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 당선인과 '단독 회동'을 마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표정은 밝았다. 벼랑 끝 위기에서 가진 회동이었다. 이미 '친 박근혜' 진영 의원들 입에서는 '분당' 얘기까지 나왔다. 중국 특사 활동 보고를 위한 자리였지만, 공천갈등 문제를 어떻게 풀지가 더 관심사였던 이유다. 회동은 언론에 공개된 부분을 포함해 이날 오후 4시부터 통의동 당선인 집무실에서 55분간 이뤄졌다. 배석자 없이 20분간 독대... 무슨 얘기 나눴나 특히 이날 두 사람은 배석자 없이 약 20분간 얼굴을 맞대고 얘기를 나눴다. 이 당선인 쪽 주호영 대변인, 임태희 비서실장과 박 전 대표 쪽 유정복·유기준 의원, 구상찬 공보특보, 김태효 성균관대 교수 등이 있는 상태에서 25분간 특사활동 보고를 한 뒤 따로 만든 시간이었다. 회동을 마친 뒤 박 전 대표는 환한 얼굴로 당선인의 집무실을 나섰다고 한다. 박 전 대표의 비서실장 역할을 하고 있는 유정복 의원은 "두 분 사이의 신뢰관계를 느꼈다"는 해석을 곁들였다. 따라서 적어도 중대 고비는 넘긴 것으로 보인다. 회동 전 박 전 대표는 벼랑 끝으로 뛰어내릴 각오까지 돼 있는 상태였다. 박 전 대표는 기자들을 만나 당선인과의 공천 얘기를 나눴음을 먼저 밝혔다. 그러면서 '공감'이라는 표현을 썼다. 박 전 대표는 "공천과정과 관련해서는 (당선인이) 당에서 원칙과 기준을 갖고 공정하게 마땅하게 그렇게 해야 한다는 말씀을 하셨고 저도 거기에 전적으로 공감했다"고 말했다. 이어 "강재섭 대표도 (공정한) 기준으로 (공천을) 공정하게 하겠다는 회견을 했고 저도 그렇게 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 전 대표의 입에선 "당선인과 힘을 합하기로 했다"는 말도 나왔다. 친박 핵심 의원들 사이에서 '분당'까지 거론됐던 터다. 일단 분당이라는 극한 상황까지는 가지 않게 됐음을 우회적으로 내비친 것이다. 당 공천갈등도 봉합 국면으로 갈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볼 수 있다. 박 전 대표는 "힘을 합해서 나라를 발전시키고, 새 시대를 여는 데 같이 힘을 합하자는 (당선인의) 말씀이 있었고 저도 좋은 나라, 살기 좋은 나라를 만드는 데 최대한 힘을 합쳐서 도와드리겠다고 말씀드렸다"고 말했다. "당선인과 이견은 없었느냐"는 질문에 박 전 대표는 "아까 요약해서 다 결론을 말씀 드렸다. 자꾸 얘기하다 보면 이게 딴 얘기가 될 수 있다"며 말을 아꼈다. "조각과 관련한 얘기가 있었느냐"는 물음에는 "없었다"고 답했다. 유정복 의원에 따르면, 이 당선인은 이날 박 전 대표의 특사 활동에 매우 만족해했다고 한다. 유 의원은 "당선인이 특사단에게 한 턱 내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이 당선인 "옷 색깔도 잘 맞아" 이날 이 당선인과 박 전 대표의 회동은 화기애애하게 시작됐다. 박 전 대표는 당선인에게 "안녕하시냐, 잘 다녀왔다"고 웃으며 인사를 건넸고, 당선인도 "(중국에서 특사활동 하느라) 고생하셨다. (후진타오 주석을 만난) 사진이 잘 나오더라"고 답했다. 이 당선인은 '분당설' 등 공천갈등과 관련한 당내 상황을 의식하는 듯 했다. 이 당선인은 박 전 대표와 악수를 나누며 "가깝게 (다가서서) 악수를 하자, 그래야…(보도가 잘 나온다). 세상에 흉을 봐서"라며 친근한 분위기를 만들려 애를 썼다. 유정복 의원도 "(두 분) 옷 색깔이 잘 맞는다"며 분위기를 띄웠다. 이 당선인은 소리 내어 웃으며 "그러냐. 넥타이 색깔이 (박 전 대표 블라우스 색과) 잘 맞는 것 같다"고 화답했다. 그러나 박 전 대표는 미소만 지었다. 언론에 공개된 10분간의 대화에서 이 당선인은 박 전 대표를 한껏 치켜 세웠다. 이 당선인은 "(박 전 대표가) 후진타오 주석을 만난 게 국내 텔레비전에 잘 나왔다. 내가 일부러 봤다"며 "이번에 (특사활동이) 성공적으로 돼서 중국이 안심이 되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 당선인은 "박 전 대표가 가셔서 우리 목표가 달성됐다"며 "우리가 중국을 중요시 한다는 것이 다 받아들여진 것"이라고 칭찬했다. 또한 "(중국에) 도착하자마자 기업인을 먼저 만난 것도 잘 했다. 요즘 (중국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이 불안해 하는데, 타이밍이 잘 맞았다", "(박 전 대표가) 중국말 하는데 발음이 아주 좋다고 나오더라"고도 했다. 박근혜 한껏 치켜세운 이명박 "베이징 올림픽 같이 가자" 박 전 대표는 "한·중관계가 한 단계 더 수준이 격상되고, 또 더욱 우호 협력관계가 발전되기를 바란다는 후진타오 주석의 말씀이 있었다"며 "기업인들을 만나서 걱정하신 문제들에 대해서도 충분히 이야기를 들었다. (중국 내 한국기업들이) 힘든 게 많은 것 같아서 우리나라에서 좀 이런 점은 도와줬으면 좋겠다고 하는 것도 다 적어왔다"고 보고했다. 이 당선인은 면담에서 박 전 대표가 "중국 정부가 베이징 올림픽에 당선인을 초청했다"고 말하자 박 전 대표에게 "우리 같이 갑시다"라고 제안했다고 한다. 이에 박 전 대표도 미소를 지었다고 측근들은 전했다. 하지만 이날 회동으로 공천갈등이 완전히 매듭 지어질지는 미지수다. 아직 쟁점인 공천심사위 구성 문제가 남아있다. 당 공천기획단은 이날 저녁 회의를 열고 공심위원 후보군을 확정 지을 예정이다. 그러나 당 지도부에서 제시한 일부 인사들을 박 전 대표 쪽이 완강히 반대하고 있어 진통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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