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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교육으로 유명한 사립학교인 서울 미아동 영훈초등학교.
 영어교육으로 유명한 사립학교인 서울 미아동 영훈초등학교.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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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9일 영훈초등학교 신입생 예비소집을 마치고 돌아가는 학부모와 아이.
 지난 29일 영훈초등학교 신입생 예비소집을 마치고 돌아가는 학부모와 아이.
ⓒ 박상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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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훈초등학교 교정에 빨간 쇼핑백을 어깨에 맨 사람들이 하나둘씩 나타나기 시작했다. 한쪽 어깨에는 빨간 쇼핑백이 경쾌하게 흔들흔들거리고, 반대쪽은 어린아이의 손을 꼭 잡고 있는 사람들이 보인다. 아이들 없이 어른들끼리 두 세명이서 몰려다니는 광경도 간간히 눈에 띄고, 혼자서 빨간 쇼핑백을 두세 개씩 어깨에 매고 가는 사람도 보인다. 그들의 발걸음은 흥겨웠다.
잠시 그들의 경쾌한 걸음을 멈춰 세우고 물어보았다. "혹시 올해 영훈초등학교 신입생 학부모 맞으신가요?".

29일은 영훈초등학교 신입생 예비 소집일이다. 빨간 쇼핑백 안에는 교복과 안내책자 등이 담겨 있었다.

초등학교 학비가 1년에 800만원, 경쟁률은 7대1

영훈초등학교는 학부모들 사이에 자녀들을 가장 보내고 싶은 사립초등학교로 통한다고 한다. 경쟁률은 웬만한 사립대학교 뺨치는 7대1이다. 학비 역시 웬만한 사립대학교와 견줄 만 하다. 학비는 1분기(3개월)에 168만 원. 1년이면 672만 원이다. 급식비와 통학버스비를 합하면 1년에 800만 원 정도다.

학부모는 강남사람이 대부분일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강북·동대문·서초·혜화·압구정 등 다양한 지역에 산다. 그들 말로는 서울 각지에서 모여든다고 한다.

영훈초등학교에 자녀들을 보내게 된 것을 축하하며 주변의 반응들을 물어보았다. 하나같이 다들 부러움을 사고 있다는 대답을 들을 수 있었다. 학부모들이 영훈초등학교를 선호하는 가장 큰 이유는 '영어 실력 향상'이다. 학부모 강혜숙(37)씨는 "영어몰입교육을 하는 것이 가장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하지만 영어만이 영훈초등학교를 선택하는 이유는 아니다. 학부모 최아무개(34)씨는 "아이가 영훈초등학교에 다니게 돼 안심"이라며 "일반 공교육처럼 많은 아이들이 한꺼번에 공부하는 것도 아니고, 개별 특성화 교육을 하는 것이 마음에 든다"고 강조했다. 학부모 성아무개(36)씨는 "영어뿐 아니라 독서와 예절을 강조하는 교육방법이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한국어수업 50%, 영어수업 50%...

29일 오전 서울 미아동 영훈초등학교에서 원어민 교사가 학생들의 수업을 지도하고 있다.
 29일 오전 서울 미아동 영훈초등학교에서 원어민 교사가 학생들의 수업을 지도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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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훈초등학교 교육과정은 한국어수업 50%, 영어수업 50%로 이루어진다. 각 반은 한국인교사 1명, 외국인교사 1명 등 담임교사가 모두 2명이다. 한 반 학생은 36명, 매 수업은 두 그룹으로 나누어 진행된다. 
이날 만난 학부모들은 1년에 800만 원이라는 학비가 부담스럽지만, 비싸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학부모 성아무개(36)씨는 "어차피 사교육에 들어갈 돈"이라며 "영훈초등학교에 다니는 동안 사교육을 시키지 않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강혜숙(37)씨 역시 "초등학교에 다니면서 지불할 사교육비를 생각하면 그렇게 비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영훈초등학교에 다니면서도 따로 사교육을 시킬 계획을 갖고 있는 학부모들도 적지 않았다. 학부모 양아무개(46)씨는 이번에 셋째 아이를 영훈초등학교에 입학시킬 예정이다. 그는 "영훈초등학교에 다니더라도 영어 등 사교육은 따로 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강혜숙(37)씨는 "아이의 학습진행정도를 보며 과외를 시킬지 여부를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도 영어 등 사교육은 따로"

학부모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영훈초등학교 신입생 대부분은 1년 이상 영어유치원을 다니며 영어교육을 받았다. 영어유치원 비용을 생각하면 오히려 영훈초등학교 학비는 싼 편이었다.

강북에서 온 학부모 성아무개(36)씨는 아이를 한 달에 70만원 하는 영어유치원에 보냈다. 그는 "강남이었다면 140만 원은 내야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압구정에서 온 학부모 양아무개(46)씨는 "한달에 100만 원 하는 영어유치원을 일 년정도 보내왔다"고 말했다. 혜화동에 사는 강혜숙(37)씨 역시 "아이를 1년 동안 영어유치원에 보냈다"고 했다.

7대1의 경쟁률을 뚫고, 일 년 800만 원을 감당할 수 있는 그들에게서는 앞으로 6년 동안은 자녀교육을 안심할 수 있다는 안도감과 함께 자부심이 묻어났다.

29일 오전 서울 미아동 영훈초등학교에서 원어민 교사가 영어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29일 오전 서울 미아동 영훈초등학교에서 원어민 교사가 영어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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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영훈초등학교, #영어 몰입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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