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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꽃 예쁘죠?”


  집사람의 말에 대답할 수가 없었다. 속이 부글부글 끓고 있는데,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꽃이 예쁘다는 생각은 아예 할 수조차 없었다. 온통 아이 생각뿐이었다. 어찌 그렇게 행동할 수가 있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백번 양보하여 어른이 되었으니, 그럴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을 해보아도, 용납이 되지 않는다.

 

 

  ‘내가 저를 어떻게 키웠는데--.’


  그 것은 배신감이었다. 그럴 수는 없는 일이었다. 지극 정성을 다 하여 키우고 보살폈는데, 아빠의 말을 그렇게 무시할 수 있단 말인가? 믿어지지 않는다. 그렇지만 분명한 현실이니, 그 것을 어쩌란 말인가?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대안을 강구할 수가 없었다. 아이가 그렇게 할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도 하지 못한 것이다.

 

  밤 9시가 다 되어서 밖에 나간다고 하였다. 꼭 나가야겠느냐고 되물어도 소용없었다. 11 시까지 들어올 것을 약속을 받고 허락하였다. 그런데 12 시가 넘어서도 감감 무소식이었다. 걱정이 되었다. 진득하지 못하다는 아내의 핀잔을 감수하면서 전화를 걸었다. 그런데 전화를 받지 않았다. 한번, 두 번 세 번--.

 

  비상이 걸렸다. 집사람이 일어나고 둘째와 셋째가 일어났다. 전화를 걸면서 친구들에게 연락을 해보아도 감감 무소식이다. 자식을 둔 부모의 마음은 모두 다 같다. 그 것도 딸자식을 두고 있는 부모의 마음을 노심초사하지 않을 수 없다. 시간은 흘러서 새벽 2시가 다 되어서도 연락이 되지 않으니, 난감하였다.

 

 

결국 택시를 타고 부근을 찾아보기로 하고 집을 나서게 되었다. 집사람이 집을 나서면서 마지막이란 심정으로 전화를 걸었다. 그 때서야 아이는 전화를 받았다. 어찌나 반가운지, 몰랐다. 시끄러워서 전화 벨 소리를 듣지 못하였다면 아이의 대답에 어느 정도 마음을 진정시킬 수 있었다. 빨리 들어오라고 하고는 기다렸다.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아이가 들어와야 안심할 수 있었다. 그런데 아이는 들어올 시간이 지나서도 들어오지 않았다. 속이 다시 부글부글 끓어오르기 시작하였다. 다시 전화를 하여도 받지도 않는다. 얼마나 지났을까? 한참 뒤에서야 아이가 들어왔다. 그렇지만 일어나는 격한 감정으로 잠을 들 수가 없었다.

 

  혼란스러웠다. 그렇게 밤을 새웠다. 마음을 잡지 못하고 있는 나를 위로하기 위하여 집사람이 빨간 꽃을 피운 선인장을 내보이고 있는 것이었다. 초록 선인장 줄기 끝에서 빨갛게 피어난 꽃이 그렇게 예쁠 수가 없었다. 길게 내민 수술의 모습이 그렇게 우뚝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그 것이 조금도 마음에 들어오지 않았다.

 

 

“진정하세요.”
  “어떻게 진정하라는 거야?”
  “그럼 어떡할 거예요? 다 큰 아이를 때릴 것에요? 아니면 쫓아낼 거예요?”

 

  집사람의 말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아이는 죄송하다고 하였다. 그런 아이에게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때릴 수도 없는 일이고, 때려서도 안 되는 일이었다. 그렇다고 하여 쫓아낼 수는 더더욱 없는 일이 아닌가? 사랑으로 아이를 키웠지만,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었다. 마음은 끓고 있었지만, 구체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었다.

 

  ‘공한 본질을 터득하고 빈 마음으로 대할 수밖에 없구나.’
  아이를 키우면서 뭔가 대가를 바라면서 키운 것은 아니지 않은가? 이제 어른이 되었으니, 훨훨 날아갈 수 있도록 마음을 비워야 마땅하지 않은가? 노심초사의 한 구석에는 미래에 무엇인가를 바라는 마음도 작용하고 있음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나의 잘못을 인정하게 되니, 분노의 마음이 시나브로 진정이 되는 것이다.

 

 

“빨간 꽃이 참으로 예쁘네.”
  눈에 전혀 들어오지 않던 선인장의 꽃이 갑자기 우뚝해진다. 초록과 빨강으로 어우러진 아름다움이 온 몸에 전해진다. 미운 마음이 앞섰던 아이에 대한 생각도 사라졌다. 집 사람의 말 한마디에 세상이 갑자기 달라진 것이다. 선인장의 빨간 꽃이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었다. 지옥이 갑자기 극락으로 바뀌어버린 것이다.


태그:#꽃, #아이, #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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