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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칼이 왔어요! 칼~.”

 

칼장사 아저씨가 골목을 누비고 다닌다. 날이 무디어지거나 못쓰게 되는 칼을 바꾸라고, 칼을 사라고 외치는 확성기의 소리가 골목에 울려 퍼진다. 1톤 화물차의 짐칸에는 용도별로 갖가지 칼들이 빼곡히 꽂혀 있다. 스웨덴과 독일, 일본 등지에서 수입해온 칼에서부터 그가 손수 만든 칼까지 종류도 아주 다양하다.

 

칼, 그가 손수 만들어

 

기다랗고 특이한 칼은 그가 손수 제작한 칼이라고 한다. 일반 칼의 가격은 1~2만원인 반면 그가 만든 칼은 8~15만원이다. 일반 칼은 업소에서 하루 사용하면 날이 무디어지는데 그가 손수 만든 칼은 보름을 사용해도 날이 안 무디어진다고 한다. 그의 칼은 칼 중에 최고, 명품을 능가하는 칼이라고 자부한다.

 

“칼을 만든 재료가 쇠 짤른 톱 인디, 내가 칼로 만들었어요. 이거 한번 써 보면 절대 비싸다는 소릴 안 해요. 처음 칼을 만들 때는 요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고, 쇠에다 부딛혀도 보고 그랬어요. 그래도 이 칼은 까딱을 안 해요. 강도가 약하면 찌그러들잖아요.”

 

골목길을 돌며 칼을 사라 외치며 다니는 칼장사는 양동찬(59)씨다. 13년 전 칼에 흥미를 느껴 칼장사를 시작했다. 여수, 충무, 포항, 거제도, 등지의 횟집이 많은 해변을 주로 돌며 장사를 한다. 그가 만든 칼은 타 제품과 달리 칼날이 예리하고 잘 들어 횟집 주방장들이 선호하기 때문이다.

 

 

횟집 주방장들이 인정해주는 명품 칼?

 

그의 차가 지나가자 한걸음에 달려 나온 여수의 한 횟집 아주머니는 13년째 단골이라고 한다. 그는 지금도 틈만 나면 집에서 칼을 연구하고 직접 칼을 만든다. 같은 회사 제품이라도 다 성능이 다 다르고 칼이 쉽게 무디어져 칼에 대한 연구를 했다.

 

수십 번의 시행착오를 거쳐 횟집 주방장들이 인정해주는 명품 칼을 만들었다. 명품 칼의 재료는 원래 산업체에서 쇠톱으로 사용하는 금속이다. 서울의 공구상회에서 구입해와 그 재료를 사용해 칼을 만들었다. 칼자루는 단단하고 습기에 강한 물푸레나무로 만들었다.

 

“칼을 쓰다보면 날이 금방 무디어지고, 자루도 그냥 빠져 불고 썩어 불고 그러잖아요. 쇠톱으로 사용하는 재질로 만들면 한번 숫돌에 갈면 날이 보름은 끄떡없습니다. 칼자루도 야문께 물도 안 먹고 좋아요.”

 

화물차의 적재함을 살펴보니 만물상 수준이다. 횟집과 정육점에서 사용하는 물품은 거의 다  갖추고 있다. 무쇠가마솥, 돌솥, 도마, 고기 굽는 불판, 곱돌로 만든 전골냄비, 칼의 날을 세우는 숫돌 등 주방용품은 다 취급한다.

 

“칼은 만져보고 쇠를 맞부딛혀서 나는 소리를 듣고 구분합니다. 좋은 칼은 맑은소리를 냅니다.”

 

그가 만든 칼은 써본 사람들이 좋다며 입소문을 내 요즘은 전화 주문이 많다. 하루에 10여만 원 버는데 주문 반 판매 반이다. 그는 단골고객이 많아 신용으로 물건을 판다. 전화 주문하면 택배로 물건을 보내준다. 그리고 한번 판매한 칼은 차후 서비스까지 해준다.

 

“칼도 서비스가 확실해야 돼요. 그래야 나중에 뒷말이 없어요.”

 

 

가마솥도 두드려보고 품질을 알아낸다. 금이 가거나 깨진 솥단지는 둔탁한 소리가 나고 품질이 좋은 것은 맑은 소리가 난다. 근래에는 가마솥 역시 중국산이 많이 나온다고 한다.

 

“종소리하고 비교하면 돼요. 중국산은 솥이 굉장히 무거워요.”

 

칼의 명가 스웨덴이나 독일산보다 더 좋은 명품 칼을 만들고 있다고 자부하는 양씨, 그의 칼이 더욱 좋은 명품으로 거듭나길.


태그:#칼, #명품, #횟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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