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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눈물>
 <행복한 눈물>

리히텐슈타인의 <행복한 눈물>과 프랭크 스텔라의 <베들레헴병원>은 어디에 있을까.

삼성 비자금 의혹을 수사 중인 조준웅 특별검사팀은 이틀째 에버랜드 창고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이고 있다. 삼성이 비자금을 통해 구입한 것으로 의심되는 그림들을 샅샅이 찾고 있다.

특검의 핵심 압수수색 대상은 김용철 변호사가 제기한 30여점의 그림들이다. 특히 시가 100억원대에 이르는 프랭크 스텔라의 <베들레헴 병원>과 80억원대인 리히텐슈타인의 <행복한 눈물>의 존재여부가 초미의 관심대상이다.

삼성 측은 지속적으로 말을 바꿔가며 그 그림들의 존재 자체를 부인하고 있다. 에버랜드 창고에 대한 압수수색이 전격 실시됐던 21일까지만 해도 말을 삼가던 삼성문화재단도 오늘(22일)은 적극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특검이 아무리 뒤져도 나올 게 없다는 얘기다. 벌써 다 치웠다는 얘기가 될 수도 있다.

삼성, "<행복한 눈물> <베들레헴병원> 없다"

지난 10일 첫 삽을 뜬 삼성특검은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 지 5일째 되던 날 이건희 회장의 개인 집무실 승지원 등 8곳에 대한 강도높은 압수수색을 벌였다. 6일째 되던 날은 삼성본관과 이 회장의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였다.

그러나 서울 태평로 삼성본관 27층에 있을 것이라는 비밀금고는 발견하지 못했다. 사무실 구조와 위치도 이미 달라진 상태였다. 김용철 변호사의 문제제기가 있은 뒤 석 달만의 압수수색이니 털어도 나올 게 없었다. 특검과 삼성 측의 진실게임 제1라운드는 사실상 삼성측의 판정승이었던 셈이다.

그리고 제2라운드, 에버랜드 압수수색은 이틀째 지속 중이다. 에버랜드 압수수색은 문제가 제기된지 하루만에 이뤄졌다. 언론보도 직후 특검은 즉각 법원으로부터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전격 압수수색을 벌이고 있다.

압수수색 영장 발부에 매우 까다로운 법원이 즉각 영장을 내줬다는 것은 특검이 들고간 영장 신청내용이 상당히 설득력을 얻고 있다는 반증도 된다. 

그러나 창고에 보관된 작품들이 적게는 수천 점, 많게는 수만 점으로 워낙 방대한 분량이어서 앞으로도 상당한 시간이 걸려야 전체적인 압수수색의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하루 이틀 사이에 압수수색 전모가 드러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윤정석 특검보는 22일 오전 수사브리핑을 통해 "어제(21일) 오후 4시부터 시작된 용인 에버랜드 창고에 대한 압수수색은 현재까지도 일부 잔여 인원이 남아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종료 없이 계속 되고 있는 것"이라며 "모든 작품들이 하나씩 포장돼 있어서 이걸 일일이 개봉해 확인 작업을 거치고 있다"고 밝혔다.

윤정석 특검보 "에버랜드 창고 압수수색 계속되고 있다"

윤 특검보는 고가 그림 이외에도 압수수색 현장에서 나오는 서류 등에 대해서도 모두 압수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특검 측은 고가 미술품들이 보관된 창고에 대한 압수수색인 관계로 미술전문가의 조언을 얻어 현장상황을 파악하고 있으나, 워낙 방대한 규모인데다 수사 인력은 한정돼 있어 작업속도가 빠르게 진행되는 양상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윤 특검보도 이날 "(압수수색) 종료시점을 정확히 알 수 없다"며 "어떤 그림 품목과 어떤 종류의 미술품이 있는지 등에 대해서도 잘 모른다"고 구체적 언급을 삼갔다.
 
실제 특검 측이 생각했던 것보다 워낙 규모가 크고 종류가 다양해 압수품을 어떻게 처리할지를 두고 고민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우선 특검은 형사소송법 제130조를 현실에 적용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 법에 따르면, 검찰 압수품 보관창고로 운반하기 어려운 압수물의 경우에는 따로 '간수자'를 두거나 소유자의 협조를 얻어 현장에 보관할 수 있다. 그러니까 특검이 정한 간수자나 미술품의 소유자인 삼성 측의 협력을 통해 에버랜드 창고현장에 계속 보관하는 방법을 쓰는 것이다. 

검찰 압수물 사무규칙에 따르면, 문화재나 고가의 예술품도 특수 압수물에 해당되기 때문에 간수자나 삼성 측에 보관을 위탁한다는 뜻을 압수원표 총목록에 작성, 검사의 확인을 받아 현장 보전할 수 있다.

이때 압수물 사무담당 직원은 압수물꼬리표에 압제번호와 증제번호, 사건명과 피의자성명 등을 기재해 압수물에 붙여야 한다.

삼성문화재단 소장품 공식적으로 1만5천여 점

그러나 삼성문화재단 측은 연이틀째 특검팀이 압수수색을 벌이고 있는 용인 에버랜드 인
근 창고에는 김용철 변호사가 비자금으로 구입했다고 지목한 리히텐슈타인의 <행복한 눈물> 등의 작품이 없다고 밝혔다.

