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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22일) 아침은 좀 특별했던 날이었다. 신문홍보를 위해, 그리고 한 사람이라도 더 수원시에 대해 알게 하고자 새벽 6시에 일어나 수원역으로 향했다.

 

해가 뜨지도 않은 이른 시각. 새벽이라 더 추운 날씨. 거기에 눈까지…. 사람들의 발길은 마치 기계가 돌아가듯, 쳇바퀴 굴러가듯 일정하게 때론 불규칙하게 움직여 다녔다. 그 어디에도 눈을 즐기는 사람은 없었다. 그 어디에도….

차에서 신문 5뭉치를 내렸다. 순간 어디선가 나타난 한 아주머니. 겉옷엔 'AM7'이라고 써 있었다.

 

"어디서 왔어요? 어디 신문인가?”

 

달갑지 않은 표정. 마치 경쟁자가 나타나 심기가 불편하듯 얼굴에는 약간 흥분된 모습이 보였다.

 

“<수원시민신문>입니다. 홍보하러 나왔습니다.”

“아… 수원신문….”

“수원신문이 아니라 <수원시민신문>이요.”

“그럼 도우미 아줌마들이 하나?”

“저희가 직접 합니다. 저희는 기자고요.”

 

기자라고 했더니 할말이 없었을까, 무언가 포기한 듯 저만치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5초 정도 지났을까. 한 아주머니가 또 다가왔다. 이번엔 ‘metro'라고 써 있었다.

 

“또 어디서 온 거야…, 안 그래도 많은데…. 여긴 사람 많으니깐 오지 마요”

 

이렇게 톡 쏘아붙이고는 돌아갔다.

 

씩씩거리며 가는 아주머니의 뒷모습, 한 부라도 더 주기 위해 사방에서 무가지를 배포하는 아주머니들. 주든지 말든지 자신의 길만 열심히 걸어가는 시민들. 그 위로 내리는 하얀 눈송이. 머릿속은 미묘하면서 복잡한 생각으로 가득 찼고 쓴 웃음만 나올 뿐이었다.

 

"이건 전쟁이야 전쟁!!"

 

그 이른 새벽에도 이미 전쟁 아닌 전쟁이 시작되고 있었다. 눈 내리는 아름다운 전장에서 총 대신 신문을 들고 적의 심장에 총알을 박듯 사람들의 가슴팍에 신문을 꽂아 넣는 전쟁…. 전우는 없다. 바로 옆 병사는 적이다. 우린 적을 향해 총알을 발사하는 것이 아니라 과녁을 향해 신문을 던졌다.

 

어느 전쟁이나 그렇듯, 한사람을 죽이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인내, 스나이퍼가 한발을 발사하기 위해서 몇 시간을 기다리고 있듯이 우린 그랬다. 찬바람을 맞으며 한 부 한 부 신문을 배포했다.

 

5%. 단 5%의 시민만이 신문을 받아주었다. 슬픔과 기쁨이 교차되었다. 애초 예상한 것과는 너무나도 달랐다. 나눠주면 다 받아 줄 것이라 믿었다. 하지만 현실의 벽은 높았다. 너무나도 높았다. 그래서 받아주는 사람들이 너무나 고마웠다. 읽어주는 사람이 너무나 고마웠다. 손과 발은 굳어져가도 한 부 한 부 받아주는 사람들로 인해 힘이 났다.


"그래도 세상은 살만하다."

 

순간 떠오른 말이었다. 그래도 아직 살만하다고…. 역시 사람은 겪어 봐야지 깨달음을 얻는다고 했던가? 나 역시 그랬다. 추위와 무시 속에서도 5%의 사람으로 인해 얻는 기쁨, 그 기쁨을 느끼면서 힘을 냈다. 그리고 언젠가는 100%가 됐으면 하는 감히 겁없는 상상을 하였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수원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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