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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0선이 무너졌대.”

“아이구, 내 펀드 내 주식 어쩌면 좋냐. 지난해 잘 나갈 때 정리할 걸. 가지고 있다가 손해만 봤네.”

“어쩌면 기회일지도 몰라. 주가지수 상승 초기였던 2003년을 생각해봐.”

“하긴 그땐 1000포인트만 가라 그랬었지. 그럼 오히려 지금이 매수시점인가?”


“몰라 몰라. 요즘 잠도 잘 안와. 부동산은 꿈쩍도 않지, 금리 높지 그나마 펀드랑 주식에서 재미 좀 보는 가 했는데 이렇게 속을 썩이네.”

“주식에서 빠져나가면 다시 부동산 아닌가? 대통령 바뀌면 부동산이 좀 달라질 거라던데….”

“하긴 요즘 다시 부동산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말도 많더라.”

 

IMF를 벗어남과 동시에 노무현 정부의 실정을 등에 없고 부동산 불패라는 신화까지 만들어내며 호황을 누렸던 강남과 분당 쪽 경제통 아줌마들의 입에서 부동산 위기론이 나오기 시작한 것은 2년 전부터였다. 

 

그간 수없이 많은 부동산 안정 대책이 발표되었지만 약발은 오래가지 않았고 시장은 오히려 대책을 비웃듯 대세 상승을 멈추지 않았었다. ‘부동산 대책, 강남아줌마에게 물어보라’는 우스개가 공연히 생긴 말이 아니었던 것이다.

 

하지만 2006년 실거래가 과세와 1가구 2주택 중과세, 대출 금리 인상 등의 연이은 정책이 줄폭탄처럼 터지자 부동산시장은 긴장하는 듯 보였다. 그러나 정책의 여파가 실제 부동산 가격의 하락을 이루어 내지는 못했다.

 

대부분의 부동산 소유자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후보가 대통령이 될 경우 17대 대통령 집권 이후에는 얼어붙은 부동산시장에 훈풍이 불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있었으며 그 때문에 성급하게 가지고 있는 부동산을 매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부동산시장의 침체로 마땅한 투자대안을 찾지 못했던 투자자들에게 펀드는 그야말로 재미있는 투자놀이터가 아닐 수 없었다.

 

자산운용협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07년 11월 말 주식형펀드 전체 계좌 수는 1652만개로 총가구수 1642만개(통계청 추정 2007년 현재 우리나라 총가구수)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2007년 2월 1330만2천개로 전체 가구 수의 83%를 기록했던 계좌수가 불과 몇 개월 만에 100%를 넘어서 바야흐로 1가구 1펀드 시대를 맞고 있는 것이다.

 

전 국민적인 펀드 열풍 속에 50% 이상 수익을 올리는 펀드가 속출했고 뒤늦게 소문을 들은 소액 투자자들은 주머니 돈, 쌈지돈은 물론 장롱 속에 깊이 감추어 두었던 비상금까지 털어 말 그대로 '묻지마 투자'에 나섰다. 

 

대통령이 바뀌면 경제가 살아나고, 경제가 살아나면 증시 역시 크게 오르게 될 것이라는 '희망'에 베팅을 한 것이다. 하지만 원하는 대통령도 뽑았고 새해도 밝았는데 어쩐지 주식시장에 감도는 기류는 불안하기 짝이 없다. 지난해 입이 닳도록 자랑을 하던 이웃집 아줌마처럼 50%, 45% 수익은 고사하고라도 은행 이율 만큼의 수익도 내지 못하거나 오히려 원금을 팍팍 까먹고 있으니 잠인들 편히 오겠는가.

 

그런 아줌마들 입에서 솔솔 부동산 관련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아무래도 다시 부동산으로 가야 할까봐. 펀드 몇 년 가지고 있어도 부동산에서 올렸던 수익만큼은 어림도 없고,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 부동산 정책도 바뀔 테니 미리 준비를 해야 하지 않을까?”

 

“하긴 지금이 매수시점이라면 시점이지. 쫓겨나긴 했지만 인수위 자문위원 이라는 고종완 그 사람도 앞으로 부동산이 더 오를 것이라고 하던데… 공연한 말 떠들고 다니겠어?”

 

“그래 나도 그 사람이 하는 부동산 투자 설명회 갔던 적 있어. 이참에 펀드랑 해약해서 뭘 하나 잡아 놔야하나? 용적률 높여주고 양도세 낮춰주면 아무래도 부동산이 한 번 들썩하긴 할 것 같은데 말이야. 경매시장으로 눈을 돌려보아야 하나?”

 

최근 조사된 부동산 정보업체의 자료를 보면 부동산불패신화의 진원지로 주목받았던 강남, 목동, 분당 등 버블세븐지역의 부동산 동향이 심상치 않음을 알 수 있다. 대선 직전까지 크지는 않았지만 급매물 위주로 하락세를 보이던 집값이 2008년 들어 더 이상의 하락을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대선 직후인 20일과 21일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주거형 부동산의 평균 낙찰가율이 한 달 전에 비해 약 20%포인트 상승했고 낙찰률도 5.7%포인트 상승했다는 경매관련 뉴스도 매수를 고민하는 아줌마들의  심리를 한층 더 조급하게 만들고 있다.

 

연초부터 부동산 관련 일련의 수상한 조짐을 포착한 인수위에서 서둘러 대책을 내놓기는 했지만 어쩐지 부동산 쪽으로 쏠리는 아줌마들의 투자심리는 동결시키기에는 부족해 보인다.

 

또다시 강남불패, 부동산불패의 신화를 꿈꾸는 아줌마들. 이들의 꿈 뒤에는 이명박 당선자에게 70% 이상의 득표라는 전폭적 지지를 표해 준 특정 지역의 민의를 무시하지 못할 것이라는 은근한 자신감도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중앙선관위가 발표한 서울 지역 이명박 당선자의 득표율- 강남구 압구정1동(79.3%), 강남구 압구정2동 (78.9%), 강남구 도곡2동(77.5%), 송파구 잠실7동(76.0%), 강남구 대치2동(75.7%)).

 

몇몇 강남 아줌마의 입에서 시작된 부동산 바람이 어느새 입소문을 타고 조심스럽게 시장에 퍼지고 있다. 새 정부는 과연 그녀들이 꿈꾸는 대박을 가져다 줄 수 있을까. 숨 죽여 지켜볼 일이다. 


태그:#펀드, #부동산, #강남불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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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아줌마가 앞치마를 입고 주방에서 바라 본 '오늘의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요? 한 손엔 뒤집게를 한 손엔 마우스를. 도마위에 올려진 오늘의 '사는 이야기'를 아줌마 솜씨로 조리고 튀기고 볶아서 들려주는 아줌마 시민기자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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