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월 말이면 한 해 동안 발표된 작품들 가운데 중, 단편소설만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이상문학상이 올해로 32회째를 맞았다. 2008년 32회 대상 수상작은 권여선의 ‘사랑을 믿다’가 선정되었다. 2008년도 제 32회 이상문학상 작품집이 출간되었다. 대상 수상작 권여선의 ‘사랑을 믿다’ 외 7편이 수록되어 있다. 우수상 수상작으로는 정영문의 ‘목신의 어떤 오후’, 하성란의 ‘그 여름의 수사(修辭)’, 김종광의 ‘서열 정하기 국민투표-율려, 낙서공화국 1’, 윤성희의 ‘어쩌면’, 천운영의 ‘내가 데려다줄게’, 박형서의 ‘정류장’, 마지막으로 박민규의 ‘낮잠’이 실려 있다. 대상 수상자를 포함하여 올 해 수상자들은 60년대 중반과 70년대 태어난 작가가 나란히 4명씩 선정되었다. 30~40대 작가가 우리 문학계의 주류를 형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상 수상작가인 권여선은 65년생으로 96년 장편소설 ‘푸르른 틈새’로 상상문학상을 수상하며 등단했다. 소설집으로 ‘처녀치마’, ‘분홍 리본의 시절’이 있고, 오영수 문학상을 수상했다. 2008년 대상 수상작인 ‘사랑을 믿다’는 제목과는 다르게 사랑을 믿지 않는 주인공의 어긋난 사랑과 이별에 대한 냉소가 곳곳에 배어 있다. “내가 기억하는 한에서 그녀는 못생긴 편도, 매력이 없는 편도 아니었다”라는 문장처럼 권여선은 “이중부정을 각주처럼 달아놓고서야 마음이 편안해지는 식이다.” 이 작품은 사랑의 기억과 스치는 이별에 대한 에스키스다. 아포리즘적 문체가 빈번하게 등장하고, 두 겹의 이야기가 복합적으로 서술되어 있다. 기억에 대해서 말하는 대목에선 “사랑의 비동시성”이 사랑에서 비극의 원인이라는 정미경의 ‘밤이여 나뉘어라’란 작품이 떠오른다. 사랑에 대해 드러내기보다는 광 속 깊이 숨겨버림으로써 두 번을 읽어도 ‘사랑을 믿는’ 주인공을 발견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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