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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희나 작가의 상상력과 아기자기한 소품, 따뜻한 가족애가 담긴 책.
▲ 한글판이 먼저 나온 구름빵 백희나 작가의 상상력과 아기자기한 소품, 따뜻한 가족애가 담긴 책.
ⓒ 백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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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작가의 그림책이 한글로 번역된 경우가 대다수인 상황에서 우리말 책이 먼저 나오고 나서 영문판이 출간된 백희나의 <구름빵>은 가족간의 애정이 담뿍 느껴지는 책이다.

아빠는 회사에 지각할까봐 아침도 거르고 뛰어간다. 비오는 날, 고양이 형제는 나뭇가지에 걸린 작은 구름 한 조각을 들고 부엌의 엄마에게 건네준다.

구름으로 빵을 만들어 먹으며 두둥실 떠오르던 아이들은 아빠에게도 빵을 주자며 창밖으로 날아간다. 노란 우비를 입고서.

꽉 막힌 도로 위. 만원 버스에서 아빠를 발견한 아이들은 구름빵을 먹은 아빠와 함께 회사에 늦지 않게 도착한다는 이야기다.

아이들이 아빠를 생각하는 마음이 기특하고, 귀여운 이 그림책은 사진과 일러스트, 소품들이 어우러져 만든 이의 정성이 느껴진다.

아이들이 빵을 만드는 과정을 순서대로 볼 수 있는 점도 이 책의 매력이다. 대개 아이들은 엄마와 조물조물 요리하는 걸 좋아한다. 엄마들이야 도움은커녕 어지를 게 뻔한 아이들 손을 원치 않지만 말이다.

아이와 함께 빵을 만드는 즐거움을 책 속 고양이 가족은 미루어 알게 해 준다. 함께 요리를 만들고, 나눠 먹는 가족 간의 일상을 한글로 읽고, 영어로도 읽을 수 있다. 영어판 구름빵은 익숙한 내용을 언어만 바꿔서 읽어주는데, 아이들은 자기가 아는 내용이 나오면 더 쉽게 접근하고, 친숙함을 느낀다.

한글 책이 주목받은 뒤에 영문판이 출간된 보기 드문 그림책이다.
▲ 구름빵의 영어판 한글 책이 주목받은 뒤에 영문판이 출간된 보기 드문 그림책이다.
ⓒ 백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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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문판 <구름빵>에는 부모님을 위한 가이드 북이 수록돼 있어, 영어에 울렁증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준다. 어렵지 않은 단어와 쉬운 내용이라 어린아이들 뿐만 아니라, 영어 공부하는 초등학생들에게 읽혀도 좋을 책이다.

아직 기저귀를 떼지 못한 쿠하가 변기에 앉아 자주 읽는 책.
▲ 한 장씩 열어볼 수 있는 날개책 아직 기저귀를 떼지 못한 쿠하가 변기에 앉아 자주 읽는 책.
ⓒ 캐런 카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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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변 훈련에 도움이 되는 날개책. 쿠하는 아기용 변기에 앉아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읽는다. 그리고 엄마가 바라는대로 변기에 "끙!"을 한다.
▲ 캐런 카츠의 생활습관 날개책 원서 배변 훈련에 도움이 되는 날개책. 쿠하는 아기용 변기에 앉아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읽는다. 그리고 엄마가 바라는대로 변기에 "끙!"을 한다.
ⓒ 캐런 카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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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습관 날개책으로 유명한 미국 작가 캐런 카츠의 그림책은 일상 생활에 필요한 여러 가지 습관을 가르쳐주는 책이다. 배변까지 책으로 읽혀야 할 지 약간 고민하며 사준 책인데, 효과는 좋았다. 일단 아이가 변기를 무서워하거나 싫어하지 않게 됐다. 그림 속 주인공이 선물로 변기를 받고, 처음에는 실패하지만 나중에 다시 시도해서 오줌을 누는 이야기다.

조금 이른 8개월에 아기용 변기를 선물로 받고 9개월부터 배변훈련을 시도했던 쿠하는 너무 일찍 시작한 탓인지 변기에 앉히면 벌을 받는 줄 알고 울곤 했다. 그래서 생각 끝에 몇 권의 똥 관련 책을 사줬는데, 그림책으로 보고 나니 변기를 멀리하지 않게 됐다. 24개월이 지난 지금도 완전히 기저귀를 떼지는 못했는데, 여유 있게 아이를 기다려줄 생각이다.

