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지난 22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2010년부터 모든 고등학교에서 영어수업을 영어로 하고 일반수업도 영어로 수업하겠다는 '영어몰입' 교육제도를 발표했습니다. 초등학교 2학년 딸아이에게 "이제 고등학교에서 영어로 모든 수업을 하게 되었으니 열심히 영어공부 해야지?"라고 영어몰입교육에 대해 설명하면서 물으니, 딸은 "아빠! 괜찮아요 저는 해당되지 않아요! 5년 뒤면 폐지돼요"라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딸아이는 "아빠!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는 5년이잖아요! 5년 뒤면 새로운 대통령이 폐지공약을 들고 나와서 당선되면 영어교육은 또 바뀌어요!"라고 웃으며 말했습니다. 그리고는 "저는 5년 동안은 고등학생이 아니라 괜찮아요. 오빠는 해당되지만"이라면서 초등학교 4학년인 오빠를 걱정하는 말을 했습니다.

 

초등학교 4학년인 아들은 저를 바로 보면서 "아빠! 저도 괜찮아요. 제가 고등학교 가기 전에 영어교육은 또 바뀌어요!"라면서 자신있게 말했습니다. 인수위의 '영어몰입' 교육제도 발표를 보면서 사교육비 걱정과 아이들이 받을 스트레스를 걱정한 아빠가 오히려 초등학생인 두 아이의 상당히 '정치적'인 훈육을 듣게 돼 웃고야 말았습니다.

 

교육은 백년지대계가 아니라 대통령의 임기와 함께 한다는 초등학생들도 알고 있는 '진리'를 제가 잠시 잊고 있었다는 사실에 허탈했습니다. '수능등급제'도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에 의해 시행한 지 1년만에 바뀌는 세상인데, '영어몰입' 교육에 대해 초등학생인 아이들이 어찌 5년 뒤를 걱정하겠습니까?

 

'기러기 아빠' 없애기 위해?... '기러기 아빠'도 못 되는 아빠는?    

 

이경숙 인수위원장은 "기러기 아빠나 펭귄 아빠 등 이산가족의 현실을 더 두고 볼 수 없다"고 말하며, '기러기 아빠'를 '영어몰입' 교육제도 시행 명분으로 들고 있습니다. 각종 ‘영어마을’ 실험이 실패했는데 이번에는 일부 계층의 특수 현상인 '기러기 아빠'를 해결하려고 영어광풍 세상을 만드는 게 과연 타당한 일일까요?

 

'영어몰입' 교육 실시하면 '기러기 아빠'가 고마워 하면서 이산가족에서 해방될지 의문이입니다. 일부 계층의 '기러기 아빠'는 외국 학벌을 우대하는 대한민국 학벌주의가 만들어 낸 이산가족입니다. 그런데도 일부 계층의 '기러기 아빠'때문에 '영어몰입' 교육 실시되면 지금까지 돈이 없어 자식들을 한국에 끼고 돌고 있는 아빠는 '영어몰입' 교육으로 인한 영어 사교육비 걱정 때문에 더욱 죽을 맛입니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은 지난 25일 전국 시·도교육감 협의회 창립총회에서 "영어 과외를 안 받아도 대학을 갈 수 있도록 하는 것만은 분명히 하려고 한다"고 밝혔습니다. 교사들 60%가 일반 교과 수업을 영어로 진행하는 것에 대해 반대(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여론조사)하고, 네티즌 68.3% 가 반대(여론조사업체 폴에버) 한다는 언론보도를 보았습니다. 교사들은 '영어 사교육비 증가'(20.7%)를 들어 반대하고 있는데, "영어 과외를 받지 않아도 대학 갈 수 있게 하겠다고요?" 초등학생도 속지 않는 사기는 이제는 그만치세요.

 

'영어몰입' 교육으로 인해 사교육비가 더 들게 될 중학교 1학년 자식을 둔 부모들이 걱정입니다. 그들은 이명박 정부의 '전봇대 행정' 희생자(?)가 될 게 뻔합니다. 주식이 폭락하는 장에서도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자립형 사립고등학교 100개 공약' 때문에 사교육을 주도하는 '큰손 학원가' 주식은 폭등하고 있는 게 시장의 현실입니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님! 모든 과목을 영어로 강의를 하고 있는 당신의 모교 고려대학교가 세계 일류대학이 되어 있습니까? 영어를 공용어로 사용하는 필리핀이 선진국이 되어 있습니까? 사교육비를 줄이려면 차라리 대학입시에서 영어과목을 폐지하세요! 그게 정답입니다.


태그:#영어몰입교육, #이명박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