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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수목드라마 <뉴하트>에서 흉부외과 레지던트 1년차 이은성을 연기하는 지성.
 MBC 수목드라마 <뉴하트>에서 흉부외과 레지던트 1년차 이은성을 연기하는 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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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곤이 짙은 안개처럼 눅진하게 묻어나면서도 부드럽지만 깊은 울림이 매력적인 목소리로 지성이 말했다. 날마다 기껏해야 한두 시간 잘 만큼 시간과 싸우며 MBC 수목드라마<뉴하트> 이은성을 연기하는 그와 만나기란 하늘에서 별 따다 머리에 꽂기만큼 힘들었다. 급기야 수차례 '불발' 뒤인 지난 15일 저녁 무렵에야 007 접선처럼 긴박하게 난 자투리 시간을 틈 타 전화로 접선 했다. 밥 먹는 시간마저 쪼갠 인터뷰였다.

그는 <뉴하트> 이은성을 연기하며 가장 힘든 건, 죽도록 잠을 못 자는 것보다, 죽어가는 환자를 돌볼 때마다 환자가 죽을 때마다 받는 '상처'라고 말했다. 촐싹거리는 명랑 소년 이은성이, 강한 척 하지만 실은 약한 남혜석 머리를 쓰다듬는 손짓 하나에, 아픈 환자를 보듬고 살피는 손짓 하나에 왠지 모르게 가슴과 눈시울이 뜨뜻해지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그는 배우의 '진정성'에 대해 말했다. 진정성을 담아 연기하고 싶다고 말했다.

- 괜찮나? 잠 못 잤다면서?
"거의 4일 밤 샜다. 김밥 먹고 찍고, 한두 시간 잔다. 잠깐 짬나면 잔다."

- 그게 되나? 대본도 외워야 하고 연기도 해야 하는데.
"되더라. 레지던트 1년차가 이러고 사는 게 아니겠냐. 살려보자.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 군대 갔다 오느라 2년간 공백도 있어서 작품 선택할 때 꽤 고심했을 것 같다. 그런데 왜 <뉴 하트>를 선택했나?
"메디컬이라는 드라마의 매력, 이은성 캐릭터에 매력을 느꼈다. 군대 갔다 와서 어떤 모습 보여드릴까 생각하다 은성이 밝고 힘차고 나한테도 어울릴 거 같고, 기다리던 분들한테도 재밌게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았다."

촬영 전에 수술 장면 직접 보고, 인형 꿰매며 연습하고

이은성은 어떤 인물인가?
"일단 부모 없이 고아로 자라왔고 고아원 출신인데, 드라마엔 과거 소개 안 되지만 방황했을 수 있고 고아원에서 장남 역을 했던 친구 같다. 살아왔던 환경 속에서 뭘 할까. 고민하며 지방 신설된 의과대 다니다가, 최강국을 만난다.

이은성은 의사란 직업에 맞지 않게 꼴통스런 모습이 있다. 그걸 표현하면서 욕먹지 않을까 했는데 오히려 그게 은성이 지닌 매력 같다. 가능하지 않은 상황 속에 광희병원에 들어왔고, 자기 목표를 세우고 성실히 살다보니 은성이 특별히 거친 것일 수도 있다. 그런 것들을 살리고 싶었다.

흉부외과에서 규율이 엄격하다고 들었고 실제로도 봤지만, 실제 은성은 많이 넘나든다. 할 말 없을 정도로 그런 행동들이 많이 보이는데, 그 적정선을 정하기가 초반엔 많이 어려웠다. 하지만 오히려 막 나가는 꼴통인 애가 우리나라에서 서울대학병원 같은 최고 엘리트 모인 데 들어와서 당연하게 그럴 수 있을 거 같단 생각이 들더라. 그들에게 기가 눌릴 애는 아닌 거 같고, 뭔가 배워야겠는데 그들 규율에 맞추면 그들이 나한테 신경쓰지도 않을 거 같다. 오더리(남자 간호보조원) 정도로만 생각한다. 은성이라면 뭔가 설레발치며 나에 대한 존재를 알리고 다녀야할텐데, 그게 어떤 식으로 가능할까? 그럼 대차게 가자, 그랬다. 초반에 시청자들이 '과연 저런 의사가 있을까?' 그러더라도 내가 연기로 설득을 시키자. 그랬다.

