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의지
지난 11일, 12일에 연이어 북이 미국을 향해 평화협정 체결을 절박성을 강조하는 논평을 발표한데 이어 이번에는 좀더 강한 평화협정체결 의지를 담은 논평을 발표하였다.
자주민보에서는 당시 이런 북의 평화협정체결 요구가 거의 최후통첩의 성격까지 지니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을 내 놓은 바 있는데 이번에 발표된 북의 논평에서도 그런 분위기가 강하게 느껴진다.
26일 북한의 노동신문은 ‘조선반도(한반도)에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것은 현실의 절박한 요구’라는 제목의 논평을 통해 또 다시 미국에게 평화협정체결을 강하게 촉구하였다는 소식을 같은 날 연합뉴스에서 보도하였다.
이번 노동신문 논평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우리나라에서 긴장상태를 완화하고 전쟁의 위험을 제거하는 문제는 무엇보다도 미국이 우리 공화국에 대한 적대시 정책을 버리고 조(북)미 사이에 평화협정을 체결해야 해결될 수 있다”고 했던 말까지 소개하여 한층 더 강한 의지를 드러내었다.
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말은 북의 언론에서 2003년에도 언급했었다. 2003년은 북이 핵확산금지조약을 완전히 탈퇴한 해로써 ‘2차 핵 위기’가 시작되었던 해이다.
결국 ‘한반도 긴장완화’, ‘전쟁위험 제거’는 평화협정체결과 직결되어있다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주장은 정전상태가 계속된다면 미국의 공격을 대비한 북의 물리적 조치가 계속되는 등 한반도에서 긴장이 갈수록 격화될 것이고 결국에는 전쟁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판단된다.
북, 할만큼 했다논평의 다음 내용은 이를 더욱 구체화하고 있다.
논평에서는 먼저 “현 정전체제를 종식시키고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구축해 나가기 위한 실천적 조치로서 직접 관련된 3자 또는 4자 수뇌들이 조선반도 지역에서 만나 종전을 선언하는 문제가 명기돼 있다”고 지난해 2차 남북정상회담에서 합의한 ‘10·4남북선언’의 4항의 합의 내용을 상기시켰다.
논평은 이와 관련하여 ‘북·미간 핵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대화하고 있고, 미국이 북한에 대해 침공할 의사가 없음을 표명하고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용의가 있다고 밝혔으며, 남북관계도 평화번영의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지적’하고 “지금이야 말로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교체하여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북은 할 수 있는 노력은 다 했다는 것이며 평화협정을 체결할 수 있는 분위기도 익힐 만큼 익혀놓았다는 것이다.
북은 이렇게까지 노력했고 또 한반도 평화에 관한 많은 성과들도 나왔기에 미국이 이제는 평화협정체결을 거부할 수 없게 되었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어 논평은 “낡은 정전체제를 새로운 평화체제로 교체하는 것은 결코 실무적인 문제가 아니다”며 “그것은 전쟁과 평화에 대한 입장과 태도의 문제”라고 말하고 “미국이 진실로 우리 나라와 신뢰를 구축하고 평화적으로 공존할 의사가 있으며 조선반도의 평화를 바란다면 현 정전협정을 대신하는 평화협정 체결에 나서지 못할 하등의 이유와 조건이 없다”고 덧붙였다.
북은 12일자 노동신문을 통해서도 “미국은 이미 여러 차례에 걸쳐 우리나라를 군사적으로 위협하거나 침공하지 않을 것이라고 표명했다. 그런 조건에서 우리와 평화협정 체결을 주저하거나 꺼릴 것이 없다.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는가, 지속시키는가 하는 것은 미국에 대조선 적대시 정책을 철회하고 조선반도에서 평화를 보장하려는 의지가 있는가 없는가를 가르는 시금석”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시금석은 진짜 금인지 가짜 금인지를 판별하는 도구이다. 한반도 평화에 대한 미국의 본심을 판별하는 일이 평화협정체결이라는 것이 북의 주장인 셈이다.
