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태안 반도를 향해 가는 길 태안으로 기름 때를 제거하기 위해 떠난 여행길이었지만, 그래도 차 속에서는 마냥 즐겁기만 한 듯 했습니다. 어떤 아이들은 벌써부터 잠에 떨어지기도 했고, 그에 아랑곳 하지 않고 다른 친구들은 열심히 수다를 떨기도 했습니다.
▲ 태안 반도를 향해 가는 길 태안으로 기름 때를 제거하기 위해 떠난 여행길이었지만, 그래도 차 속에서는 마냥 즐겁기만 한 듯 했습니다. 어떤 아이들은 벌써부터 잠에 떨어지기도 했고, 그에 아랑곳 하지 않고 다른 친구들은 열심히 수다를 떨기도 했습니다.
ⓒ 권성권

관련사진보기


지난 18일 태안에 다녀왔다. 교회 식구들과 함께 자원봉사를 하기 위해 떠난 길목이었다. 나이 어린 초등학생들을 비롯하여 젊은 청년들과 나이 지긋한 분들도 너댓 명 끼어 있었다. 우리 일행이 다다른 곳은 학암포 둘레였다. 그곳의 돌멩이들에 붙어 있는 기름 때들을 닦아내는 일을 했다. 

그곳으로 출발할 때만 해도 색다른 여행길처럼 모두들 즐거워했다. 초등학생들과 중고등학교 학생들은 열심히 수다를 떨기도 했고, 몇 몇 아이들은 쿨쿨 잠을 청했다. 그 중에는 아침 밤을 먹지 못했는지 컵라면으로 배를 채우는 아이들도 있었고, 미리 준비해 온 과자 부스러기를 나눠 먹는 아이들도 있었다.

방제복 우비를 입는 학생 모습 방제복으로 우비를 입고 있는 학생의 모습입니다. 물론 처음 입어보는 옷인지 잘 입을 수 없어서, 나이 지긋한 어른이 도와 주고 있습니다. 고무 장갑도 끼어지지 않던지 그것마저 힘껏 넣어 주고 있습니다.
▲ 방제복 우비를 입는 학생 모습 방제복으로 우비를 입고 있는 학생의 모습입니다. 물론 처음 입어보는 옷인지 잘 입을 수 없어서, 나이 지긋한 어른이 도와 주고 있습니다. 고무 장갑도 끼어지지 않던지 그것마저 힘껏 넣어 주고 있습니다.
ⓒ 권성권

관련사진보기


목적지에 도착하여 제일 먼저 한 것은 방제복으로 갈아입는 일이었다. 방제복이라야 학암포로 가는 길목에서 산 비옷과 장화, 고무장갑과 마스크가 전부였다. 물론 비옷이 얼마나 얇고 뻣뻣했던지 쉽게 찢어지는 것들도 있었다. 한 번도 그런 옷을 입어보지 않았던 아이들은 힘들어하는 소리를 내기도 했다.

젊은이들의 기름 떼 닦는 모습 젊은이들의 기름 떼 닦는 모습입니다. 여기 앞에 있는 여자 청년은 벌써 두 번째 자원봉사 길입니다. 이 친구가 아주 작은 돌멩이를 들고 닦고 있었습니다. 저는 그 모습이 마냥 신기해서 질문을 던졌던 것이구요.
▲ 젊은이들의 기름 떼 닦는 모습 젊은이들의 기름 떼 닦는 모습입니다. 여기 앞에 있는 여자 청년은 벌써 두 번째 자원봉사 길입니다. 이 친구가 아주 작은 돌멩이를 들고 닦고 있었습니다. 저는 그 모습이 마냥 신기해서 질문을 던졌던 것이구요.
ⓒ 권성권

관련사진보기



우리 일행들은 백사장 길목을 따라 저 멀리 있는 여러 바위틈 속으로 들어갔다. 크고 작은 돌멩이를 비롯해 꿋꿋하게 누워 있는 큰 바위들도 열심히 닦아 냈다.