지금 드라마 중반인데 드라마 끝날 때까지 보여드리고 싶은 은성이 모습이 있다. 레지던트 1년차가 점차 의학도로 변해가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회를 거듭하며 실제로도 뭔가 많이 배워가는 느낌이다."

<뉴하트>의 이은성(지성).
 <뉴하트>의 이은성(지성).
ⓒ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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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마도 했다. 꽤 신경쓴 거 아닌가?
"머리에 신경쓰지 않기 위해서다. 레지던트 생활이 때로는 씻지도 못하고 24시간 풀가동 하는 거라 들었다. 그래서 일부러 이런 머릴 했다."

- 흉부외과 레지던트 1년차 이은성 역을 위해,  연기 말고 따로 준비한 게 있나?
"<뉴하트> 하기로 결정난 뒤, 삼성서울병원에서 자문해주셨다. 레지던트 1년차 분하고 같이 다니면서 회진도 같이 하고 같이 생활하고 그랬다. 에피소드도 듣고 식사도 같이 하고 수술방도 들어가고 중환자 치료하는 것도 직접 봤다.

어떻게 보면 이 드라마에서 어떤 배우들보다 내가 수술방에 더 많이 들어가고 하지만, 레지던트 1년차라서 표현해야 될 건 사실 별로 없다. 용어들도 많고 외워야 될 것도 많다고 하는데 일단 흉부외과 용어들부터 시작해서 기본적으로 알아야 할 걸 외웠다.

또 의사가 상처부위를 꿰매잖아. 드라마 상에서 인형 갖고 (꿰매는) 연습하는 장면이 나온다. 은성이 오른손잡이인데 훌륭한 의사는 왼손도 쓴다고 해서, 평소에 왼손으로 (꿰매는) 연습하는 장면이 있다. 그런 작업들을 항상 연습을 많이 했다. 이런 별 거 아닌 행위 속에서 내가 자꾸 의사가 돼간단 느낌이다. 갈수록 레지던트 1년차 모습을 갖춰가는 거 같다. 실제로 성숙해지고 의사 모습으로 변해가는 거 같다."

"잠 못 자는 것보다, 가슴이 메어져 더 힘들다"

- 제일 힘든 게 뭔가?
"잠 못 자는 거. 그런데 실질적으로 레지던트 1년차가 된 느낌이라……. 하하. 드라마 역할 상 가장 힘든 점은 사실 그거다. 상황 따라 환자가 바뀌잖아. 그때마다 환자 한 명 한 명 대할 때 어떤 마음일까. 은성이라면 어떻게 그 환자하고 시간 보내며 '케어'할까. 생각 많이 하는데, 거기에서 오는 감정이라고 할까.

간단한 수술 환자가 있고 죽어가는 환자, 죽을지 모르는 환자가 있다. 대본상 나오지만 결과 모른다고 생각 하고 그 환자를 바라볼 때, 가슴이 메어진다. 되도록 즐겁게 생각하고 촬영하는데, 매번 새로운 상처를 받는다고 할까. 환자 살리면 희망을 얻고, 환자가 죽어 가면 내가 상처를 받고 그런다. 감성 자체의 문제 같다. 표현하기도 힘들고 생각하기도 힘들어지고."

 - 연기가 진짜 좋아졌다. 그런 이야기 많이 듣지 않나?
"듣는데, 전 솔직히 겸손떠는 건 아니고 아직 미흡해 죄송하다. 더 좋은 연기를 보여드려야 하는데. 아무래도 군대 갔다 오면서 한두 살 더 나이 먹어서 여유가 생기지 않았을까? 또 군대에서 그토록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이었기 때문에 나만의 열정이 아닐까 싶다.

- 군대 갔다 오고 나서, 연기가 가치관이나 이런 게 달라지거나 바뀐 건 없나?
"이게 대답이 될지 모르지만, 군대 잘 갔다 왔다고 생각한다. 왜냐면 연기자, 배우들이 배우생활 하면서 실제로 경험할 수 있는 부분들이 한계가 있다. 테두리 안에 생활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또 다른 측면에서 (군대에서) 많은 걸 느끼고 직접 경험하고 변화가 있었을 거라 생각한다. 얻은 것도 많고.

