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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불사 배리 삼존불은 보기에 편안하다

삼불사: 앞에 3층석탑이 보인다.
 삼불사: 앞에 3층석탑이 보인다.
ⓒ 이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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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시 내남면에 있는 용장골을 빠져 나와 우리 일행이 배리 삼불사에 도착한 것은 오후 4시30분이다. 겨울인지라 해는 벌써 서쪽에 낮게 걸려 있고, 삼불사 지역에 그림자가 조금씩 드리우기 시작한다. 삼불사는 이곳에 있는 삼존불을 관리하기 위해 근자에 생겨난 절이다. 원래 이곳에는 선방사(禪房寺)라는 절이 있었다고 한다. 이러한 사실은 부근의 탑재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발견된 ‘건부6년 선방사탑 연야내기’라는 명문석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절집을 구경한 다음 우리는 보호각 아래 서 있는 세 분 부처님을 보러간다. 이 부처님들의 공식 명칭은 경주 배리석불입상(보물 제63호)이다. 기록에 의하면 이 세 부처는 일제시대인 1923년 근처에 누워있던 것을 이곳에 모아 세웠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이 세 부처는 종교적인 측면에서도 어떤 통일성이나 일관성이 없어 보이고 예술적인 측면에서도 공통성이 없어 보인다.

배리 삼존불: 공식 명칭은 배리 석불입상이다.
 배리 삼존불: 공식 명칭은 배리 석불입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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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의 본존불을 중심으로 왼쪽에 관세음보살이 오른쪽에 대세지보살이 있다. 이들 부처님은 전체적으로 5등신으로 되어 있어 조금은 가분수 같은 느낌이 든다. 얼굴이 지나치게 퉁퉁하고 몸도 날씬하지 않아 종교적인 경건성이나 예술적인 아름다움을 찾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이들이 지니고 있는 온화한 미소와 친근한 포즈가 우리의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세 분 부처의 종교성과 예술성을 따져 보았더니

중앙의 본존불
 중앙의 본존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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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의 본존불은 곱슬머리에 한가운데가 상투 모양으로 튀어나왔다. 얼굴은 둥글다기보다는 네모난 형태로 퉁퉁한 편이다. 코는 마모되어 밋밋해졌고, 눈과 눈썹 그리고 입이 완전하게 표현되었을 텐데 천년 이상의 세월로 인해 많이 닳아 없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얼굴에는 온화하고 자비로운 불성(佛性)이 조금은 느껴진다.

목은 짧게 표현되었고, 몸은 가사를 통해 비교적 풍만하게 표현되었다. 체구에 비해 손은 크게 표현되었는데, 왼손은 내리고 오른손은 올리고 있다. 가사는 네 개의 타원형 주름으로 비교적 단순하게 표현하고 그것을 덮는 장삼은 아래로 내려뜨려졌다. 전체적으로 발의 모양이 가장 우스꽝스럽게 표현되었는데, 작업을 하다 멈춘 듯 발가락 사이에 선만 그어놓았다.

왼쪽의 관세음보살
 왼쪽의 관세음보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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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의 관세음보살은 머리에 보관을 쓰고 은근한 미소를 띠고 있다. 보관에 새겨진 작은 부처를 통해 이 부처님이 관세음보살임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이 부처는 허리를 가늘게 표현하여 요즘 말로 S라인을 만들었다. 오른손은 설법하는 자세로 가슴에 올리고 있으며 왼손은 아래로 내려 약병을 들고 있다. 가사에 특별한 조각도 없고 발의 표현도 무뎌 조각기법상으로는 가장 떨어진다.

오른쪽의 보살은 세 부처 중 전체적인 윤곽이 가장 선명하고 예술적인 측면에서도 더 뛰어나다. 얼굴의 눈, 코, 입 윤곽선이 분명해 얼굴 표정을 좀 더 잘 알 수 있다. 그러나 볼이 너무 퉁퉁해 은근한 미소 속에 심술이 약간 보인다. 머리는 세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고 가운데 부분에 연꽃 장식이 있다. 머리를 둘러싼 광배에는 화불이 다섯, 보상화가 둘 조각되어 있다.

