전환기 인생에 희망을. 꽃피우고 싶습니다. 옮긴 책<오프의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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