2년이란 시간이 나한텐 소중했다. 어찌 보면 연기자로 걸어가야 할 길, 방향 모색에 있어서도 생각의 폭이 넓어진 거 같다. 그래도 나이 한 두 살 더 먹었으니 깊어지지 않았겠나. 하하하. 2년 동안 본의 아닌 상황에서 연기를 못하게 되니 더 하고 싶고, 하고 싶은 것도 많아지더라. 그래서 처음 작품 고를 때, 힘들었다. 이것도 하고 싶고 저것도 하고 싶고. 하하. 그런데  <뉴하트> 이은성 역은 '내가 꼭 하고 싶다. 잘할 자신 있다' 그랬다."

- 방송 보면 어떤가? 맘에 드나?
"부족하다. 나만의 캐릭터를 보는 디테일한 측면일 거 같은데, 느낌 자체는 좋다. 조금씩 보여주는 거 같고. 하지만 의사가 돼야 하는데, 더 의사가 돼야 하는데, 부족해서 마음에 안 들고 그런다. (웃음) 좀 더 의사로써, 진정한 의사가 되고자 하는 마음이 컸을 때 내 '신'을 접하는 마음이 다를 거라 생각한다. 객관적으로 판단하기 어려우니까, 마음에 들 리가 없다. 하하하."

MBC 메디컬 드라마 <뉴하트>.
 MBC 메디컬 드라마 <뉴하트>.
ⓒ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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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 하트>에 연기 잘한다고 하는 쟁쟁한 배우들이 많다. 배우는 것도 많고 도움 주는 것도 많을 것 같다. 같이 하기 어떤가?
"그냥 너무나 좋다. 호흡을 주고받고, 호흡이 잘 맞으니까. 같이 해주시는 것만으로도 도움이다. 지금도 공부한다 생각하고 촬영한다. 같이 하는 분들은 연기 패턴을 보면, 다 자기만의 독특한 색깔이 있다. 방법론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진정성에 대해 배우게 되는 거 같다. 아, 훌륭하구나. 나보다 낫구나. 그런 생각이 든다. 나도 진정성 갖고 캐릭터에 몰입할 수 있고. 조재현 선배가 최강국을 너무나 잘 소화해, 그 분 열정 보며 많이 배우고 느낀다."

메디컬 드라마 일부러 안 봤는데, 어? 나만의 이은성 아니었나?

- 최강국이란 인물, 드라마에선 멋지지만 만약 개인적으로 보자면 어떤가?
"한없이 파고들어가고 한없이 노력하고 한없이 환자를 생각하고, 내 마음은 하난데 환자 하나하나 신경 쓰는 마음들, 쉽지 않은 부분이란 생각은 든다. 은성이란 캐릭터라면 모든 환자를 살리는 의사가 되는 게 꿈이고, 개인적으로 봤을 때 그대로 살기엔 힘든 삶이지 않을까? 하하하. 하지만 열정만큼은 닮고 싶다."

- 최근 메디컬 드라마가 많았다. <하얀거탑>이나 <외과의사 봉달희>도 있고, 외국 드라마 <그레이 아나토미>도 있다. 혹시 이런 메디컬 드라마를 봤나?
"메디컬 드라마, 본 적이 없다. 일부러 안 보기도 했다."

- 왜?
"메디컬이란 장르라고 해서 무조건 메디컬 드라마나 영화를 보기보다 병원에 가서 생활하는 게 더 낫다고 생각했다. 실제적인 게 더 중요하다 생각한다.

가장 중요한 건 <하얀거탑>이나 <외과의사 봉달희>나 둘 다 방송할 때가 내가 군대 있을 때다. 볼 기회 없어 보진 못했는데, 봐야겠단 생각은 안 들었다. 그걸 보면 모방을 하게 되거나 이런 식으로 하겠단 생각이 들 것 같았다. 모방에 의한 창조도 있겠지만, 내가 실제로 내 캐릭터 만들어가고 싶었고 나만의 이은성을 만들어보고 싶었다.

그런데 시청자 게시판에서 봤는데, '봉달희' 이요원씨가 했던 모습이 나랑 비슷하다며? 어떤 캐릭터고 어떻게 연기했길래 비슷하단 걸까. 혼자 우스갯소리로 그랬다. 나만이 아니야? 하하하.

사실 현장에서 눈으로 확인했던 것들이 도움이 많이 됐다. 아직 개봉을 안 했지만 그때 영화를 하나 찍고 있었는데, 시간 나면 밥도 삼성서울병원 가서 먹고, '어떤 수술이냐?' '관상동맥 우회술이다' 그러면 같이 꼬박 서서, 일곱 시간을 서서 보고 그랬다.

