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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지리산에서 실시한 내 집 짓기 체험교실 때의 입주(立柱) 장면
▲ 귀촌인을 위한 체험교실 작년에 지리산에서 실시한 내 집 짓기 체험교실 때의 입주(立柱) 장면
ⓒ 이재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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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에서 깨어난 거대한 호랑이' 중국이 고구려나 발해의 존재를 자기네들 변방 제후국의 한 역사일 뿐이라고 주장하는 것이 이른바 '동북공정'의 문제다. 그러나 그 옛날 중원의 주인임을 자처하던 수나라나 당나라가 국가의 총력을 기울여 고구려를 무너뜨리려 했던 것은 엄연한 역사적 사실이다.

고구려나 발해가 그들의 한 변방국이었든 아니었든 간에. 수나라는 그로 인해 국력을 소진하고 망하게 되는데 중원의 맹주임을 자처하던 수나라가 망할 정도의 힘을 가진 고구려의 저력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여러 가지 대답이 있겠지만 그 가운데 고구려의 성벽과 기마병을 들 수 있다고 한다. 동시대에 존재했던 로마라는 나라의 기마병과 고구려 기마병이 조우하여 전투를 했다면 누가 이겼을까?

실증사학의 결과로 당시 세계 최강이라고 알려져 있는 로마 기마병은 말을 탔을 때 등자가 없이 양쪽 발이 허공에 떠 있는 채로 전투를 해야 했고 우리 고구려의 기마병은 양쪽 발을 받쳐 주는 등자에 떡 버티고 앉아서 전투를 할 수 있었다고 한다. 허공에 체중을 싣고 칼이나 창을 쓰는 군대와 체중을 맨땅과 같은 등자에 단단히 고정한 채 무기를 쓰는 군대의 전투 결과는 뻔할 뻔 자일 것이다.

전남 담양에 있는 송강정의 내진주(건물 안쪽의 기둥)
▲ 송강정 전남 담양에 있는 송강정의 내진주(건물 안쪽의 기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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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 수십 수백번의 공략에도 끄떡도 하지 않는 철옹성, 고구려 축성술의 비밀은 무엇일까?  바로 '그렝이 공법'이다. 자연석 기단 위에 가공석을 놓을 때 가공석의 아랫부분을 울퉁불퉁한 자연석의 모양대로 다듬어 놓는 것이다. 만주 일대에 널리 퍼져 있던 우리 고구려의 성벽들은 모두 이 그렝이 공법으로 축성했다고 한다. 이러한 구조이고 보니 엄청난 공성무기의 충격에도 넉넉히 견디어낼 만하지 않았겠는가?

같은 이치로 이를 건축에 원용한 것이 기둥과 주춧돌과의 관계이다. 한옥을 제외한 모든 건축물은 지면과의 고정물을 콘크리트, 시멘트, 앵커볼트 등으로 쓰고 있는데 유독 이 한옥만은 아무런 고정장치를 하지 않고 바로 위의 사진과 같이 그렝이 공법을 사용하여 돌 위에 얹어놓을 뿐이다.

그런데도 앵커볼트로 단단히 고정한 서양식 목조 주택은 홍수에 둥둥 떠내려가고 그냥 자연석 위에다 얹어만 놓은 한옥은 그 거대한 물살에도 끄떡도 하지 않는 공법이 바로 이 그렝이 공법인 것이다.

주춧돌의 표면과 기둥의 표면을 서로 밀착시키기 위해 그렝이를 뜨고 있다.
▲ 그렝이 기법 주춧돌의 표면과 기둥의 표면을 서로 밀착시키기 위해 그렝이를 뜨고 있다.
ⓒ 이재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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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많은 경우 가공된 주초석을 쓰고 있다. 표면이 매끈하고 기품있게 각종 무늬를 넣어 고급스럽게 꾸며서 보는 이들로 하여금 탄성을 자아내게도 한다. 그러나 이는 한옥이 가진 최고의 과학성을 저버린 처사이다.

말하자면 이것은 많은 경우에 외관을 중시하려는 졸부 근성을 가진 건축주와 자연석을 이용할 때에 과다한 노동력과 시공의 난해함을 건축주는 몰라줄 것이라는 건축업자의 고식적 편견이 서로 맞아떨어진 결과물임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태그:#그렝이, #수나라, #성벽, #기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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