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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주말이면 숭인동 동묘 옆골목에서 벼룩시장이 열린다고 한다. 동대문풍물시장으로 강제 이주한 황학동 벼룩시장 사람들. 동대문풍물시장 자리마저도 못 얻은 황학동 사람들은 어디서 숨만 가쁘게 쉬다가 주말마다 동묘에 전을 벌리는 것일까? 그리운 옛 황학동 골목과 그곳에서 만나던 사람들을 떠올리게 한다.

 

 

황학동 벼룩시장은 민족동란 후 피난민들이 하나 둘 모이기 시작해 형성된 풍물시장이다. 손때 탄 세상의 온갖 진귀한 물건들이 몰리고 다시 주인을 찾아 떠나는 곳이다. 황학동에는 손님을 끄는 소리도 입심좋은 흥정소리도 없다. 들여온 물건을 깔끔하게 손질하거나 고장난 부위를 고쳐 여기저기 쌓아 놓으면 그만이다. 부담없이 만져보고 살펴보고 맘에 들면 가격을 물어보고 적당하면 임자가 생긴다. 돈이 좀 부족해도 애교를 부리면 애교값만큼 깍아주는 인심도 쓸만하다.

 

 

골목 한켠에서 장기판이 벌어졌다. 외통이야 외통일세! 지나던 구경꾼의 모습이 더 익살스럽게 얄밉다. 손님이 와도 그만 안와도 그만, 장사가 되도 그만 안되도 그만, 태평스런 모습이지만 그 시장속의 삶이 얼마나 고달픈지 지나던 과객은 알 수가 없다. 정수전자에 매달린 구식 라디오속에 트랜지스터가 붙어 있는지 IC가 붙어있는지 모르지만 최신팝을 토해내는것처럼...

 

 

청계천이 개발되면서, 먼 옛날 사회정화사업이란 미명하에 청계천 판잣집 사람들이 강제 퇴거당할 때처럼 벼룩시장사람들도 다시 밀려나게 되었다. 동대문운동장에 새로운 터전을 마련했지만 임시거처요, 언젠가는 다시 쫓겨날 것이라는 것을 그들은 알고 있다. 한번에 버리기 좋게 삼태기로 담아 모아 놓았다는 것을...

 

 

동대문운동장 철거가 현실화되어 진행되고 있다. 서울시는 제기동에 2층짜리 현대식 시장을 지어준다고는 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우리 민초들은 가진자들 쥔자들에 의해 이리 밀리고 저리 밀리며 살아왔다. 언제까지 이렇게 쫓겨다녀야만 하는지, 일반 월급장이들이 안정된 직장을 원하는 것처럼, 저들도 안정된 좌판이 필요하지 않을까 한다.

 

덧붙이는 글 | 사진은 황학동 도깨비시장이 동대문운동장으로 옮겨가기 직전 촬영되었습니다.


#황학동#도깨비시장#동대문운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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