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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나면 위안이 되는 경영 서적이 몇 %나 될까?

(가슴을 쓸어내리면서) 남편이 일찍 퇴직 당하지 않으려면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고개를 끄덕이며) 남들을 제치고 승진하려면 이런 저런 준비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
(머리를 갸우뚱하며) 근데 이런 경영방법이 2008년, 2009년에도 계속 통할까 궁금하네.

주기적으로 경영이나 부동산 등 돈이나 기업에 대한 책을 읽는데 남편이 가져다 준 책이거나 도서관에서 누군가 먼저 보고 반납대에 올려둔 책을 빌리는 경우가 많다. 일부러 찾아서 본다기보다는 자연스럽게 눈에 띄는 책을 보는 게 다반사인 것. 그런 책들은 대부분 위의 저 세 가지 유형에 속하기 마련이다.

감동을 주는 경영, 기업 관련 서적을 만나기란 실로 어려운 일이다. 전쟁을 방불케 하는 기업 현장에서 인간 중심으로 사고하기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고, 어쩌다 감동을 안기는 이야기라 해도 그건 전쟁에서 살아남은 승자의 자기계발 이야기에 담긴 인간 승리가 주는 즐거움일 뿐, 기업 자체가 대단한 감흥을 주는 주인공 역할을 하기는 쉽지 않다.

비정규직 한 명 없고 종신고용까지

인간중심 경영으로 샐러리맨의 유토피아를 만든 야마다 사장.
▲ <야마다사장, 샐러리맨의 천국을 만들다> 인간중심 경영으로 샐러리맨의 유토피아를 만든 야마다 사장.
ⓒ 21세기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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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마다사장, 샐러리맨의 천국을 만들다>는 MBC스페셜로 방영됐던 일본 미라이 공업의 창업자 야마다 아키오 사장이 지은 책이다.

아버지 회사에서 아버지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월급을 받으며 17년간 일했지만, 정작 연극이 좋아서 '미라이좌(未來座)'를 만들어 활동하는 데 몰입했다. 정신 못차리는 아들을 아버지는 냉정하게 내쳤다.

아버지 회사에서 불명예스럽게 퇴직당한 뒤 그는 연극판 동료들과 아버지에게 배운 기술을 살려 전선과 다양한 전기공사용 제품을 만들어 파는 미라이 공업을 차린다.

한 달 사이에 전무에서 사장으로 출세했다는 그는 17년 동안 거래했던 곳을 찾아다니며 영업에 매달린다. 그는 스스로 영업에는 자신 있지만, 관리 능력은 부족하고 더구나 개발과 같은 다른 업무는 본인의 일이 아니라고 말한다.

사원 각자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게 하는 '바보 사장'의 역할만 제대로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미라이 그룹을 이끌어 온 주요 경영철학이다.

현대 사회는 예전처럼 톱다운 방식(top-down, 사장이나 회장이 의사 결정을 하면 이를 사원들이 따르는 관리 방식-옮긴이 주)으로 국가 개혁을 할 수 없다. 설령 국가 주도의 개혁을 진행한다고 해도 본질까지 변화시킬 수 있는 그런 시대가 아니다. 하지만 아직도 대부분의 국민들은 상부에서 명령이 내려오기만을 기다린다. 그러므로 진정한 개혁을 위해서는 국가 구조만이 아니라 국민 개개인의 의식을 개혁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이 책 27쪽)

이 회사에 호감을 갖게 된 이유는 솔직히 파격적인 복지제도 때문이다. 10억원 매출을 기념하기 위해 1974년에 전 직원이 함께 대만으로 여행을 떠난 것을 시작으로 5년마다 전체 사원이 해외여행을 떠난다. 비용도 비용이지만, 교대근무를 하지 않는 미라이 공업의 전통에 따라 전 사원이 일을 멈추고 여행을 떠나는 것이 상상하기 어려운, 믿기지 않는 일인데 그들은 현실에서 누리고 있다.

게다가 70년 정년에 종신고용에 3년간 육아휴직! 비정규직 한 명 없이 전 직원을 정규직으로 뽑고 71세 생일 바로 전날까지 일할 수 있다. 잔업이나 휴일근무가 없는 것은 물론이고 1년에 휴가가 140일에 개인휴가까지 더 쉴 수 있다. 한 해에 일하는 총 근무시간은 1640시간. 오후 4시 45분이면 모두 퇴근을 한다.

남은 시간은 자기 마음대로 써야 한다는 게 야마다 사장의 생각이다. 그는 기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원의 의욕'이라고 한다. 샌드위치 휴일에는 반드시 쉬게 한다는 야마다 사장은 말한다.

토요일과 일요일에 쉬고, 월요일 하루만 나오고 또 쉬어야 한다면 월요일에는 왠지 일할 기분이 나지 않는다. 그것이 인간의 자연스러운 감정이다. 어차피 일이 되지 않을 바에야 월요일도 쉬는 편이 좋다. 굳이 남들처럼 똑같이, 다른 회사와 똑같이 해야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이 책 52쪽)

마쓰시타 전공은 당시나 오늘이나 일본에서 가장 큰 브랜드다. 그 회사를 상대로 이기려면 마쓰시타 전공에 없는 아이디어를 추가하는 수밖에 없었다. “미라이 공업은 다른 것을 만든다. 타사와 똑같은 물건은 만들지 않는다” 우리는 회사의 모토를 그렇게 정했다.(이 책 107쪽)

남과 달라야 산다는 야마다 사장은 창업 초기부터 아이디어 상품 개발에 사활을 걸었다. 법률 제한이 많은 전기 관련 생산업은 기술적으로 법망을 피하면서 남들과 다른 제품을 개발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그러한 제한 조건이 있기 때문에 남들이 쉽게 교체하려 하지 않는 사소한 불편들을 사용자 중심에서 생각해 변화를 준 게 미라이 공업의 성공 비결이다.

