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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겨울 들어 제일 추웠다는 17일, 지인과 함께 자유로 옆에 위치한 납골당을 방문하게 되었다.

 

뉘엿뉘엿 서산으로 해가 기울 무렵 문산 쪽을 향해 달리다 어디쯤에선가 좌회전 신호를 받고 조금 가다가 우측에 농촌풍경의 조용한 마을로 접어들자 나지막한 동산 옆, 산자락에  아담하게 지어진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외관은 여느 건물과 크게 다를 바가 없었다. 사랑관이라 쓰여 있는 건물 앞, 몇 단 안 되는 돌계단을 오르자 자동문이 스르르 열렸다.

 

건물 내부는 밖에서 보기와는 달리 이색적인 공간으로 꾸며져 있었다. 밝고 쾌적한 분위기에 잔잔한 음악까지 흐르고  검정색 정장의 유니폼을 단정하게 차려 입은 직원들이 친절하고도 정중하게 방문객을 맞았다.

 

많은 사람들이 기피하는 혐오시설로 인식되고 있는 납골당, 왠지 으스스해서 선뜻 발을 들여 놓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 생각을 했는데 그동안 잘못된 나의 편견은 일순간에 무너지고 말았다. 

 

고급스럽고 깔끔한 실내 분위기, 그리고 직원들의 절도 있는 매너와 단정한 모습은 마치 특급호텔에 와 있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지인은 오늘이 친구가 하늘나라로 간 후 처음 맞는 생일이라며 다시는 볼 수 없는 저 세상 친구에게 노란 국화와 장미가 어우러진 꽃다발을 생일선물로 준비했다.

 

40도 채 안 된 너무도 젊은 나이에 삶을 마감한 친구, 평소 친구들과도 남다른 우정을 나눴었기에 아직도 추모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었다.

 

방명록에 서명을 한 지인은 아늑하고 정갈하게 꾸며진 방으로 나를 안내했다. 벽면을 가득 메운 수많은 작은 공간들은 투명한 유리문으로 굳게 닫혀 있었다. 그 속엔 유골함과 함께 고인의 생전 모습이 담긴 사진과 조촐한 유품 그리고 유가족이나 친지들이 고인을 그리며 쓴 애절한 사연들이 있어 보는 이의 눈시울을 젖게 했다.

      

천수를 다한 이나 그렇지 못한 이나 사망으로 인한 가족과의 이별은 유가족들에겐 감당키 어려운 상실감으로 오래도록 가슴을 짓누른다. 그러나 이곳에 오면 수많은 이들이 남기고 간 주검의 흔적을 통해 혼자만의 슬픔이 아님을 위안받게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공원묘지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 유리문 속 작은 방엔 마치 소꿉놀이를 하듯 앙증맞은 소품들로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었다. 탁자 위에 커피 잔 2개가 의자를 마주하고 나란히 놓여있는 방도 있고 자동차, 자전거, 골프공, 인형 그리고 예쁜 꽃으로 장식된 방도 있다. 모든 방들이 동화 속 그림 이야기에 나오는 방처럼 예쁘고 아름답게 꾸며져 저마다의 의미를 담고 있는 듯 했다.

  

고인이 된 친구는 수년 간 중풍으로 누워계신 시아버님의 병수발을 드느라 고생도 무척했다고 한다. 그런데 시아버님께서 돌아가시고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홀가분함도 채 느껴보기도 전에 이제 겨우 중3밖에 안 된 사랑하는 외동아들과 남편에게 한마디 작별인사도 없이 밤사이 하늘나라로 갔다고 했다.

 

‘사람의 명은 하늘에 달렸다’고는 하지만 이렇게 허무할 수가…. 이야기를 들으며 당시의 상황을 그려보자니 어안이 벙벙해졌다. 아무런 관계가 없는 나도 이럴진대 그때 가족들의 심정은 오죽했을까!

 

저 약한 몸으로 어찌 시아버님의 병구완을 했을까 싶을 정도로 사진 속 고인의 모습은 자그마한 체구에 가녀린 모습이었다. 

 

고인의 명복을 빌며 추모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은 그나마 좋은 곳에 안치되어 있다는 생각에 한결 마음이 가벼웠다.

 

성묘 철이 되면 매년 여의도 면적의 3배에 달하는 국토가 묘지로 변하고 있다는 뉴스를 접한다. 가끔 송추 쪽 외곽도로를 달리다 보면 마치 벌레가 나뭇잎을 갉아먹듯 산 전체가 묘지로 잠식되어가는 광경을 보기도 한다. 그럴 때면 애국자가 아니어도 그 심각성을 감지하게 될 뿐만 아니라 장묘문화의 개선이 시급함을 인식하게 된다. 

 

물론 공동 납골당이라 해도 좀 외진 곳을 찾다보면 산림 훼손을 피할 수 없지만 그래도 묘지 매입이라든가 묘를 조성하기 위한 석물 그리고 사토와 벌초를 하는데 드는 비용 부담 등을 고려해 볼 때 필자가 다녀 온 공동납골당 같은 시설은 권장할 만한 것이 아닐까 싶다. 바람직한 장묘문화 정착은 우리에게 커다란 과제가 아닐 수 없다.   


태그:#납골당, #장묘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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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저는 글쓰기를 좋아하는 52세 주부입니다. 아직은 다듬어진 글이 아니라 여러분께 내놓기가 쑥스럽지만 좀 더 갈고 닦아 독자들의 가슴에 스며들 수 있는 혼이 담긴 글을 쓰고 싶습니다. 특히 사는이야기나 인물 여행정보에 대한 글에도 관심이 많습니다. 이곳에서 많을 것을 배울 수 있길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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