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9시. 김포시 클린기동대는 ‘아름다운 김포’라는 황홀한 만남을 위해 힘찬 출발을 한다. 두 명의 여자대원을 합쳐 총 10명의 클린기동대 대원들의 표정은 비장하다. 그들은 오늘도 어김없이 전쟁을 치러야 한다. 불법쓰레기와 그것을 불법 투기한 사람들과의 한판 전쟁을.그러나 클린기동대 대원들은 그 전쟁을 일러 ‘아름다운 전쟁’이라 표현한다. 왜일까. 그들의 아름다운 전쟁은 과연 어떤 것일까? 하룻동안의 동행취재를 통해 그들의 아름다운 전쟁을 들여다본다...<기자 주>
“사람이 있는 곳엔 분명 쓰레기가 있습니다. 그러나 쓰레기도 분명 자기 자리가 있는 법이죠. 쓰레기통 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 자리를 찾지 못해 길거리를 방황하는 쓰레기가 지천에 널려 있죠. 우리는 그 쓰레기들과 한판 전쟁을 벌이는 사람들입니다.”표현치고는 참 재미있다. 쓰레기들과 전쟁을 치르다니…. 잘 기억나지는 않지만 어디선가 그런 표어를 본 적이 있는 것 같다. ‘휴지는 휴지통에 쓰레기는 쓰레기통에’
이 표어가 제대로 잘 지켜진다면 아마 클린기동대는 필요치 않을 것이다. 클린기동대가 하는 일이 바로 휴지통과 쓰레기통을 찾지 못한 불법쓰레기들을 수거하고 또 그것들을 투기한 사람들을 단속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불법쓰레기 투기하는 사람들 어찌보면 참 대단해요. 장소 물색도 보통일은 아닐 겁니다. 어떻게 그렇게 으슥한 곳을 잘도 찾아내는지…. 겨울엔 숲이 없어서 그런 대로 덜해요. 여름엔 우거진 숲 속을 뒤져보면 십중팔구 불법쓰레기가 숨어 있죠.”
클린기동대의 가장 큰 적은 막무가내식 불법쓰레기 배출이다. 그나마 눈에 잘 띄는 장소에 놓아둔 불법쓰레기는 그런 대로 낫다. 동네의 으슥한 부분, 산기슭 후미진 곳, 도로의 가드레일 바깥쪽은 늘 덩치 큰 불법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쓰레기의 종류도 다양하다. 침대 메트리스, 소파 같은 가구류, TV·냉장고·세탁기·컴퓨터 등 각종 전자제품, 자전거나 오토바이에 이르기까지 한때는 요긴하게 사용됐던 생활용품들이 흉물로 널브러져 있다. 수거하여 차에 싣고 실어 나르는 일만 해도 하루해가 빠듯할 지경이다.
도로변 쓰레기 수거작업도 만만치 않다. 제방도로의 경우, 도로를 지나는 차량에서 버리는 쓰레기들로 길 가장자리는 언제나 쓰레기들로 가득하다. 제방도로 쓰레기수거작업의 경우 클린기동대 대원들은 사고의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된다.
좁은 도로로 인해 대원들의 활동영역이 제대로 확보되지 않는 것도 문제지만 포장을 덮지 않은 화물차의 경우 차에서 떨어져 내리는 물건들이 시도 때도 없이 대원들을 겨냥한다. 도로 밑 가시덤불 속 쓰레기 수거작업은 대원들 얼굴이며 몸 구석구석에 상처를 남기기 일쑤다.
그러나 불법쓰레기를 수거하는 일보다 더 어려운 게 단속활동이다. 담배꽁초에서부터 불법쓰레기배출 단속은 물론 불법소각 단속도 클린기동대의 주요 임무이다. 불법쓰레기배출단속은 현장포착이 중요하다. 그러나 이른 새벽이나 밤늦은 시간에 버리다 보니 단속이 여의치 않다. 궁여지책으로 일일이 쓰레기를 뒤져 본인을 찾아내야 한다.
불법소각도 마찬가지다. 신고를 받든지 연기를 보고 출동을 하면 이미 소각한 사람은 자취를 감추고 없다. 그렇다고 희미한 연기만 피워대는 잿더미가 증거가 될 리 또한 만무하다.
“폐비닐이나 스티로폼 같은 경우 연기와 냄새가 장난이 아닙니다. 이웃의 신고를 받고 단속을 할라치면 막무가내입니다. ‘내 땅에서 내가 태우는데 무슨 상관이냐’면서 오히려 당연하다는 듯 더 큰소리를 칩니다.”
현장적발도 그리 수월한 건 아니다. 가끔 단속에 불응하는 다소 과격한 시민들 때문이다. 욕설을 퍼붓는가 하면 심지어 폭력을 행사하는 시민들도 있다. 또 인맥을 구실로 단속을 무마해 보려다 생각대로 되지 않자 거의 협박에 가까운 폭언을 일삼는 시민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클린기동대 전 대원들은 '아름다운 김포 만들기'에 기꺼이 일조를 한다는 생각에 자부심을 갖는다.
비록 미미하긴 하지만 불법쓰레기 배출이나 불법소각이 점차 근절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쓰레기 더미가 산적해 있던 곳이 아름다운 꽃밭으로 변해 시민들의 휴식처가 되어줄 때의 그 기쁨은 억만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삶의 값진 보람이다.
시민들의 격려도 크나큰 힘이 된다. 더운 여름엔 시원한 냉수 한사발로, 추운 겨울엔 따뜻한 유자차 한잔으로 대원들의 노고를 위로해준다. 대원들은 입을 모아 이야기한다.
"우리는 매일 '아름다운 김포'와 만나기 위해 출동합니다. 그러나 '아름다운 김포'는 너무 멀리 있습니다. 그러나 그 끝이 너무 멀리 있다 해서 포기할 순 없습니다. 이렇게 매일 숨 가쁘게 달리다 보면 언젠가는 '아름다운 김포'라는 황홀경과 만날 수 있을테니까요."김포시 클린기동대는 ‘아름다운 김포’라는 황홀경을 만나기 위해 오늘도 김포 구석구석을 누비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