놀기만 하는 미라이 공업? 천만에

미라이 공업에는 10m 간격으로 '항상 생각하라'는 야마다 사장의 당부가 써있다.
▲ '항상 생각해라' 미라이 공업에는 10m 간격으로 '항상 생각하라'는 야마다 사장의 당부가 써있다.
ⓒ 21세기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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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아이디어도 쉽게 흘려버리지 않고 상품화 하는 것, 남들이 따라하면 또 한 발 앞서 나가는 게릴라 전법으로 기업을 일으키는 것이 미라이의 전략이다. 예를 들어, 다른 기업이 나사못의 길이를 20mm짜리를 만들면 미라이는 20mm는 물론 25mm, 30mm도 만든다.

잘 팔리는 제품은 2, 3개로 한정되지만, 잘 팔리지 않아도 다양한 상품을 계속 생산한다. 당장 손해라고 생각들어도 계속 한다. 다른 회사에는 없는 제품이기 때문에 반드시 필요한 사람은 미라이 공업의 제품을 쓸 수밖에 없고, 그렇게 되면 기업 이미지가 좋아져서 다른 회사의 제품을 쓰던 모델도 미라이의 것으로 대체하기 마련이라는 것이다.

야마다 사장의 정책은 얼핏 비효율적인 것 같지만, 장기적으로 고객을 우호적인 협조자로 만드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그곳에 가면 있다!는 의식을 심어주는 것은 신뢰감을 쌓는데 최적의 조건이기 대문이다.

미라이공업의 성장 동력은 항상 새로운 아이디어를 생각하고, 그것을 구체적인 형태로 만들어 가는 데 있다. 그래서 나는 언제나 사원들에게 강조한다.  "항상 생각하는 일이 중요하다." 이 말은 미라이 공업의 ‘모토’로 회사의 계단, 복도, 문을 비롯하여 이곳저곳에 10m 간격으로 한 장씩 붙어있다.
그냥 말로만 ‘항상 생각하라’고 한다면 사원들은 좋은 아이디어를 내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장려금 제도’를 생각해냈다. 뭔가 아이디어를 제안할 때마다 5000원을 현금으로 지급하는 것이다. 인사와 급여 이외의 일이라면 아무리 바보 같은 제안이라도 할 수 있다.(이 책 121-122쪽)

아무리 하찮은 아이디어라 해도 일단 아이디어를 제출한 사원에게는 현금 5000원을 준다. 제안이 채택되면 10만 원 정도의 상금을 더 지급한다. 미라이 공업이 창업 초기부터 남들과 다른 제품, 차별화된 아이디어로 승부하며 성장해 온 동력이 바로 '바보 사장의 특별한 칭찬과 지원금'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회사 전화기로는 핸드폰 사용을 못 하게 하는 구두쇠이고 여름에도 에어컨 비용을 아끼기 위해 인터뷰 하러 온 MBC 조준묵 피디 앞에서 바지까지 훌렁 벗어버렸다는 사람. 그가 각종 복지제도와 아이디어 제안금을 지급한 사람과 과연 같은 사람일까 싶을 만큼 대조적이다.

야마다 사장은 자본도 없고 기술도 없는 상황에서 사람만으로 회사를 성공적으로 일으켜왔다고 믿는 사람이다. 그래서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사원을 기쁘게 하는 것이 사장이 할 일이라고 말한다.

사장님이라는 직함을 떠올리면 흔히 생각나는 고급 세단과 운전기사, 보디가드, 골프장 등 전형적인 모습에서 많이 벗어나 있는 이 괴짜 사장님의 인간 중심 경영이 앞으로도 계속 승승장구하길 바란다.

많은 기업이 야마다 사장의 전범을 따라 사람을 가장 중심에 놓고 기업과 환경을 생각해 신명나는 일터를 만들어갔으면 좋겠다. 기업의 이윤이 그룹 총수 일가의 세습하기 위해 편법 증여에 동원되거나, 한두 사람의 배를 불리기 위해 직원의 배를 곯리는 것이 결코 회사와 사원 모두를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으면 한다.   

젊은 시절 연극에 미쳤던 야마다 사장은 지금도 연극 포스터를 온 벽에 촘촘하게 모아 붙인다.
▲ 기업도 연극과 같다는 야마다 사장 젊은 시절 연극에 미쳤던 야마다 사장은 지금도 연극 포스터를 온 벽에 촘촘하게 모아 붙인다.
ⓒ 21세기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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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마다 사장, 샐러리맨의 천국을 만들다 - 인간 중심 유토피아 경영의 신화, 미라이 공업

야마다 아키오 지음, 김현희 옮김, 21세기북스(2007)


태그:#야마다 사장, #MBC스페셜, #미라이 공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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