그런데 우리 일행 중 이미 한 차례 봉사활동을 다녀 온 젊은 대학생이 아주 갖잖아 보이는 돌멩이를 집어들고서 닦고 있었다.

“아니 그렇게 작은 것도 닦나요?”
“그럼요. 이것도 기름 때가 많이 묻어 있는 걸요.”
“그래요?”
“당근이죠. 이것들이 온 우주나 마찬가지예요.”
“아니, 그런 심오한 말을. 그나저나 열심히 닦읍시다.”

뭔가 망치로 한 방 크게 얻어맞은 듯했다. 내 생각에는 적당한 돌멩이나 큰 바위 같은 것들만 닦아내면 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그 작은 돌멩이 하나에도 기름 때가 묻어 있었던 것이다. 그것들이 하나 둘 모여 온 바다를 병들게 할 것이 뻔했다. 그러니 어찌 그것이 소우주가 아니겠는가. 그 청년은 그 사실을 일치감치 깨닫고 있었던 것이다.

점심먹는 아이들 모습 한사코 뜨거운 국물에 밥을 먹자고 해도, 아이들은 컵라면 하나면 족하다고 우기면서 밖에서 밥을 먹고 있습니다. 그래도 그것이 맛있고 좋던지 웃음까지 지어보이고 있습니다.
▲ 점심먹는 아이들 모습 한사코 뜨거운 국물에 밥을 먹자고 해도, 아이들은 컵라면 하나면 족하다고 우기면서 밖에서 밥을 먹고 있습니다. 그래도 그것이 맛있고 좋던지 웃음까지 지어보이고 있습니다.
ⓒ 권성권

관련사진보기



사실 며칠 전에 자살한 그 어민도 아마 그런 심정이지 않았을까? 우리야 멀리서 텔레비전이나 방송용 화면으로 볼 뿐이고, 어쩌다 시간이 나면 그냥 와서 한 번 닦고 가면 그만이다. 그러나 그 어민에겐 이곳이 생존의 현장이고, 우주 그 자체이지 않겠는가. 그 온 우주를 잃어버렸으니 어찌 살아갈 희망이 남아 있었겠는가?

우리 일행들은 크고 작은 돌멩이와 바위 밑에 숨어 있는 기름 때를 열심히 닦아냈다. 그리고 잠시 휴식을 취할 무렵, 나는 바다를 향해 몇 걸음 걸어갔다. 커다랗게 누워 있는 바위 옆에 덕지덕지 붙어 있는 조개껍질을 으깨어 보기 위함이었다.

대 여섯 개를 으깨서 속을 들여다보니 정말로 희멀건 빛깔만 띠었다. 죄다 생명을 잃은 것뿐이었다. 그러니 꼬막으로 생계를 유지하던 어민들이 왜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었는지 그 사실을 그제서야 알 것 같았다.

오후 작업을 하기 전에 차 속에서 점심 식사를 간단하게 하고, 오후 들어 작업을 하기 전에 한 컷 찍은 사진입니다. 보기만 해도 그저 듬직한 분들이요, 사랑이 많은 분들이라 생각됩니다.
▲ 오후 작업을 하기 전에 차 속에서 점심 식사를 간단하게 하고, 오후 들어 작업을 하기 전에 한 컷 찍은 사진입니다. 보기만 해도 그저 듬직한 분들이요, 사랑이 많은 분들이라 생각됩니다.
ⓒ 권성권

관련사진보기


어디 그것 뿐이랴. 서해 바다가 온통 기름 때로 오염되었다며 여행객들이 동해안 쪽으로 발걸음을 돌린다고 하지 않던가. 그런 소식들을 들을 때면 태안 어민들의 마음이 얼마나 짓눌러 오겠는가. 더욱이 구호 자금을 쥐고 있는 정부나 관련 공무원들도 펜대만 굴린다고 하니 얼마나 속이 상하겠는가. 지원할 어민들이 있으면 먼저 지원을 해 주고 나중에 갑론을박 따지면 더 좋지 않겠는가.