삼성문화재단의 한 관계자는 "93년부터 용인 에버랜드 인근의 축사용 창고를 수리해서 항온, 항습 등 기본적인 장치를 갖추고 작품을 보관해왔으며 문화재단이 사용해온 창고는 3개"이며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1965년 이병철 회장이 설립한 삼성문화재단은 현재 한남동 리움미술관, 용인 호암미술관, 태평로 로댕갤러리, 잠실 삼성어린이박물관 등을 관장하고 있으며, 소장하고 있는 작품은 공식적으로는 1만5000여 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과 삼성의 '진실게임' 제2라운드, 누가 이번 판에서 승리를 거두게 될지 점점 흥미가 더해지는 국면이다.

이에 앞서 윤 특검보는 어제 배호원 삼성증권 사장 등을 불러 밤늦도록 조사한 데 이어 오늘도 차명계좌 개설 등 삼성 비자금 모집과 관리에 관여한 것으로 보이는 삼성그룹 임직원 2~3명을 더 소환조사할 방침임을 시사했다.

 삼성 비자금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조준웅 특별검사팀은 21일 오후 고가의 미술품들이 보관되고 있다는 첩보에 따라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의 한 창고를 압수수색하기 위해 창고 입구로 들어서고 있다.
 삼성 비자금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조준웅 특별검사팀은 21일 오후 고가의 미술품들이 보관되고 있다는 첩보에 따라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의 한 창고를 압수수색하기 위해 창고 입구로 들어서고 있다.
ⓒ 연합뉴스 신영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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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윤 특검보와 기자들이 나눈 일문일답이다.

- 압수수색 과정에서 미술전문가의 자문은 얻었나.
"미술전문가의 자문을 얻어 현장에 간 걸로 알고 있다. 그런데 미술전문가가 압수수색에 동행했는지에 대해서는 확인을 못하고 있다. 다만 추가 압수수색 과정에서 여러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미술전문가의 자문은 특검팀의 압수수색을 효율적으로 하기 위한 자문 정도다."

- 고가 미술품 이외에 창고에 보관 중이라는 서류도 확보했나.
"미술품 확인 작업뿐만 아니라 필요하다면 서류 존재도 확인했을 것이다. 압수수색 장소가 주로 미술품이 보관된 창고이기는 하나 수사에 필요한 사항이 있다면 모두 확인을 해봤을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

- 앞서 '비자금으로 구입했다고 의심되는' 미술품이라고 했는데, 의심의 주체는 특검인가.
"김용철 변호사가 언론을 통해 언급한 목록을 주로 확인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 압수수색 상황에 대해 설명해 달라.
"워낙 작업이 간단하지 않은 모양이다."

- 압수품 보관은?
"만일 우리가 목표로 하는 압수물이 발견되면 어떤 조치를 하느냐에 대해서는 말하기 어렵다. 우리는 법 규정이나 압수물 처리 규칙에 따라 처리한다. 법 규정을 확인해보면 압수물은 어떤 데에 어떻게 보관한다 등의 규정이 돼 있다. 통상적인 규칙에 따라서 처리할 예정이다."

- 오늘은 몇 시부터 압수수색이 재개되나.
"어제 갔던 인원이 잔여하고 있으니까 압수수색 작업이 종료되지 않고 계속 진행되는 과정으로 보면 된다. 비자금으로 구입했다고 의심되는 미술품이 있다면 확인해볼 것이다."

"어떤 품목과 어떤 종류의 미술품이 있는지는 잘 모른다"

- 삼성측은 합법적으로 구입한 것들이라고 밝혔는데.
"압수수색 목적이 의혹사항에 관련된 사항을 확인하러 간 거니까…."

- 삼성문화재단이 미술품 구입경로 등에 대해 진술하고 있나.
"그 쪽에서 어느 정도 협조하는지는 모르겠다."

- 아까 미술품을 개봉해서 보고 있다고 했는데 보관상태가 어떻게 돼 있나.
"미술품이 완전히 전시될 때처럼 오픈돼 있는 게 아니라 보관창고이기 때문에 하나씩 포장돼 있었다. 그래서 그걸 개봉해서 확인하고 있다. 미술품 목록이 있으면 확인이 쉬울 수도 있을 텐데. 지금 그 쪽 현지 상황이 어떤지는 잘 모르겠다."

- 삼성에서는 그 창고가 정식 수장고라고 밝혔는데 삼성측 해명이 맞나.
"구체적으로 어떤 첩보내용이 들어왔는지는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 창고의 건축물 용도 허가는 따로 받을 필요가 없을 거다. 건축법상의 위법행위가 있을 것으로는 보지 않는다."

- 압수수색은 언제쯤 종료될 걸로 예상하나.
"종료시점을 정확히 알 수 없다. 구체적인 현장상황을 잘 모른다. 구체적으로 뭐가 있는지 일일이 말하기는 어려우나, 실제로 구체적으로 어떤 품목과 어떤 종류의 미술품이 있는지 등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또 압수수색 결과를 증거물로 이용을 할 방법…, 그것도 말씀드리기가 어렵겠다. 일반적인 형사소송법이나 여러 압수물 상호규칙을 보면 대개 어떤 방법으로 하겠다는 걸 감 잡을 수 있다. 여기서 구체적으로 언급하는 것은 마땅치 않다. 관련법규를 찾아봐라. 압수물은 압수해서 다 가져오지만 경우에 따라 운반이 어려울 수도 있고 보관이 힘든 경우에는 대개 어떻게 하라는 일반적 규칙이 있다."


태그:#삼성 특검, #행복한 눈물, #에버랜드 압수수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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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입사. 사회부(2007~2009.11)·현안이슈팀(2016.1~2016.6)·기획취재팀(2017.1~2017.6)·기동팀(2017.11~2018.5)·정치부(2009.12~2014.12, 2016.7~2016.12, 2017.6~2017.11, 2018.5~2024.6)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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