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국민을 비탄에 젖게했던 충남 태안 원유유출 사고. 하지만 이 사고와 연관된 해상크레인의 소유주 삼성중공업은 말이 없습니다. 곳곳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지만, 이를 실천할 의지조차 없어 보입니다. 이에 <오마이뉴스>는 삼성중공업에 대한 기업의 책임을 촉구하는 각계각층의 릴레이 글을 싣습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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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민도 군-민도/ 태안도 흔적 없이/ 삼성의 횡포 앞에 다 죽어간다/ 특-별법 해결 없이/ 어-민 태안 없어/ 완전한 보상합의 꼭 쟁취하자/ 삼성은 감추어도 국민은 안다/ 일어나서 싸우는 태안의 힘을/ 삼-성은 받아라/ 국-민의 심판을/ 정-부는 알아라/ 분노한 태안을' 요즘 태안에서 유행하는 노래입니다. 민중가요 '님을 위한 행진곡'을 주민들이 개사한 것입니다. 노래 곡조를 아시는 분들은 한번 흥얼거려 보세요. 한 곡 더 소개합니다. 다음 곡은 '서울에서 평양까지'를 개사한 '삼성에서 태안까지'입니다. '삼성에서 태안까지 택시요금 이만 원/ 명박이도 오고/ 노무현도 오고/ 안온 국민 없는데/ 국민 땜에 먹고사는 이건희는 왜 못 와/ 우리민족 우리네 땅 삼성만 왜 못 와... (이하 생략)' 저도 이런 노래를 전혀 몰랐습니다. 삼성(?) 덕에 이런 민중가요도 알게 됐죠. 두 노래 속에는 삼성에 대한 태안군민들의 마음이 함축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지난 번 집회에서 한번 소개되더니 웬만한 사람들은 전부 흥얼거릴 정도로 빠르게 퍼지고 있네요. 23일에는 서울역에서 이 노래를 부르며 태안 사람들의 심정을 서울에 전하고 왔습니다. 저는 태안에서 수산물 중도매와 멸치 건조 일을 하는 평범한 수산인입니다. 그런 제가 이제는 삼성에 대한 생각을 다시하게 되었지요. 고맙습니다, 삼성! 덕분에 민중가요를 알게 됐어요 저를 비롯해 대부분의 태안 사람들은 태안에 살면서도 바다가 얼마나 소중한지 잘 몰랐습니다. 해변에 쓰레기도 버리고 바닷물에 몰래 오염물을 흘려보내기도 하면서도 항상 변함없이 삶의 터전이요 삶의 휴식처로 그렇게 영원히 남아 있을 줄만 알았죠. 지난 달 12월 7일이었습니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아침 창문을 열었습니다. 항상 전해지던 갯내음 대신 기름 냄새가 코를 찔렀습니다.
웬일인가 싶어 뉴스를 보니 태안앞바다에서 유조선과 크레인이 충돌했다는 뉴스가 나오고 있더군요. 처음엔 '조그만 유조선이 기름 조금 흘렸겠지' 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태안반도를 일순간에 망쳐버릴지는 꿈에도 몰랐습니다. 사고 초기에는 밀려온 기름을 감당 못해 그냥 원유 자체를 유전에서 퍼내듯 했습니다. 하루하루 생활이 기름 퍼내는 일이었습니다. 그러던 이달 초순이었습니다. 눈이 너무 많이 와 복구 작업이 중단돼 갑자기 할 일이 없더군요. 그제야 지금까지 자원봉사와 복구에만 관심이 있었지 누가 사고를 내고 무엇 때문에 우리가 이 고생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생각이 미치더군요. 사고 이후 받아본 신문을 찬찬히 살펴보니 내가 잊어버린 게 아니라 언론이 잊어버리고 있었더군요. 신문에는 오늘은 정치인 누가 왔고, 연예인은 누가 왔고, 자원봉사자가 몇 명을 넘어섰고, 성금이 얼마나 전달됐고 하는 등등의 기사만 있더군요. 헌데 언뜻 들리는 지역 사회의 소문이 생각이 났습니다. 삼성그룹의 법무팀은 물론 홍보팀까지 죄 내려와 읍내 여관에 빈 방이 없다는 소문 말입니다. 이 소문과 연관이 있는 거 아닐까하는 추측이 들었죠. 오래지 않아 이번 사고는 삼성이 저지른 중대 과실이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바다가 타살된 것이었습니다. 저도 작지만 배를 몇 척 거느린 적이 있습니다. 제가 고용한 선장은 언제든지 출항할 때마다 선주인 저에게 허락을 받고 출항과 입항을 해왔습니다. 이는 뱃사람들의 당연한 원칙입니다. 그런데 삼성중공업이라는 우리나라 대표 조선업체가 선장 개인의 판단으로 폭풍우 속을 뚫고 출항을 하는 결정했다니요. 뱃사람들은 누구나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입을 모읍니다.
뱃사람들은 태안앞바다 타살의 주범을 삼성이라고 확신합니다 이때부터 나라도 무엇인가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목숨을 끊은 고 이영권씨 장례식장에서 5일간 1인 시위를 벌였습니다. 삼성의 잘못으로 타살된 태안바다는 반드시 삼성이 살려내야 한다고 말입니다. 21일에는 대전지검 서산지청에서 사고 수사 발표를 한다기에 지청 현관에서 또 1인 시위를 벌였습니다. '검찰은 삼성중공업의 중대과실에 대한 진실을 밝히라'고 말입니다. 그런데 검찰은 역시나 삼성에게 면죄부(?)를 주려고 작정을 한 듯 중대과실은 법원이 판단할 문제라고 언급을 회피했습니다. 유조선과 예인선 모두의 과실이 인정된다는 원론적인, 아니 태안해경의 수사 발표와 똑같은 말만 하더군요. 더욱 가관인 것은 언론들이 '쌍방 과실로 밝혀졌다'는 부분을 유난히 강조했다는 점입니다. 하단엔 삼성중공업의 사과문이 같이 실렸더군요. 저를 비롯한 태안 사람들은 이 글을 사과문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하나도 없습니다.
수산일을 하며 평범하게 살던 저는 지금 투사처럼 살고 있습니다. 삼성에게 감사하다고 해야하나요. 나이도 있고 솔직히 용기도 없지만 그래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1인 시위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삼성의 선택을 요구합니다. 저는 평화적으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지만 삼성이 사고이후 보여준 모습은 정말 인간의 모습은 아니었음을 기억합니다. 저를 포함해 태안 사람들은 속으로 이미 '우리가 끝이면 삼성 너희도 끝이다'라는 마음을 가슴깊이 새기고 있을 것입니다. 이는 삼성에게 주는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릅니다. 기회를 놓치지 않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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