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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호 전 오마이뉴스노조 위원장(오른쪽)과 정운현 대표가 성금을 전달하고 받은 통장을 함께 보여주고 있다.
 이준호 전 오마이뉴스노조 위원장(오른쪽)과 정운현 대표가 성금을 전달하고 받은 통장을 함께 보여주고 있다.
ⓒ 조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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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동포 허병숙 할머니 가족에게 보내드리는 모임'(대표 정운현 오마이뉴스 전 편집국장)은 18일 저녁 서울 광화문의 한 식당에서 모였습니다. 이날 모임에는 정운현 대표와 이상철(72·사립학교개혁국민운동본부 정책자문위원) 선생님 등 10여 명이 참석했습니다.

이날 모임에서는 '오마이뉴스노동조합'(위원장 이병한)의 성금 전달이 있었습니다. 이준호 <오마이뉴스> 전 노조위원장은 이날 모임에 참석해 <오마이뉴스> 전 편집국장인 정운현 대표에게 성금 200만원을 전달했습니다. 이 사업은 2007년 집행부 사업이라 전임 위원장이 참석한 것입니다.

이준호 전 위원장은 "노조가 매년 가방과 잠바 등을 선물로 지급해 왔는데 조합원들이 '올해는 뜻 있는 일에 조합비를 사용하면 좋겠다'는 의견을 모아줬다"면서 "마침 <오마이뉴스> OB 선배들이 허병숙 할머니 고향 보내드리기를 추진하고 있어 이 일에 전적으로 동의하며 후원금을 전달하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1월 20일 현재 692만원이 모금 되었으며, 성금에 동참한 분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최승주(통장 개설) 5만원 △오세훈(굿브릿지커뮤니케이션즈 대표) 10만원 △박한솔(오마이뉴스 독자) 17만원 △이수현(삼남석유화학 여수공장장) 30만원 △서울광염교회 30만원 △이상철 선생님 부부와 맏아들 부부 100만원 △박경혜(오마이뉴스 독자) 10만원 △오마이뉴스노동조합 200만원 △조호진-최승주 부부 30만원 △하름교회(담임목사 정언용) 200만원 △정운현(오마이뉴스 전 편집국장) 대표 30만원(약정) △익명의 후원자 30만원

이상철 선생님 부부와 맏아들 부부께서 100만원을 쾌척해 주셨습니다. 이 선생님은 칠순의 고령에 불구하고 사학개혁운동에 앞장서면서 어른 자리를 맡기보다 궂은 일을 도맡아 하시는 분입니다. <오마이뉴스> 독자인 박한솔, 박경혜씨를 비롯해 이수헌 삼남석유화학 여수공장장 등이 할머니 고향 보내드리기에 동참하셨습니다.

1050만원 1월말까지 모금... 고향 갈 의사 확인한 뒤 성금 전달

하름교회(담임 정언용)는 작은음악회를 통해 할머니 고향 보내드리기 성금을 모았습니다.
 하름교회(담임 정언용)는 작은음악회를 통해 할머니 고향 보내드리기 성금을 모았습니다.
ⓒ 조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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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모임의 주요 논의는 허병숙 할머니 고향 보내드리기 방향에 대한 점검이었습니다. 할머니가 마음을 닫으면서 독자 투쟁 의지를 거듭 다진 것입니다.

지난 3일 할머니는 후원자들의 위로 방문을 거절하더니, '효도신발'과 '목도리' 등 드렸던 선물까지 가져가라고 하는 등 마음이 뒤틀려 졌습니다.

할머니의 마음을 녹이려고 애쓴다고 했지만 고향 보내드리는 일에 대해 의심과 경계를 풀지 않는 것입니다. 이해합니다. 한국에서 얼마나 당했으면 저렇게 완강하겠습니까. 저 고집이 할머니를 살아 있게 만드는 힘이고, 투쟁의 원동력일 것입니다.

고향 보내드리기를 시작하기 전에 동포(물론 한국의 가난한 사람도) 돕는 일에 지혜로움과 겸손함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여러 모로 부족했고 교만했던 것 같습니다.

아울러 동포 가운데 일부는 자신들을 이용해 이익을 챙기려고 돕는 일을 한다고 오해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오해는 도움을 주고받는 일에서 늘 있어 왔는데 그 책임은 돕는 자에게 있을 것입니다.

