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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난 10일부터 16일까지 마산제일여중·고 학생들을 인솔하여 태국 여행을 했다.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경남지부와 태국 유네스코의 자매결연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홈스테이를 통한 학생 교류 프로그램'에 의한 것으로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울 수 있었던 뜻있는 여행이었다.

 

태국에 있는 동안 인상 깊었던 것들 가운데 하나가 어디에 가든 쉽게 눈에 띄는 푸미폰 아둔야뎃(H.M. King Bhumibol Adulyadj) 국왕 사진이었다. 물론 지난해 12월 5일이 그의 80번째 생일이란 것도 한 가지 이유이다. 그러나 태국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국왕을 향한 태국 국민들의 절대적인 신망과 사랑이 그저 강요된 존경심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방콕에서 비행기로 1시간 남짓 걸리는 위치에 있는 끄라비(Krabi)에서 야자유(palm oil)로 석유의 대체에너지인 바이오디젤을 생산하는 공장 견학을 갔을 때도 파크레드 중등학교(Pakkred Secondary School)의 시리폰 선생님은 몇 번이나 내게 그것이 푸미폰 국왕의 아이디어라고 자랑했다.

 

시리킷 왕비의 아이디어, 방사이 미술공예 센터

 

그런데 지난 12일 시리킷 왕비의 지원으로 세워졌다는 방사이 미술공예 센터(Bangsai Arts and Crafts Centre)를 방문하고서 태국 국민들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푸미폰 국왕 부처의 따뜻한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아유타야 지방에 있는 방사이 미술공예 센터는 방콕에서 60km 정도 떨어져 있다. 저소득층과 지체장애인을 대상으로 대나무 바구니 세공품, 목각, 유리 조각, 자수, 견방직, 스테인드글라스, 바틱, 조화 등 그들이 필요한 기술을 익히게 하여 소득을 점차 늘리고 일자리도 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곳이다.

 

그곳의 교육 센터(The Training Centre)를 둘러보면서 개인적으로 참 유익한 체험을 했는데, 이번 태국 여행에서 방사이 미술공예 센터 못지않게 기억에 남는 곳들이 있다. 끄라비에 있는 탄복 코라니 국립공원(Thanbok Khoranee National Park), 농업 개발 센터, 그리고 어업 연구소이다.

 

자연히 생긴 연못이 묘한 아름다움을 주던 탄복 코라니 국립공원은 일상에 지친 사람들에게 좋은 휴식처가 되는 곳이었다. 잠시 동안 그곳을 산책했는데도 자연 환경과 조화롭게 살아가는 일이 얼마나 소중한가를 깨달을 수 있었다.

 

 

 

탄복 코라니 국립공원 안으로 들어가기 전에 암마파니츠누클 학교(Ammartpanichnukul School)의 아누손(Mr. Anusorn Srisooksai) 선생님이 준비해 온 도시락으로 점심을 먹었는데, 우연히 태국 학생들과 우리 학생들이 다른 점을 발견했다.

 

우리 학생들은 긴 의자 위에 걸터앉아 도시락을 먹고, 태국 학생들은 긴 의자 위에 도시락을 올려 놓고 맨바닥에 앉아서 도시락을 먹었다. 그 학교 재학생들이 아침마다 운동장에 앉아 3분 동안 명상하는 시간을 가지고 있던 모습과 오버랩되면서 재미있었다.

 

우리는 농업 개발 센터에서 연구, 개발하고 있는 각종 난 등을 구경했다. 그리고 어업 연구소에 가서 관상용 어류와 식용 어류를 구경하면서 물고기에 관한 지식을 좀 넓혔다. 특히 적에게 공격을 받으면 물을 들이마셔 배를 불룩하게 내미는 복어가 위험이 없어지자 배에서 물을 빼는 몸짓이 너무 귀여워 모두들 웃었다. 평소 복요리를 즐겨 먹는 나로서는 그 깜찍한 모습에 왠지 미안한 생각마저 들었다.

 

태국의 다정한 친구들이여 안녕

 

무엇보다 태국 여행에서 잊히지 않는 것은 배를 타고 아름다운 새벽 사원(Wat Arun)이 보이는 짜오프라야강(the Chao Phraya River)을 건너가 태국 한인 상가에 있는 <명가>라는 한국 음식점에서 맛있는 청국장을 먹은 일이다.

 

우리 일행인 마산제일여고 권오민 선생님의 대학 친구가 마침 한국에서 이름난 회사의 태국지사장으로 가 있어 점심 초대를 받게 되었다. 그들은 20년 만에 감격적인 해후를 했고, 우리들은 그 자리를 빛내 주는 즐거운 하객이 되었다. 더욱이 이번 태국 여행에서 처음으로 맛보는 우리 음식과 함께 말이다.

 

파크레드 중등학교에 이어 우리 학생들이 두 번째 홈스테이를 하게 된 끄라비의 암마파니츠누클 학교는 내년에 개교 100주년을 맞는다. 우리가 방콕에서 끄라비행 국내선 비행기를 타고 그곳에 도착한 뒤, 그 학교에서 열린 환영 파티에 끄라비 주지사까지 참석할 정도로 우리의 태국 방문에 큰 관심이 쏠렸고 재학생들 또한 멋진 태권도 시범을 보이는 등 우리를 따뜻이 맞이했다.

 

지난 15일 밤, 한국으로 돌아오기 위해 그곳 끄라비에서 방콕행 비행기를 탔을 때 우리 모두 작별을 못내 아쉬워했다. 그러나 만남이 있으면 이별이 있듯이, 아쉬운 작별이 있으면 다시 또 만나게 되는 날이 올 것을 나는 믿는다.

 


태그:#방사이 미술공예 센터, #짜오프라야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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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8.3.1~ 1979.2.27 경남매일신문사 근무 1979.4.16~ 2014. 8.31 중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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