이번 노동신문 논평은 10·4남북선언까지 언급하면서 미국이 더는 평화협정체결을 거부할 수 없게 되었다고 주장하면서 이제 평화협정체결에 대한 문제는 실무적인 문제가 아니라 “전쟁과 평화에 대한 입장과 태도”라고 못을 박고 있는 것이다.
즉, 미국이 평화협정 체결에 나서지 않는다는 것은 결국 북과 전쟁을 하겠다는 것이며 지금 진행하고 있는 북미대화도 결국은 겉치레에 불과하다는 것이 북의 입장인 셈이다.
미국이 평화협정 거부하면, 북은 단호할 것전쟁을 하겠다는 미국에 대해 북이 취할 태도는 너무나 명백하다.
이번 노동신문 논평에서는 더불어 북한이 지금까지 “3백수십차에 걸쳐” 각종 평화적 방안을 내놓았으나 미국이 이를 모두 거부했다고 주장하고 한반도에서 무장충돌과 전쟁을 방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로서 완전한 평화협정이 체결될 때까지 정전협정을 대신하는 잠정협정을 체결할 데 대한” 제안도 미국이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지난 미국의 태도에 대해서도 지적하였다.
북은 어떤 특단의 조치를 취하기 전에 그와 관련된 기간 과정에 대한 비망록을 자세히 공개하곤 하였다.
이번 논평의 내용이 그런 비망록 수준은 아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북이 최근 들어 연이어 평화협정체결을 요구하는 논평을 내놓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모든 논평에서 평화협정체결의 문제는 전쟁과 평화에 대한 의지의 문제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이 평화협정체결에 나서지 않는다면 북은 미국의 본심이 결국 북한과의 전쟁에 있다고 판단할 것이며 그에 대한 대응차원의 물리적 조치를 취할 것이 명백해 보인다. 6자회담이 난항을 겪고 있는 것도 결국 이와 관련이 있을 것이다.
2006년 북이 핵실험을 해서 북이 손해 본 것은 아무것도 없다. 오히려 핵실험 1년 동안 북은 그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눈부신 발전을 이루었으며 더 많은 나라들과의 교류 협력 사업을 진행했다. 이는 북한 핵실험 1주기 날 남측언론보도만 놓고 보아도 명백하게 확인된다.
그런 북이 무엇이 두려워 물리적 조치를 주저하겠는가. 도저히 미국과 대화로 문제를 해결할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한다면 북은 단호한 조치를 취할 것이 자명해 보인다.
결국 부시대통령이 평양에 갈 것이런 최악의 사태를 막는 길은 결국 10·4선언에서 남과 북이 합의한 대로 남·북·중·미 4개국 정상이 평양에서 만나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것밖에 없다고 판단된다.
그렇게 되면 중동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무력이 집중되어 있으며 그 어떤 지역보도다 전쟁위험성이 높았던 동북아시아가 항구적인 평화지대로 전환되게 되며 전쟁 없는 세계를 만드는 일도 한층 앞당겨질 것이다.
물론 미국 발 경제위기도 쉽게 극복될 것이다. 정전협정은 전쟁을 잠시 중단한 상태라는 의미의 협정으로 본질상에 있어서는 전쟁이 계속되고 있는 상태이다. 실제 휴전선에서는 수없이 많은 교전이 일어나고 있으며 서해교전과 같은 국지전도 벌어지고 있다.
이렇게 위험했던 한반도에 평화가 찾아오면 인구와 자원 기술이 집중되어 있는 동북아시아는 가장 전망이 높은 투자처로 될 것이며 세계경제도 탄력을 받게 될 것이다.
결국 미국이 처한 국내외적 상황을 놓고 보았을 때 부시대통령이 뉴욕필하모니 평양공연 이후 평양으로 갈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판단된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자주민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