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기업체 등이 업무를 시작한 22일 오전 10시, 대구시 달서구 한 아파트 주차장에는 모두가 출근한 시간대임에도 주차되어 있는 차들로 빈 공간을 찾기 어려울 정도였다. 최근 무섭게 치솟은 유류비에 부담을 느낀 주민들이 자동차 사용을 줄이거나 아예 사용을 포기한 채 장기 주차하는 경우가 많아 한낮에도 차량으로 붐비는 것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여야가 합의한 유류세 10%인하 방침은 재경부와 청와대의 반대로 인해 시행되지 못해 서민들의 유류비부담을 가중시키고 있어 비난이 고조되고 있다.
재경부 등은 유류세를 10% 이하 할 경우 세수감소분이 너무 심하고 정작 유류세 인하의 혜택이 서민들에게 돌아가지 않는다는 논리를 내세우며 법 개정 없이 탄력세율을 20%에서 30%로 올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또 유류세를 인하 할 경우 불필요한 소비를 촉진시킨다는 이유도 유류세 인하반대의 이유로 들고 있다.
하지만 시민들의 반응은 한마디로 기가 찬다는 분위기다. 정부의 논리대로라면 현재의 고유가를 유지해야 서민들의 유류소비를 억제하거나 차단할 수 있다는 것으로 에너지자원의 소비권리를 고유가를 감당할 수 있는 일부 부유층의 전유물로 보는 것이 아니냐는 비난의 목소리다.
어차피 부유층들은 휘발유 가격이 리터당 2천원이 되더라도 유류비의 부담 때문에 자동차 운행을 줄일 가능성이 없고 부유층이 난방을 줄이는 노력을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결국 돈 없는 서민들의 에너지 이용권리만 차단해 고통을 준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전국의 지자체들이 유류의 소비를 억제하고 대중교통의 이용을 늘린다는 이유로 지자체 주차장의 유료화를 했거나 추진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국민들의 시선이 곱지 않다.
특히 대구시의 경우 지하철이 1, 2호선만 건설되어 있는 탓에 지하철 이용의 편리성이 떨어지는 데다 버스와의 환승 등에 대한 시민들의 불편이 커 대중교통의 이용이 편리하다는 지자체의 주장은 설득력을 잃고 있다.
이런 실정에서 주차장의 유료화는 최근 들먹이고 있는 물가상승과 함께 서민들의 부담만 가져다줄 뿐 주차장 유료화로 인한 유류사용의 억제효과는 미미할 것이란 지적이 많다.
대구경실련 김수원 시민안전감시단장은 “기름 값이 무서워 엄동설한에도 이불을 뒤집어 쓴 채 버티는 서민들의 고통을 외면하고, 유류가격을 내리면 그런 사람들이 유류의 과소비를 할 것이란 주장을 펴는 것은 한 마디로 어불성설이 아닐 수 없다”고 관계당국을 비난하고 “우리나라에서는 부자들만이 자동차를 사용하는 나라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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