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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안돼요. 고장 내면 안돼요.
▲ 나도 한번 새총 쏘아보자 ! 아...안돼요. 고장 내면 안돼요.
ⓒ 송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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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아이들이 잘 노는 층층대 계단참. 수풀이 우거지고 울창한 나무들이 많아서 더러 휘파람새와 까치들이 우는 소리가 제법 들립니다. 처음엔 바람소리인 줄 알았는데 창문에 무언가 미미하게 부딪히는 소리가 나서, 밖을 내다보니 이웃집 아이들이 새총 놀이 하고 있었습니다. 난 새총을 보자 갑자기 아이처럼 밖으로 달려나왔습니다.

새총이라면 어릴 적 남동생이 잘 만들어서, 나도 남동생 따라 새총놀이 하던 생각이 났습니다. 유난히 개구장이던 남동생은 새총을 아주 잘 만들어 이웃집 유리창을 숱하게 깨서 엄마의 걱정을 자주 들었지요. 어디 새총 뿐입니까? 야구다 축구다 해서, 사흘이 멀다하고 동네의 유리창들을 박살내고 다녔던 그 개구장이 남동생…. 정말 가슴 아픈 이야기지만, 그 남동생은 이제 이 세상 사람이 아니랍니다.

쪼르르 아이처럼 달려나와 기웃기웃대는 나를 보자, 두 아이는 무슨 까닭인지 날 피했습니다. 아마 동네를 돌아다니며 사진를 찍는 나를 기억하는 두 아이들은 사진기를 많이 의식하는 듯 했습니다.

"어머, 너희들 그거 새총이니? 권총이니?"
"(웃음) 이건 권총 아니고 새총이에요. 그런데 고무줄이 약해서요. 멀리 날아가지 않아서요. 사실 재미가 없네요."
"얘들아, 이게 어째서 새총이니? 새총은 이렇게 이렇게 생긴 건데…."

내가 옛날 동생이 만들었던 나뭇가지에 아기 기저귀 고무줄로 만든, 새총이랑, 나무젓가락으로 만들던 새총 모양 등을 설명하자, 아이들은 나에게 강하게 대들었어요.

"이건 요즘 새로 나온 새총이란 말이에요. 이렇게 쏘면 고무줄이 날아가서 맞는 거란 말이에요…."
"(웃음) 얘들아, 너희들이야말로 새총을 모르네. 나도 옛날에 새총 놀이 많이 해 봤다. 이걸로는 새는커녕, 파리도 못 잡겠다. 이걸 새총이라고 누가 그러던?"

나도 아이들에게 지기 싫은 아이처럼 대들었습니다. 그러자 아이들은 모르는 소리 그만 하라는 표정을 짓습니다.

"(웃음) 이건 공부시간에 우리가 만들었단 말이에요. 고무밴드라서 그래요…." 

007 에 나오는 제임스 본드처럼 나도 쏘아보자...!
▲ 우리가 만든 총 어때요 ? 007 에 나오는 제임스 본드처럼 나도 쏘아보자...!
ⓒ 송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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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너희들 말도 맞다. 나무로 만든 거니까. 새총이라는 말도 맞겠다."

나는 한 발 물러 서기로 했습니다. 자칫 아이들과 싸울 듯했으니까요. 그 대신 아이들에게 사정해서 나도 요즘 새총을 쏘아보았습니다. 그러나 고무밴드라서 그 고무 밴드는 허공을 날아가서 되돌아 오지 않는, 정말 시시한 새총이었습니다.

개구장이 남동생처럼 새총의 총알로 돌멩이를 쏘면 안되지만, 그래도 종이나 코르개 마개 같은 걸로 목표물을 맞추어야 총을 쏘는 재미가 날 터인데, 그냥 허방의 새총만 쏘고 나니 허전했습니다. 아이들은 내가 다 써버려 고무 밴드가 없다고 투덜대서, 진짜 낼 내가 새총을 만들어 올테니, 진짜 새총 놀이 하자고 했습니다.

그러자 아이들은 웃으면서 긴가 민가해서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귀여운 우리 동네 아이들 정말 행복 합니다. 요즘 아이들 게임방에서 컴퓨터 게임으로 가상 총 놀이를 많이 할 수 있을 텐데, 숲이 좋은 자연 속에서 '새총 놀이'를 할 수 있으니 말입니다….

그런데 약속을 일방적으로 해 놓고 내가 잘 만들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기억을 더듬으면 우리 동네 아이들이 만든 새총보다는 멋지게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괜히 새총 놀이하고 나니, 저 세상으로 일찍 떠난 남동생 정말 그립네요. 낼은 새총 만들어, 그 새총에다 돌멩이보다 단단해진 이 그리움을 총알처럼 쏘아서 보내야겠습니다.

골목에서 놀고 있는 부주의한 아이들이
잠깐의 실수 때문에
풍성한 햇빛을 복사해내는
그 유리담장을 박살내곤 했다.

그러나 얘들아, 상관없다
유리는 또 갈아 끼우면 되지
마음껏 이 골목에서 놀렴.

유리깬 아이는 얼굴이 새빨개졌지만
이상한 표정을 짓던 다른 아이들은
아이들답게 곧 즐거워했다.
(중략)

유리담장은 매일같이 깨어졌다.

- 기형도 '전문가' 일부


태그:#새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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