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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재만

 

문을 열고 마당에 나가 하늘을 보았다. 눈에 들어온 하늘빛이 눈부시게 푸르고 아름답다. 어찌나 푸른지 그 하늘을 한참을 서서 바라보았다. 흰 구름 한 점 없는 정말 깨끗한 하늘이다. 오늘(24일) 기온은 뚝 떨어져 코 끝을 스치는 바람이 시리도록 차갑다.


호남 고속도로를 타고 가다가 대전 부근의 안영IC로 빠져나왔다. 대둔산 이정표가 반갑게 기다리고 있다. 그 이정표를 따라 30분쯤 달려가자 푸른 하늘을 향해 우뚝 솟아 있는 대둔산이 반긴다. 

 


대둔산은 충청남도 금산군 진산면·논산시 벌곡면과 전라북도 완주군 운주면의 경계에 있는 산으로 높이는 878m이다. 부근의 오대산·월성봉·천등산 등과 함께 노령산맥의 북부 잔구군을 형성하며, 수십 개의 봉우리가 6km에 걸쳐 솟아 있다.

 

이 산은 북쪽으로 흐르는 유등천, 서쪽으로 흐르는 장선천, 남쪽으로 흐르는 벌곡천 등 금강의 여러 지류에 의하여 화강암반이 동·남·북의 3면에서 오랜 두부침식을 받아 기암괴석을 이루고 있다.

 

대둔산의 이름은 원래 '한듬산'이었다고 한다. '듬'은 두메·더미·덩이·뜸(구역)의 뜻으로 한듬산은 '큰 두메의 산', '큰 바위덩이의 산'을 말한다. 그런데 이 이름을 한자화하면서 '한'은 '대(大)'로 고쳤으나 '듬'은 그 뜻에 알맞은 한자가 없어 소리에 가장 비슷한 '둔' 자로 한자를 차용한 것이라고 한다.

 

주차장에 차를 주차시키고 산을 바라보았다. 푸른 하늘 아래 솟아 있는 기암괴석이 하얗게 분장을 하고 당당하게 솟아 있다. 그 기암괴석 위에는 소나무들이 흰 눈을 뒤집어 쓴 채 신비롭게 서 있다.

 

이 멋진 산 풍경에 취해 주차장을 떠나지 못하고 한참을 카메라 셔터만 눌러댔다. 주변의 산들은 하얗게 쌓여 있는 눈과 절묘한 조화를 이루며 아름다운 겨울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대둔산 남쪽의 산들은 온통 하얀 눈 이불을 덮고 있었고, 산중의 모든 나무들은 신이 난 듯 눈이불을 밟고 일어서서 푸른 하늘을 향해 함성을 지르는 듯하다.

 

산중의 날씨는 매정하여 추위가 옷 속을 사정없이 파고든다. 털장갑과 벙거지를 꾹 눌러쓰고 걷는데도 어금니가 다닥다닥 부딪히며 떨려온다. 추위에 지지 않으려고 가슴을 쭉 펴고 전보다 더 씩씩하게  걸어올라 갔다.

 

 

잠시 후, 설레는 마음을 진정하며 대둔산의 명물 구름다리에 올랐다. 툭 터진 남쪽의 산하가 그림처럼 눈에 들어왔다. 눈을 하얗게 뒤집어쓰고, 남쪽으로 끝없이 뻗어 있는 산맥은 이곳을 향해 마치 열병이라도 하고 있는 듯 서 있다.


산 정상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이곳 봉우리들은 온통 기암괴석으로 되어 있고, 깎아지를 듯한 절벽으로 위태롭게 서 있다. 이들은 엄동설한에도 끓는 젊음의 피를 주체할 수 없다는 듯이 모두 웃통을 벗고 있는 모습이다.  마치 젊은 병사들이 추위에 맞서 연병장에서 훈련으로 땀을 흘리며 젊음을 뽐내듯이 말이다. 그 모습이 너무도 당당하고 역동적이다.

기암괴석 위에는 멋진 소나무들이 여자 친구인 양 폼 나게 서 있는데, 마치 분재군락을 보는 듯 아름답다. 더욱이 하얀 눈을 뒤집어쓰고 절벽 위에 서 있는 모습은 기품도 있어 보이고 먼 태고의 신비를 자아내게 한다.

 

 

특히 산 정상의 능선을 따라 하얀 눈이 덮여 있는 눈꽃나무는 산중 풍경의 백미라 할 수 있다. 짙푸른 하늘을 화폭삼아 맑은 빛에 아름답게 빛나는 겨울나무는 어떤 언어로도 형언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다운 모습이다.

 

사실 난 겨울이 아닌 다른 계절에 대둔산을 많이 찾았다. 하지만 오늘처럼 눈이 하얗게 덮여있는 이 곳을 찾은 것은 처음이다. 이곳은 사계절이 호남의 소금강이라 할 만큼 늘 아름다운 산이다. 특히 오늘 같이 눈부시게 하늘이 푸르고  눈이 하얗게 내린 대둔산의 모습은 내가 본  이곳의 사계 풍경 중 으뜸이라고 말하고 싶다.

 

이 곳은 케이블카가 있는 도립공원이다.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계절에 관계 없이 쉽게 오를 수 있는 산이다. 눈이 내린 겨울날 사랑하는 사람들과 이곳을 찾으면 좋은 시간이 되리라 생각한다.  


태그:#대둔산, #겨울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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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을 다니며 만나고 느껴지는 숨결을 독자들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 가족여행을 즐겨 하며 앞으로 독자들과 공감하는 기사를 작성하여 기고할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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