최강국 교수 실제 캐릭터가 삼성서울병원 이영탁 과장님인데, 이영탁 과장님이 '내 옆으로 와라' 그래서 바로 옆에 서서, 최대한 가까이에서 설명 들으며 보고 그랬다. 내가 마치 집도하는 수술마냥 느껴지고 그랬다. 의국 생활도 어떤 식으로 회진하는지, 선후배 생활은 어떤지, 실제 레지던트 1년차 고뇌 고충이 어떤 건지 많이 듣고 봤다. 그걸 드라마화 하기엔 재미없을 거 같아, 재밌는 에피소드도 많은데 절제해야 하고 그랬지만."

<뉴하트>에서 레지던트 1년차 이은성과 남혜석을 연기하는 지성과 김민정.
 <뉴하트>에서 레지던트 1년차 이은성과 남혜석을 연기하는 지성과 김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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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술실 들어가는 거, 의대생들도 처음엔 거북해 하지 않나. 그런데 일반인으로 수술방에 들어가고 수술 하는 거 직접 보면 비위가 상한다거나 토할 거 같진 않았나? 괜찮았나?
"처음엔 그랬다. 비위가 상한다기보다 무서웠다. 처음 들어간 수술이 '관상동맥 우회술'인데, 가슴 개흉해 다 열어젖히고 심장 꺼내서 핏줄 연결해 수술하는 거였다. 그 모습 봤을 때, 놀랬고, 되게 무서웠다. 볼 기회도 없었고, 상상도 못 해봤던 장면 아닌가. 피가 쭉쭉 뿜어져 나오는데……. 살짝 상처만 나도 우린 '어. 피다!' 그러는데, 솟구치는 피를 보니까. 어! 정말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긴장 됐다.

그런데 계속 보니까 오히려 그런 것보다 이 환자가 얼마나 아플까. 이 수술 어떻게 받아야 될까. 어떤 식으로 수술하냐에 집중하게 되더라. 약간 무뎌진다고 할까. 한편 그런 생각도 한다. 흉부외과 의사들 보면 항상 환자들 살려내기 위해 수술하는데, 꽤 스트레스 받을 거 같다."

처음 수술 보고 되게 놀랬고 무서웠다

- 개인적으로 실제 이은성과 닮았나?
"비슷한 부분도 많다. 일단 연기라는 게 내가 아닌 또 다른 나를 만들어내는 거니까."

- 어떤 게 비슷한가?
"밝은 쪽? 명랑한 부분들이 비슷하다. 밖에선 이리 생활하지만 집에 들어가면 내 나이가 어땠건 부모님 자식일 수밖에 없고, 부족한 자식일 수밖에 없고, 애잖아. 그런 솔직한 모습을 보태, 은성이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 은성 역을 위해서 혹시 감독이 따로 주문하거나 요구하는 건 없나?
"크게 없다. 가끔 선배들한테 (드라마 속에서) 너무 막하면, (감독한테) 너무 싸가지 없다. 그런 제재를 받긴 한다. 하하하."

- 이 배우처럼 되고 싶다거나 하는 닮고 싶은 배우가 있나?
"알 파치노, 로버트 드니로? 이들처럼 되고 싶다. 원래 연기 꿈을 갖게 된 게 고교시절 <레인맨> 이란 영화를 보고서다. 아버지가 비디오로 처음 보여주셔서 본 게 <레인맨>이다. 그때까지 영화를 즐겨 보거나 그러진 못 했다. 그런데 더스틴 호프만이 연기한 자폐증 환자 역을 보고……. 와! 되게 신기했다. 배우란 게 신기하고, 나도 하고 싶었다. 내게 배우 꿈을 꾸게 만들었다. 더스틴 호프만은 지금 자주 나오진 않지만, 그 같은 연기자가 되고 싶다.

또 주드 로 같은 느낌, 숀 펜 같은 느낌? 요즘 들어 많이 생각한다. 국내에선 오히려 남자보다 여자분, 고두심 선배님처럼 되고 싶다.

진정성을 가진, 인간적인 배우가 되고 싶다. 어떤 역을 맡더라도 '진정성'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되는데, 진실만큼 연기를 잘 표현할 수 있고, 진실만큼 좋은 방법이 없는 거 같다."


태그:#뉴하트, #지성, #이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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