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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순동 삼성그룹 전략기획실 사장
이순동 삼성그룹 전략기획실 사장 ⓒ
[기사보강 : 23일 오후 4시 10분]

삼성의 입, 이순동(60) 삼성그룹 전략기획실 사장이 조준웅 특검팀의 소환대상에 올랐다. 삼성그룹 전략기획실 현직 임원 가운데 첫 번째로 특검의 소환조사를 받게 된 이순동 사장은 이학수 부회장의 핵심 측근으로 알려져 있어, 사실상 이번 소환조사는 '이학수 소환의 전주곡'에 불과한 게 아니냐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이순동 삼성그룹 전략기획실 사장은 22일 오후 2시 5분경 서울 한남동 특검 사무실 2층 로비에 도착, 엘리베이터 안에서 간단한 포토세션을 갖고 이형도 삼성전기 비상근 고문역과 함께 8층 조사실로 직행했다.

한국기독교방송(CBS) 프로듀서로 언론계에 입문한 이 사장은 <중앙일보> 사회부 기자를 거친 기자 출신 기업 홍보맨이다. 삼성에서 홍보팀을 창설한 '삼성홍보 역사의 산증인'으로서 26년간 삼성의 입으로 활동해온 그는 지난해 삼성그룹 전략기획실 사장에 임명됐으며, 삼성그룹 대내외 홍보를 총지휘해온 핵심인물이다.

한국 기업홍보의 대부로도 불리는 이 사장은 지난해 한국PR협회장을 역임하면서 국민훈장 모란장을 수상하기도 했다. 아시안게임과 올림픽 등 각종 국제대회의 공식 후원을 통한 스포츠 마케팅에도 주력해 삼성의 글로벌 브랜드 구축에 상당한 기여를 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이순동, 한국 기업홍보의 대부로 불려

10년 언론경력으로 81년 삼성전자 판촉부 과장에 입사하게 된 그는 기자에서 홍보맨으로 인생의 줄기를 바꾸고 한평생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비서실에서 홍보만 맡았다. 한때 그의 펜 끝에 따라 대한민국 언론사의 삼성그룹 전체 광고 집행내역이 결정돼 언론계에서는 이건희 회장보다 이순동 사장이 더 무섭다는 말도 나돌았다.

이어 그는 지난해 1월 이학수 전략기획실장 보좌역 사장으로 승진했고, 윤순봉 전 삼성경제연구소 부사장이 기획홍보팀장(부사장) 자리를 이었다. 이를 두고 일부에선 이 사장이 그룹 홍보의 최고봉, 현장을 지휘하는 야전사령탑에서 후방으로 밀려난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흘러나왔다. 하지만, 삼성쪽에선 전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사장으로 승진했고, 전략기획실 내에서도 홍보 전반에 걸쳐 의견을 조율하는 등 여전히 중요한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이순동 사장의 약력을 살펴보면 '홍보'를 빼고는 그를 설명할 수가 없다. 91년 삼성그룹 회장비서실 홍보담당 이사, 96년 삼성전자 홍보실 홍보팀장(상무이사), 97년 삼성 회장비서실 기획홍보팀 상무이사, 98년 회장비서실 기획홍보팀 전무이사, 동년 삼성 기업구조조정본부(구조본) 기획TF홍보담당 전무이사, 99년 구조본 기획홍보팀장 전무, 2001년 구조본 기획홍보팀장 부사장 등이 약력의 전부다.

특히 이 사장은 2006년 <시사저널> 사태 때 금창태 당시 사장에게 전화를 걸어 이학수 부회장과 관계된 삼성관련 기사를 빼달라고 전한 인물로도 알려져 있다. 사실상 2006년 <시사저널> 파문의 핵심 관계자 가운데 한명인 셈이다.

특검이 이 같은 백그라운드를 갖고 있는 이순동 사장을 전격 소환한 것은 이학수 부회장에 대한 본격 소환조사에 앞선 전초전으로 해석된다. 삼성그룹 내부에서 '이학수 부회장의 오른팔'로 평생 홍보를 해온 사람의 입을 통해 특검이 듣고자 하는 얘기는 차명계좌 개설 경위와 배경, 비자금 조성 및 경위, 언론을 비롯한 정관계 불법로비 대상과 금액, 방법 등일 가능성이 높다.

이순동 소환은 이학수 부회장 소환 전초전

김용철 변호사가 이미 이순동 사장 명의로도 차명계좌가 개설돼 있다고 주장한 바 있어 이에 대한 수사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또한 특검은 이 사장과 함께 이형도 전 삼성전기 부회장을 불러 조사 중이다. 이 전 부회장은 삼성 중국본사 회장과 삼성전기 부회장을 역임한 뒤 현재는 삼성전기 비상근 고문역으로 일하고 있다.

그는 제일모직 기획조정실장과 이건희 회장 비서실 이사를 거쳐 1995~2001년 삼성전기 대표를 지낸 이 고문은 '사장 8년차'로 일하던 삼성전기 사장 시절 투철한 경영철학으로 '내실'과 '투명성'을 꼽았다.

기업 펀더멘털 측면에서는 내실 경영이, 주주이익 극대화를 위해서는 투명경영이 중요하다고 강조해왔던 이 고문은 결국 임기를 끝낸 뒤 비상근 고문으로 일하면서 '비자금 문제'에 연루돼 특검의 소환조사를 받는 처지가 됐다.

특검은 두 사람에게 각각 자신의 이름으로 차명계좌가 개설된 경위와 비자금 조성과 관리에 관여했는지 등에 대해 집중 조사했다. 이순동 사장은 이날 저녁 8시 50분께 매우 어두운 표정으로 기자들의 질문에 일체 답변하지 않은 채 7시간 동안의 소환조사를 마치고 돌아갔다.

한편, 21일에 이어 이틀째 특검의 압수수색이 계속되고 있는 에버랜드 창고 수사와 관련, 윤정석 특검보는 "오늘 압수수색이 종료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협조가 잘 안 돼 더디게 진행 중"이라고 에둘러 수사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에버랜드 압수수색 협조가 잘 안돼 더디게 진행"

윤 특검보는 "우리가 가면 저쪽(삼성)에서 목록을 탁 내놓고 이런 식이어야 파악이 잘 될텐데 현재는 도자기 몇 점, 미술품 몇 점 가운데 우리가 찾는 게 몇 점 뭐 이런 식으로 일이 진행돼 일이 잘 안 되는 모양"이라고 대신 전했다.

<베들레헴병원>과 <행복한 눈물> 등 비자금으로 구입한 것으로 의심되는 미술품들과 관련해서도 윤 특검보는 "의심되는 작품의 존재는 좀 더 확인을 해봐야 한다"며 "우리가 현장에서 몇 작품을 동영상으로 찍어 왔다고 해도 김용철 변호사의 주장을 참고로 비자금의 소지처로 의심되는 곳들을 더 확인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으로서는 특검의 수사에 적극 협조할 이유가 전혀 없기 때문에 당초 예상보다 에버랜드 압수수색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예정된 소환조사 등 실질적인 비자금 모집과 관리의 핵심에 접근하는 길은 생각보다 더 멀어질 가능성도 있다. 수사의 단서가 쉽게 풀리지 않는 것도 특검의 애를 먹이는 단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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