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음악을 잘 모르는 사람도 베토벤의 <운명>은 잘 알고 있고, 이 음악을 좋아들 합니다. 베토벤은 <운명>을 통해, 그 비극적 역경을 이긴 사람입니다. 사람들은 자신의 운명에 순종하고 살아가기보다는, 운명에 도전하며 살아가는 쪽이 아닐까 합니다.
성공한 사람일수록 '나는 내 운명을 정복했다'고 서슴없이 말합니다. '세르반테스'는 <돈키호테>에서 '운명의 여신의 바퀴는 풍차보다 빠르다'고 적고 있습니다. 명작 <운명>을 작곡한 베토벤은, '나는 운명의 목을 졸라 주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나는 그런데 아직 내 운명의 팔도 잡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주나라의 임금이 지었다는 '역경'은, 철학적인 관점을 나타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세계관, 윤리학설 및 풍부하고 소박한 변증법을 담고 있어, 중국 철학사상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속칭, 동양철학(사주팔자)은 십이간지를 바탕으로 합니다. 해마다 돌아오는 12간지의 동물의 순서는 태어나는 해의 동물 이름이 붙습니다. 쥐, 소, 호랑이, 토끼, 용, 뱀, 말, 양, 원숭이, 닭, 개, 돼지의 순서는 다시 반복됩니다. 쥐는 자(子), 소는 축(丑), 호랑이는 인(寅), 토끼는 묘(卯), 용은 진(辰), 뱀은 사(巳), 말은 오(午), 양은 미 (未), 원숭이는 신(申), 닭은 유(酉), 개는 술(戌), 돼지는 해(亥)에 해당합니다. 보통 자신이 태어난 띠는 기억해도, 십이간지를 외우는 사람은 드문 것 같습니다.
휘적 휘적 부산의 장산을 걸어서 올라가는 중턱에는 '성불사'라는 큰 절이 있습니다. 여느날은 무심한 십이지상 앞에, 띠를 재미 있게 풀이한 비석이 보였습니다. 혼자만 알고 지나치기 아까운 생각들어서, 몇 개의 띠풀이만 옮겨 봅니다.
올해는 쥐띠들의 해, 그 쥐띠에 대한 스님들의 해석이 참 재미 있습니다.
"나는 광명의 봄을 태워주는 만월보살의 화현이라네. 나는 인연을 이어주는 안내자, 고지의 정복을 목표삼아 마음 먹은 일을 완성시킨다. 나는 진보 탐험, 통찰자이며 꾀돌이…"라고 적혀 있네요.
양은
"나는 사바세계를 평온케 하는 대세자보살의 화현이라네. 나는 믿음으로 신뢰를 보답 받으며 나의 온화한 사랑 속에서 만물을 피어보고, 나는 화려한 미래를 동경하는 이상 주의자…"라고, 좋은 말로 풀이한 양의 성품… 정말 양띠 내 친구 떠올리게 합니다. 내친구 정말 알려주면 좋아하겠습니다.
우리 집 장손, 큰 오빠는 토끼 띠입니다. 그래서 수첩에 잘 옮겨 와서 메일로 보냈습니다. 토끼는,
"나는 인간 세상의 암흑을 먹는 수월보살의 화현이라네. 나는 순리에 맞추어 움직이며 온화하고 친절한 마음을 가졌고, 나의 순응력으로 스스로 자제시킨다. 나는 우아한 빛깔로 조화하면서 잘난 맛에 사는 야만둥이…"오빠는 사실 마음이 너무 좋아서 탈입니다. 새 사업을 시작하면, 사업을 하는 동안 오빠를 사장으로 모신, 직원들은 너무 좋아하지만, 이익을 챙기지 못해서 올케는 고생입니다. 요즘 세상 사람이 너무 좋아도 흠입니다. 남에게 항상 손해만 보는, 오빠에게 운명의 여신이 올해는 꽃을 건네주길 기도해 봅니다.
사람은 운명을 타고 났다고 하지만, 그 운명을 만들고 새 운명을 창조하는 것은 인연인 듯합니다. 좋은 인연을 만나면, 그 운명의 액도 비켜가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좋은 인연을 많이 만드는 새해가 되도록 빌어봅니다. '헤세'의 말을 빌리면, "인연을 아는 것은 사고(思考)요, 사고를 통하여서만 감각은 인식이 되어 소멸되지 않을 뿐 아니라, 본질적인 것이 되어 그 속에 있는 것이 빛날 수 있다'고 합니다.
한국 속담에는 '길에 돌도 연분이 있어야 찬다'는 말이 있습니다. 높은 산에 올라오면 새삼 인연의 소중함을 느낍니다.
저 많은 집과 건물과 사람들 중에 내가 아는 사람은 정말 작으니 말입니다. 그래서 사람은 어두운 등불 밑에서는 종종 곁에 있는 사람을 잘 보지 못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한번씩 멀리 떨어져 있으면, 소중한 사람은 바로 내가 아는 가장 가까운 사람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불가에서는 길거리에 오고 가는 사람끼리잠깐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 한다는데어두운 밤거리 무서운 빗줄기 속에서십분 동안은 착실히 호흡을 맞추어 걸어왔으니그것이 인연이 아니고 무엇이랴.<고개를 넘으면> 중 - '박화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