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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근리 노근리 학살사건을 그린 그림(합동위령제 안내책자에서)
노근리노근리 학살사건을 그린 그림(합동위령제 안내책자에서) ⓒ 노근리특별위원회

새 정부 인수위원회는 ‘정부조직 개편안’을 통해 18부 4처의 정부 조직을 13부 2처로 축소하는 내용을 발표했다. 그런데 이에 따른 반발이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특히 통일부와 인권위원회, 농촌진흥청 폐지는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그런 가운데 인수위는 “노근리희생자심사 및 명예회복 위원회(이하 노근리특별위원회)와 노근리특별법”을 폐지하고 노근리특별위원회를 ‘진실과 화해를 위한 과거사위원회’와 통합한다고 발표하여 노근리 희생자와 유족들의 강력한 반발을 사고 있다.

 

노근리사건은 한국전쟁 초기인 1950년 7월25일부터 29일까지 참전 미군에 의해 수백 명의 무고한 피난민들이 희생당한 사건이다. 이 사건에 대해 한미 양국은 1년 3개월에 걸쳐 공동진상조사를 펼쳤고, 2001년 1월, 당시 미국의 대통령이던 클린턴은 미군 책임을 인정하는 유감표명 성명을 발표하여 노근리사건은 대표적인 인권침해사건으로 국내외에 널리 알려졌다.

 

노근리사건 희생자들의 명예회복을 위한 “노근리사건 희생자심사 및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이하 노근리특별법)”은 한나라당이 다수당으로 있던 제16대 회기 말인 2004년 2월, 국회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되었다. 그리고 이 노근리특별법에 의해 노근리특별위원회가 설립되어 노근리사건 희생자 합동묘역과 추모탑 건립 등 노근리사건 희생자 명예회복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합동위령제 2007년 7월 27일 노근리에서 치른 합동위령제 모습
합동위령제2007년 7월 27일 노근리에서 치른 합동위령제 모습 ⓒ 김영조

 

그런 상황에서 인수위원회가 노근리위원회 폐지방침을 밝힌 것은 노근리사건의 특수성과 노근리특별법의 제정목적, 노근리특별위원회의 운영상황 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탁상에서 매우 불합리하고 무리하게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노근리유족회는 반발한다.

 

먼저 유족회는 노근리특별위원회를 ‘진실과 화해를 위한 과거사위원회(이하 진실화해위원회로 칭함)’와 통폐합시키려는 것은 노근리특별법 목적과 맞지 않는 일이라는 말한다. 곧 노근리특별법 제정목적이 노근리사건 진상조사가 아닌 노근리사건 피해자의 진위 심사와 희생자들의 명예회복을 위해 희생자 추모탑과 합동묘역, 노근리역사박물관 건립 등 추모사업추진에 있다는 것이다.

 

또 진실화해위원회는 노근리사건 희생자 합동묘역과 추모탑 건립사업을 추진할 전문적인 식견을 가진 위원이나 자문위원 등 전문인력이 없어 노근리특별위원회를 폐지하고 진실화해위원회로 통합한다면 현재 잘 추진되고 있는 노근리사건 희생자 추모사업의 핵심이 무너져 상당 기간 공사연기나 중지가 불가피할 것이고, 오히려 이 탓에 인수위원회가 내거는 정부위원회의 효율성 제고에도 역행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여기에 노근리특별위원회는 진실화해위원회 등 기타 과거사위원회와 달리 노근리중앙위원회나 실무위원회에 상임위원을 전혀 두고 있지 않으며, 자문위원들도 실비 정도의 교통비만 받고 전문적인 자문을 하고 있어서 예산상으로 전혀 낭비요인이 없어서 노근리특별위원회 운영에 업무의 중복이나 예산낭비요인도 별로 없다고 못박는다.

 

또 노근리사건에 대해 미국의 현직 대통령이 잘못을 인정했을 만큼 인권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사건이고, 다시는 지구 상에서 제2, 제3의 노근리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반전과 평화애호사상을 높여야 할 까닭을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노근리 쌍굴 노근리사건 합동위령제가 열린 노근리 쌍굴 좌우에는 총탄 흔적(흰색의 표시들)이 즐비하다.
노근리 쌍굴노근리사건 합동위령제가 열린 노근리 쌍굴 좌우에는 총탄 흔적(흰색의 표시들)이 즐비하다. ⓒ 김영조

 

노근리 탄흔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총탄 자국이 보이는 쌍굴 입구에는 볼록거울이 쌍굴 안의 합동위령제 모습을 비쳐준다 / 쌍굴 안에는 무슨 일인지 총탄 자국을 지워놓았다 / 총탄자국이 깊고 넓다 / 총탄 자국들을 종류별로 구분해 표시를 해놓았다.
노근리 탄흔(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총탄 자국이 보이는 쌍굴 입구에는 볼록거울이 쌍굴 안의 합동위령제 모습을 비쳐준다 / 쌍굴 안에는 무슨 일인지 총탄 자국을 지워놓았다 / 총탄자국이 깊고 넓다 / 총탄 자국들을 종류별로 구분해 표시를 해놓았다. ⓒ 김영조

 

더구나 한나라당이 다수당으로 있던 제16대 국회에서 만장일치로 노근리특별법을 제정한 것을 지금에 와서 인수위원회와 한나라당이 노근리특별법과 노근리특별위원회를 폐지하겠다는 것은 대의명분이나 법제정 목적에도 어긋나는 것이 아닌가 묻고 있다.

 

노근리위원회 정은용 위원장은 “폐지를 탁상에서만 검토하지 말고 노근리위원회 소속위원, 노근리사건 희생자유족회 대표, 노근리처리지원단 실무진들과의 면담 등 철저한 현장 확인을 통해 우리 위원회 성명서가 지적한 문제점들을 구체적으로 확인해달라”라고 호소했다.

 

이미 노근리역사공원 터를 샀으며, 공원건립 기본설계가 2007년도에 이미 완료되었고, 현재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어서 2009년 12월이면 노근리역사공원 건립이 완공될 예정이라고 한다. 그런 노근리를 이제 관련 특별법을 폐지하고 위원회를 없앤다면 그동안 국민의 혈세를 들여 해온 사업이 물거품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지 않을까?

 

새 정부가 작은 정부로 가려고 하는 것은 지극히 옳은 방향이다. 정부가 살이 쪄서는 효율적인 정책을 집행할 수가 없고 국민에게 부담을 줄 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작은 정부를 내세우면서 그것이 안팎에 보이기 위한 전시 효과만 노리는 것이라든가 꼭 필요한 정책 집행을 막는 것이라는 의혹을 받는다면 그것은 대통령 당선자가 바라는 일이 아니라고 사람들은 입을 모은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노근리#학살사건#정부조직 개편안#노근리특별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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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으로 우리문화를 쉽고 재미있게 알리는 글쓰기와 강연을 한다. 전 참교육학부모회 서울동북부지회장, 한겨레신문독자주주모임 서울공동대표, 서울동대문중랑시민회의 공동대표를 지냈다. 전통한복을 올바로 계승한 소량, 고품격의 생활한복을 생산판매하는 '솔아솔아푸르른솔아'의 대표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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