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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은 결코 먼 곳에 있지 않았다. 태안에서의 기적이 전남지역에서 다시 한번 재현됐다. 자원봉사자들이 어민들의 고통을 함께 나누고 우리의 청정 연안을 지켜낸 것이다.

 

충남 태안 앞바다 원유 유출 사고로 형성된 기름 찌꺼기가 조류를 타고 전남 해안으로 밀려들기 시작한 게 지난달 31일. 이것은 영광과 무안을 거쳐 빠르게 남하하면서 신안, 진도, 해남 해역까지 덮쳤다.

 

김 양식장과 상당수 어패류 양식장이 오염되면서 그 피해는 상상을 넘어섰다. 바다 생태계의 보고인 서남해안이 타르 덩어리로 휩싸여 어민들의 소중한 삶의 터전이 몸살을 앓은 것.

 

평소 바닥이 훤히 비칠 정도로 맑고 깨끗한 해안에는 기름 찌꺼기가 떠다녔다. 어민들의 탄식이 쏟아지고 가슴이 타들어갔다. 평생 지켜온 삶의 터전이 기름 찌꺼기로 망가지는 모습에 어민들은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었다.

 

어민들은 보고만 있지 않았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모두가 타르 덩어리 제거 작업에 나섰다. 그것만이 유일한 수습방안이었기에, 태안 앞바다에서 그랬던 것처럼 전남연안에서도 그랬다. 그러나 치우고 나면 다음날 또 밀려오기를 되풀이했다. 어민들의 힘만으로는 속수무책이었다.

 

기적은 이때 싹을 틔웠다. 지난 3일 박준영 전남도지사가 타르 덩어리 수거를 위한 자원봉사 참여를 요청하는 호소문을 발표한 이후 자원봉사 행렬이 줄을 이었다.

 

그 동안 태안까지 찾아가 자원봉사 활동에 참여한 전남도민들이 이번에는 내 고장을 지켜내기 위해 팔을 걷은 것이다. 전남의 최고 자산인 바다를 보호하고, 우리 어민들의 소득원인 바다를 지키겠다는 일념으로….

 

전남도청 종합민원실과 해당 시․군에 설치된 자원봉사접수센터의 전화통은 불이 났다. 지난 보름 동안 자원봉사에 참여한 인원이 줄잡아 2만여 명에 이르렀다. 지역주민 1만8000여 명, 공무원 1만3000여 명, 군인과 경찰 5000여 명도 참가했다. 해경 경비정과 방제정, 행정선, 민간어선도 동원됐다.

 

이들은 양식어장과 해안가, 섬에서 바위틈이나 모래밭에 섞인 타르 덩어리를 수거해 비닐봉지에 담았다. 바위에 붙은 기름 찌꺼기도 닦아내며 차가운 바닷바람과 맞섰다.

 

전남 도민명예기자와 민원메신저, 전남생활체육협의회, 민족통일전남협의회 회원들도 영광 백수해안과 무안 해제 앞바다에서 타르 제거에 구슬땀을 흘렸다. 이렇게 수거된 타르는 1500여 톤을 훌쩍 넘었다.

 

날마다 수천 명씩, 연인원 6만여 명이 참여한 민·관·군·경의 타르 제거작업은 죽음의 바다, 절망의 바다에 희망의 씨앗을 뿌렸다. 어민들의 얼굴도 안도의 표정으로 바뀌었다.

 

그사이 전남도민 모두의 마음에도 자부심 하나 얹혀졌다. 나의 작은 힘으로, 우리 가족의 참여로 소중한 우리의 자연환경을 지키고 보호했다는….

 


태그:#태안반도?기름유츌, #타르, #기름유출 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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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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