오른쪽의 보살
 오른쪽의 보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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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 손은 아래로 내려 배 앞에 댔고, 왼손은 위로 올려 연꽃을 들고 있다. 전체적으로 가사의 조각기법이 다양하고 아주 정교한 편이다. 이 부처에서 가장 특이한 것은 양쪽 어깨에서 발 위까지 길게 늘어뜨려진 굵은 영락이다. 굵은 실을 꼬아 만든 줄에 구슬과 꽃장식이 매듭형태로 들어가 있다. 발도 역시 다른 두 부처님에 비해 정교하고 안정되게 표현되었다. 그리고 부처님이 2단의 연꽃 대좌 위에 서 있어 다른 두 부처님보다 훨씬 편안하고 안정돼 보인다.

본존불의 뒷면
 본존불의 뒷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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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시불의 뒷면
 협시불의 뒷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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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여러 가지 차이점으로 인해 이 부처님은 삼존불의 하나가 아니었을 것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예술성과 조각기법 등에서 이들 세 부처는 확실히 차이가 난다. 그리고 뒷면을 보면 본존불과 양쪽 협시불이 가지는 차이를 분명히 알 수 있다. 본존불 뒷면은 조각이 전혀 없이 조금 다듬기만 해놓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학계는 여전히 이들 세 부처님이 인간적이면서도 은근한 정서를 표현하고 있다는 점에서 7세기 신라 말을 대표하는 불상으로 보고 있다.

망월사가 원효종의 절이라네

망월사
 망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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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삼존불을 보고 우리는 가까이 있는 망월사로 간다. 달을 바라보는 절이라는 뜻을 가진 절로 이름이 상당히 서정적이다. 입구에 들어서니 서향하고 있는 문 안으로 석양이 비쳐든다. 절에 들어가 보니 대처승들이 거주하는 절 같다. 삶의 흔적이 보이기 때문이다. 큰 법당은 두드러진 것이 없고 그 옆에 연화탑이 보인다. 연꽃이 있는 물 위에 세워진 3층석탑으로 통일신라 어느 때쯤 탑으로 보인다. 안내판이나 설명이 없어 정확한 유래와 내용을 알 수 없다.

탑을 보고 삼성각 앞으로 가니 최근에 세운 ‘원효종 성전간행 시주공덕비’가 있다. 비석을 읽어보니 우리나라 불교의 종조인 원효스님의 가르침에 따라 원효종을 세우고 그 성전을 간행하겠다는 내용이다. 글쎄 법상종이라는 말은 들어봤어도 원효종이라는 말은 처음 들어본다. 아마 그 이후 원효종에 동참하는 사람이 별로 없었던지 성전이 간행되었다는 소리를 들어보지 못했다.

원효종 성전간행 시주공덕비
 원효종 성전간행 시주공덕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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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오후도 정말 긴 답사였다. 삼릉과 경애왕릉에서 시작해 상선암을 거쳐 금오산에 오른 다음 용장골로 내려왔으니. 그리고는 그것도 부족해 출발점인 배리로 다시 돌아와 삼존불에서 답사를 마감했으니 말이다. 우리 일행은 모두 피곤해서인지 오늘은 조금 일찍 들어가 쉬기로 한다. 그러나 오늘 답사를 정리해야 하고 내일 답사를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사실 편안하게 쉴 수도 없다. 저녁을 먹고 숙소에 들어가 보니 벌써 7시다.      


태그:#배리 삼존불, #석불입상, #삼불사, #선방사, #연화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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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분야는 문화입니다. 유럽의 문화와 예술, 국내외 여행기, 우리의 전통문화 등 기사를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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