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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배국남 대중문화 전문기자] MBC 메인뉴스 '뉴스데스크'를 14년째 지켜온 엄기영 앵커(57)가 앵커석을 떠난다. 엄기영 앵커는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다음달 초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가 주관하는 MBC 차기 사장 후보 공모에 도전하기위해 이달 말까지만 '뉴스데스크'를 진행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엄기영 앵커는 "MBC 사장 공모에 응하기로 최종 결심을 굳혔다, 이번주중 현 경영진에게 이같은 의사를 공식 표명한 뒤 앵커를 그만두고 공모 준비를 할 예정"이라는 의사를 밝혀다는 것이다.

 

엄기영 앵커는 그가 앵커석에 앉을 때마다 최장수 앵커의 기록을 갈아 치운 한국 방송사의 앵커 신화이다. 1989년 10월~96년 11월과 2002년 1월~현재까지 두차례에 걸쳐 앵커를 맡아 만 13년 3개월간 이어온 국내 최장수 앵커이기 때문이다.

 

그는 선거 때마다 끊임없는 정치권 영입 요구를 물리치고 그가 가장 소중하게 여겼던 방송 뉴스를 지킨 한국 앵커사의 기념비적인 기자이자 앵커다.

 

2007년 남자 앵커 부문의 브랜드 파워 1위 등 앵커로서 대단한 인기와 신뢰를 받았던 엄기영 앵커는 한국 대표적인 뉴스 앵커였다.

 

엄기영 앵커는 보도국 기자·파리특파원·보도국장·보도본부장 등 보도국의 최고사령탑을 거치고 2002년 1월 다시 앵커석으로 돌아와 눈길을 끌었다. 1989~1996년 한차례 앵커를 맡은 뒤 5년 2개월만의 다시 앵커를 맡는 이변을 연출했다.

 

2001년 1월 만난 앵커 기용을 위한 평가 단계에서 만난 엄기영 앵커는 다시 앵커를 맡는 비극적인 일만큼은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는 바람을 피력했지만 MBC뉴스 시청률 저조라는 위기의 상황에서 다시 구원투수 심정으로 앵커 석에 올랐었다.

 

그리고 특유의 친근감으로 시청자들에게 다가간다. 앵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인기도 아니며 스타성도 아니다. 신뢰감이다. 신뢰감은 뉴스의 공정성에서 나오는 것이다.

 

미국의 뉴스 담당국장 23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앵커로서 선발되는데 필요한 특성을 첫 번째로 호감 가는 용모를 꼽았고 신뢰도, 의사전달능력, 뉴스에 대한 이해, 매력, 재치, 애드립 능력, 산뜻함, 젊음, 개성, 분명한 발음, 융통성, 동정심, 다른 동료들과의 친밀한 관계, 겸손 등이 뒤를 이었다.

 

이 기준으로 보면 분명 엄기영은 앵커로서 필요한 특성을 많이 갖춘 편이었다. 부드러운 이미지에 친근감 가는 외모 거기에 신뢰감까지 주기 때문이었다.

 

그는 1989년부터 1996년까지 앵커 석에 앉았을 때 "세상에 이런 나쁜 인간이 있습니까" "오늘 저는 쓰라린 마음을 안고 뉴스를 진행하겠습니다" "낙엽 지는 가을 거리를 걷고 싶지 않으십니까" 등 감성적이고 사람냄새 나는 앵커 멘트로 외모에서 풍겨 나오는 부드러움을 더욱 강화시켰다. 그가 작성해 전달하는 앵커 멘트는 분명 사람들의 이성에 호소하기 보다는 감성을 자극하는 멘트다. 그래서 많은 시청자들이 그가 전달하는 뉴스를 편하게 보았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스타나 영웅을 만들어 내는 미국 앵커 풍토에 대해서는 반대

 

그는 두 번째 앵커석에 앉았을 때 이전보다 훨씬 하얀 머리가 많아졌다. "보도국 정치부장, 보도제작국장, 보도국장, 보도본부장 등 관리자로서 지내다 보니 그렇게 됐다"고 했다.

 

머리 색깔만 변한 것은 아니었다. 그는 예전 뉴스 진행할 때 "기자들이 치열하게 개진하는 문제의식을 회의를 통해 자연스레 거르는 시대에 앵커는 잘 전달만 하면 되는 거였다, 앵커는 그 고민의 총체적 집합체를 표출하는 사람일뿐이지 대단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분명 스타나 영웅을 만들어 내는 미국 앵커 풍토에 대해서는 반대였다.

 

앵커로 다시 복귀한 후 그는 "심층적이고 미래지향적이며 생활 밀착형 뉴스를 전달하겠다, 시청자들이 뉴스가 사회를 통합해주는 따뜻한 매체이길 기대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기자들이 조로 현상을 보인다, 취재경험이 풍부한 기자들을 전면에 내세울 예정이다"며 좀더 적극적인 앵커상을 구현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고 그 의지를 실천해왔다.

 

엄기영 앵커하면 뭐니 뭐니해도 그의 파리 특파원 시절의 모습을 떠올리는 시청자가 많다. 엄기영 앵커도 "시청자 중에는 파리 특파원(1985~88년) 때나 뉴스를 진행하던 때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한 바 있다.

 

센 강변, 몽마르트르, 에펠탑을 뒤로 한 채 바바리(트렌치코트)의 깃을 세우고 "파리에서 MBC뉴스 엄기영입니다"라고 말하던 모습을 시청자들은 기억한다. 파리라는 도시가 낭만에 대한 환상을 불러일으키듯 엄기영도 뉴스와는 상관없는 부드러운 이미지로 시청자에게 각인됐다.

 

술자리에서는 그의 부드러운 이미지는 소탈함으로 전이돼 간다. 후배 기자들을 앞에 놔두고 권위적인 인상과 분위기를 풍길 만 한데도 그렇지 않다. 소주 한잔을 편하게 기울일줄 아는 사람이 엄기영 앵커다. 그는 어쩌면 한국 앵커제도의 과도기와 정착기에 앵커 시스템의 든든한 초석을 다진 한국 앵커사에 기념비적 인물이다.

 

그로 인해 방송 환경과 현실이 엄연히 다른 미국과 차별화한 '한국식 앵커'의 실체가 정립됐기 때문이다.

 

그에게는 정치권의 끊임없는 영입요구에도 앵커석을 지켰다. 엄기영 앵커는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은 정치가 아니라 뉴스를 진행하는 것이다, 정치에 대해서는 별로 생각이 없다, 나는 여전히 MBC 구성원이고, 뉴스데스크를 할 수 있을 때까지 열심히 할 것"이라고 밝혔다.

 

엄기영은 1974년 MBC 보도국 기자로 입사해 1985~1988년 파리특파원을 거친뒤 정치부장, 보도제작국장, 보도국장, 보도제작본부장 등 보도국 주요 보직을 두루 거쳤고 1989년부터 1996년까지 '뉴스데스크'의 앵커석을 지킨 데 이어 2002년 1월부터 지금까지 특임이사자격으로 '뉴스데스크'의 앵커석을 지켜왔다.

 

이제 엄기영 앵커, 그가 한국 앵커사의 이정표를 남기고 방송사의 수장 자리에 도전하기 위해 14년째 자리를 지켜온 앵커석을 떠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에서 제공하는 기사입니다.


태그:#엄기영, #뉴스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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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전혜연입니다. 공용아이디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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