읽을수록 엄마가 됐다는 사실이 행복해지는 책.
▲ 앤서니 브라운 <우리 엄마>표지 읽을수록 엄마가 됐다는 사실이 행복해지는 책.
ⓒ 앤서니 브라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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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서니 브라운의 책은 차례차례 모으게 되는, 쿠하보다 엄마가 더 좋아하는 그림책이다. 생각할 거리를 만들어주는 내용을 우리말과 영어로 함께 읽히면 좋겠다.
 앤서니 브라운의 책은 차례차례 모으게 되는, 쿠하보다 엄마가 더 좋아하는 그림책이다. 생각할 거리를 만들어주는 내용을 우리말과 영어로 함께 읽히면 좋겠다.
ⓒ 앤서니 브라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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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하보다 엄마가 더 좋아하는 앤서니 브라운의 <우리 엄마>는 그림과 내용이 마음에 쏙 드는 그림책이다. 아이가 믿고 의지하는 첫 번째 존재인 엄마에 대해 우리말과 영어로 들려주면서 똑같은 내용이 두 가지 언어로 어떻게 다른 느낌인지 경험하게 해 주면 좋겠다. 원서와 번역본을 같이 보여줄 수 있는 책은 많지만, 아기가 좋아하는 책을 중심으로 한영 대역해서 볼 수 있게 책장에 나란히 꽂아두면 자연스럽게 두 가지 문자에 친숙해질 것 같다.

쿠하는 <아기 물고기 하양이>시리즈를 영문판만 사주고 한글판은 친구네 집에 갈 때만 읽어줬는데, 집에 돌아와서 영문판만 꺼내 읽어주면 금세 싫증을 내면서 "하양이 읽고 싶어, 하양이~" 하고 투정을 부리곤 했다. 아마 알아들을 수 있는 책을 두고 괜히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 책을 사준 게 억울한 모양이다. 그래서 가급적 아이가 좋아하는 책은 원서를 구할 수 있으면 함께 사주려고 한다. 한글판으로 내용을 이해하고 나서 다른 글자로 쓰여진 똑같은 그림책을 읽는 것이 영어판으로만 읽어주는 것보다 효과적이다.

아기에게 색깔을 알려주기에 좋은 책이다. 오렌지가 오렌지 색이라는 두번째 그림만 빼고!
▲ 색깔 인지에 도움이 되는 책 아기에게 색깔을 알려주기에 좋은 책이다. 오렌지가 오렌지 색이라는 두번째 그림만 빼고!
ⓒ 뻬떼르 호라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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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장씩 넘기다보면, 마지막 쪽에 과일 그릇에 담긴 조각들이 한장에 나타난다.
▲ <딸기는 빨개요>마지막 쪽 한장씩 넘기다보면, 마지막 쪽에 과일 그릇에 담긴 조각들이 한장에 나타난다.
ⓒ 뻬떼르 호라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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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어렸을 때부터 색깔 인지에 도움이 될 것 같아 읽어주던 <딸기는 빨개요>는 한 장 한 장 넘기다 보면 어느새 여러가지 색깔을 알게 되는 책이다. 마지막 쪽에서 앞서 나온 모든 과일들이 한 그릇에 담긴 샐러드가 되는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좋아하는 과일이 나오면 손가락으로 집어 먹고 다음 장을 넘기는 이 책의 영문판은 최근에 사게 됐다.

시내 서점에 가서 함께 책을 고르는데, 쿠하가 어디선가 꺼내 온 것이다. 제 눈에 낯설지 않은 책이라 낯선 그림책 속에서도 쉽게 눈에 띄었던 모양이다. 익숙하게 보던 책이라 반가웠던지 한동안 한글판은 거의 안 보던 아이가 굳이 영문판을 사달라고 조른다.

아이들은 어른들 기준으로는 이미 다 뗀 책이라 하더라도 다시 보고 싶고, 자꾸 보고 싶은 마음인가 보다. 우리말 자모와 영어 알파벳을 가르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연스럽게 여러 나라 말로 똑같은 내용을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을 체험하게 하고 두 언어에 대해 친숙해지면 좋겠다. 


구름빵

백희나 글.사진, 한솔수북(2004)


태그:#영어그림책, #캐런 카츠 , #앤서니브라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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