펭귄처럼 보이는 사람들 돌멩이에 붙은 기름 때를 제거하기 위해 사람들이 많이 몰려들었습니다. 마치 펭귄 떼들을 연상하지 않나 싶을 정도였습니다. 물론 이 모습은 반쪽 짜리 밖에 되지 않습니다. 왼쪽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닦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우리 일행은 이에 비하면 세발의 피였습니다. 그래도 보람된 일이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겠죠.
▲ 펭귄처럼 보이는 사람들 돌멩이에 붙은 기름 때를 제거하기 위해 사람들이 많이 몰려들었습니다. 마치 펭귄 떼들을 연상하지 않나 싶을 정도였습니다. 물론 이 모습은 반쪽 짜리 밖에 되지 않습니다. 왼쪽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닦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우리 일행은 이에 비하면 세발의 피였습니다. 그래도 보람된 일이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겠죠.
ⓒ 권성권

관련사진보기


더욱이 이명박 당선자가 대불산업단지에 세워진 전봇대에 대해 이야기하자 관련자들이 그 곳에 발빠르게 들려 들어 대책을 세웠다고 하니, 그것을 보고 들은 태안 어민들의 억장이 얼마나 무너졌을까? 태안 지역의 피해 어민들에게도 하루 속히 시원한 보상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제발 좀 발 빠르게 해결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 간절할 뿐이다.

외할머니와 외손주의 기름 딱는 모습 환갑을 훌쩍 넘으신 할머니와 외손녀의 기름 때 닦는 모습입니다. 아직 12살 밖에 되지 않는 어린 녀석이었지만, 제일 열심히 닦는 것 같았습니다. 그것이 대견스러웠던지 외할머니도 극구 칭찬을 아까지 않았습니다. 너무 보기 좋은 할머니와 손녀 딸의 모습이었습니다.
▲ 외할머니와 외손주의 기름 딱는 모습 환갑을 훌쩍 넘으신 할머니와 외손녀의 기름 때 닦는 모습입니다. 아직 12살 밖에 되지 않는 어린 녀석이었지만, 제일 열심히 닦는 것 같았습니다. 그것이 대견스러웠던지 외할머니도 극구 칭찬을 아까지 않았습니다. 너무 보기 좋은 할머니와 손녀 딸의 모습이었습니다.
ⓒ 권성권

관련사진보기


우리가 아무리 열심히 닦아 낸다고 해도 겨울철이라 잘 닦이지 않았다. 열심히 닦아내긴 했지만 돌의 본색까지는 드러낼 수는 없었다. 그만큼 얼어붙어 있는 것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만일 여름철이 돌아온다면 이 기름 때들이 녹아 바다로 흘러들어가지 않을까. 그때가 되면 사람들 발길이 다시금 이곳으로 향해야 할지도 모를 것이다.

자원봉사활동 학생들이라 그런지 일을 끝마치고 자원봉사활동확인서를 쓰고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방학 중 그 일을 해야 되고, 학교에 제출해야 되는 것 같았습니다. 그렇더라도 이렇게 와서 제 손과 발로 열심히 봉사했으니 그 또한 좋은 봉사활동이지 않나 싶었을 것입니다.
▲ 자원봉사활동 학생들이라 그런지 일을 끝마치고 자원봉사활동확인서를 쓰고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방학 중 그 일을 해야 되고, 학교에 제출해야 되는 것 같았습니다. 그렇더라도 이렇게 와서 제 손과 발로 열심히 봉사했으니 그 또한 좋은 봉사활동이지 않나 싶었을 것입니다.
ⓒ 권성권

관련사진보기


서울을 향해 올라가는 길목, 바닷바람을 맞으며 열심히들 돌을 닦았는지 여기저기 코를 고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만큼 힘들게 일한 탓도 있었으리라. 그래도 돌에 묻은 기름 때를 닦아 내며, 태안 어민들의 눈물을 조금이나마 닦아 줄 수 있었다는 생각에 도리어 감사할 뿐이었다.


#태안 기름 떼 제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