할머니 고향 보내드리기 방향에 대해 논의한 결과 ▲할머니 체불임금인 1050만원의 성금을 1월말까지 모은다 ▲성금이 모아지면 할머니의 의사를 확인한다 ▲고향 가시겠다는 의사가 분명하면 고향 보내드리는 절차를 밟은 뒤 성금을 전달하기로 했습니다. 아울러 도움을 완강하게 거부할 경우에 대해서는 추후 논의하기로 했습니다.

<그것이 알고 싶다>가 중국동포의 여러 문제를 다룬 '조국을 찾아온 조선족, 중국동포'를 19일 방영했습니다. 허병숙 할머니의 딱한 사연도 주요하게 다뤘는데, 가장 또렷이 남는 것은 할머니 딸의 목소리입니다.

"엄마 빨리 오오, 이번 달에 오는 걸로 하오, 엄마 와서 같이 설 쇄야지, 다 기다리니까 빨리 와요!"

"도움 필요 없다" - "돈 모았으면 나를 줘야 한다"

허병숙 할머니는 "동포 돈을 떼어먹는 사람을 강력하게 처벌하는 법을 만들라"고 촉구했습니다.
 허병숙 할머니는 "동포 돈을 떼어먹는 사람을 강력하게 처벌하는 법을 만들라"고 촉구했습니다.
ⓒ 조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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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서울 구로구 가리봉1동 '외국인노동자의집/중국동포의집' 쉼터에 거주하는 허병숙 할머니를 찾아뵙습니다.

할머니에게 심경을 여쭈어 봤더니 "누구 도움 필요 없다"고 잘라 말하셨습니다. 그런 한편 "내 이름을 팔아서 돈을 모았으면 나를 줘야 한다"고 이해적인 모습도 보였습니다. 다음은 할머니와 나눈 대화 내용입니다.

- 너무 추운 날씨인데 오늘도 1인 시위를 다녀오셨어요.
"너무 추워서 안 갔소."

- 힘드시죠.
"일 없소."

- 정부에 대해서 하고 싶은 말씀 있으세요.
"동포 돈(임금)을 떼먹지 못하도록 강하게 처벌하는 법을 만드시오. 그리고 대출을 억지로 라도 하게 해서 돈을 갚게 하시오. 한국 정부는 나의 이런 의견을 듣고 법을 만들어야 합니다."

- 할머니가 원하는 법을 만들기가 쉽지 않을 것 같은데요?
"그러니까 이런 법을 만들 때까지 동포들을 대표해서 한국 정부와 싸우겠다는 겁니다."

- 만약에 할머니가 돌아가시면 어떡합니까?
"싸우다 죽으면 내 뒤를 이어서 다른 동포들은 그런 법이 만들어질 때까지 싸워야 합니다."

- 그런데 문제는 다른 동포들이 나서지 않잖아요? 혼자서 싸우려면 힘드실 텐데요.
"여태까지 나 혼자 싸웠는데 무슨… 한국 정부(노동부 근로감독관)와 경찰들은 식당주인을 오히려 감싸줬지만 내 혼자 힘으로 찾아냈소. 중국 정부는 이런 사람(임금체불 식당주인)들을 찾아줄 뿐 아니라 강력하게 처벌합니다."

- 그런데 할머니를 도우려는 사람들마저 거부하는 것은 좀….
"필요 없소. 나 혼자 싸울 수 있소. 누구 도움 필요 없소."

- 그럼 모은 성금을 다른 동포들을 위해 사용해도 되겠네요.
"그건 안 되오. 내 이름을 팔아서 돈을 모았으면 나를 줘야 합니다. 다른 사람을 주면 안 됩니다."

- 더 하고 싶은 말씀 있으세요.
"동포를 깔보는 사람들이 너무 많습니다. 동포를 깔보기 때문에 돈(임금)을 떼먹는 겁니다. 한국 정부는 동포를 깔보는 사람들을 교육시켜야 합니다."

허병숙 할머니가 청와대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가운데 청와대를 관람하러 온 어린아이들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허병숙 할머니가 청와대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가운데 청와대를 관람하러 온 어린아이들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 조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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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중국동포, #체불임금, #고향 보내드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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