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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경규 작가
조경규 작가 ⓒ 조경규
일과 사랑에 목숨 거는 30대 여자들의 치열한 고군분투기, 르네상스 시대 대가 미술가들의 작품과 숨은 열정을 만나보는 색다른 추리물, 정통 중화요리의 향취를 오감으로 느낄 수 있는 만화 버전 식당 답사기까지, 이 모든 것을 한 권에 담았다. 새 단장을 마치고 순항중인 격주간 만화잡지 ‘팝툰’의 인기작들을 만나본다.

식도락가의 면모를 갖춘 여고생 조은영은 어느날 편의점에서 ‘전체적으로 보자면 <매거진 스페셜> 시절의 초밥왕 쇼타 같은 느낌이지만 화풍이 계속 변해서 뭐가 진짜 얼굴인지 모르겠는’ 범상치 않은 남학생을 만나 그를 따라나선다.

그는 석천고 ‘차이니즈 봉봉클럽’ 회원. 이 27년 전통의 비밀 식도락 클럽에 가입하게 되면서 조은영의 맛집 탐방, 더불어 독자들의 군침 당기는 중화요리 여행이 시작된다.

만화는 자장면, 짬뽕, 부추잡채 정도에 길들여진 독자들을 위해 대만돈가스나 북경오리구이에 대해 소개한다. 물론 그것을 먹는 방법에 대해서도. 또, 중국만두의 유래나 오향의 의미 혹은 산동식이니 대만식이니 하는 요리 기법에 대해서도 들을 수 있다. 가끔은 향긋한 가지구이처럼 뜻하지 않은 별미를 만날 수 있다.

동그란 다크서클(?)이 귀여운 팬더 한 마리, 팝툰의 전 연재작 <내 이름은 팬더댄스>로 많은 인기를 모았던 조경규 작가가 야심차게 내놓은 <차이니즈 봉봉클럽>이다.

관전 포인트는 서울시내 곳곳 중화요리 맛집을 주인공들과 함께 탐방해나간다는 것. 자칭 타칭 미스터리 아티스트 조경규 작가는 속이 터져 나갈 것 같은 빵빵한 만두에 고기 한 점까지 세세하게 손에 잡힐 듯 그려내고 있다.

“교복 입은 여고생을 실컷 그리고 싶어” 또는 “남의 돈으로 중화요리를 맘껏 먹어보고 싶어” 시작한 만화. 그러나 흑백만화에 톤을 붙이는 전통 방식이 그대로 배어 있기도 하다. 100% 손으로 그려내는 그의 만화에는 묘한 향수를 불러내는 정감이 넘친다.
 만화 <차이니즈 봉봉클럽>
만화 <차이니즈 봉봉클럽> ⓒ 조경규

“실은 중화요리만큼이나 다양한 나라의 요리에 관심이 많아요. 탕수육, 깐쇼새우, 마요네즈새우, 소롱포, 물만두, 동파육, 볶음밥, 새우토스트, 잡탕밥, 완자밥 등 다 좋아하죠.”

타고난 미식가인 그는 <차이니즈 봉봉클럽>을 위해 2개월간 30여 곳의 중화요릿집을 다녔다. 물론 그가 오래 전부터 즐겨오던 일들. 까다롭지 않은 그의 입맛에는 모두가 맛있지만 그 중에서도 전통과 독창성, 내공을 겸비한 집을 골라 만화에 듬뿍 담아낸다.

우리말이 서툰(?) 외계인에게도 읽히겠다는 심정으로 언젠가는 빨간국수그림(조경규의 국수그릇 모음집 <800>)을 선보였을 만큼 엉뚱한 그. 사실은 만화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 디자이너에 시인까지 겸하고 있는 팔방미인이다.

“먹고 살기 위해 그림도 그리고 글도 쓰고 디자인도 하지만 돈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면 그런 것 다 안 하고 여기저기 다니며 맛있는 것 먹으면서 놀며 지내고 싶다”는 그는 낙천적인 팬더(판다) 댄스의 면모를 그대로 닮아 있다.

“‘차이니즈 봉봉클럽’을 시작한 지도 벌써 석달째. 그동안 찐만두, 군만두, 물만두…참 많은 만두를 먹어왔습니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프렌치 클럽’이나 ‘재패니즈 클럽’, ‘아메리칸 클럽’도 꼭 만화로 그려보고 싶습니다.”

작가는 독자를 위한 마지막 서비스를 잊지 않았다. 이야기 끝마다 붙어 있는 서울의 맛있는 중화요리집 소개는 부록. 한 회당 한 곳씩 서울 곳곳에 숨은 중화요리 일품 맛집을 만나볼 수 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CT News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조경규#팝툰#차이니즈 봉봉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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