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사장 구관서)가 봄 개편을 앞두고 실시한 프로그램 편성과 인사 조치를 두고 사내에서 뒷말이 무성하다. EBS 경영진은 현재의 평균 시청률 1%를 상향조정해 1.5%까지 달성하겠다는 목표로 이번 개편안을 마련했다. 이를 위해 EBS는 해외 판매 등을 목표로 한 대형 다큐멘터리 등에 제작비를 집중 투여하고 사회 지도층 인사의 성공스토리 등을 다룬 프로그램을 편성할 계획이다. EBS는 지난해 가을 교육기획다큐TFT를 신설하고 17명의 PD가 34편의 대형기획 다큐멘터리를 기획·제작하고 있다. 또 기행 전문가와 세계 각국의 문명 유적지를 찾아 여행하는 <세계테마기행>, 교육부의 지원을 받아 제작되는 과학교육 다큐멘터리 <과학탐구 WHY>, 과학에듀테인먼트 프로그램 <교과 속 과학여행> 등을 준비 중이다. 이 밖에도 사회저명 인사들에게 가르침을 준 스승의 이야기를 드라마로 만드는 <다큐드라마-명사의 스승>이나 대학가를 탐방하며 기업CEO들의 성공 스토리를 들어보는 <대학가 CEO특강> 역시 EBS가 이번 봄 개편에 주력하는 프로그램이다.
그러나 사내에서는 경영진의 이 같은 계획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그동안 신설과 폐지를 거듭하면서도 간간이 선보였던 EBS의 사회비평 프로그램은 대부분 사라진 상태다. 지난해 봄 개편에서 <미디어 바로보기>와 <똘레랑스>가, 그리고 지난 가을 개편에서 <세상에 말 걸다>와 <시대의 초상>이 폐지돼 시청자단체로부터 비판을 받았다. 이번 개편에서도 지난해 7월 시사저널 사태를 다뤄 방송까지 연기됐던 <다큐-여자>가 폐지된다. 지난 1년간의 EBS 개편 흐름에 대해 내부에서는 “이제 폐지할 프로그램도 없다”는 식의 자조 섞인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제작부서의 한 PD는 “시청률과 효율을 앞세운 편성이 계속될 경우 당장 수익에는 영향을 줄 수 있겠지만 경영위기를 이유로 소외계층을 대변하는 프로그램들을 대거 폐지하는 것은 공영방송 EBS의 사회적 역할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PD는 “EBS가 이번 봄 개편에서 시청률을 앞세우는 것은 차기 정부의 방송구조 개편에 따른 존립에 대한 경영진의 불안감 때문”이라며 “교양 프로그램 대신 다큐멘터리 대작을 많이 만드는 것도 사실은 돈 되는 프로그램 제작을 하겠다는 얘기”라고 비판했다. 또한 효율을 앞세운 인사정책과 EBS 국제다큐멘터리축제의 축소도 지적되고 있다. EBS는 최근 5분짜리 다큐로 시청자들에게 호응을 얻었던 <지식채널e>의 제작 PD를 2명에서 1명으로 줄였고, 새터민과 함께 퀴즈를 풀며 남과 북의 차이점을 알아보는 <코리아 코리아>의 경우 담당 PD를 다른 프로그램까지 동시에 제작하게 하는 인사발령을 냈다. EBS의 대표 행사로 자리 잡은 EBS 국제다큐멘터리축제(EIDF) 역시 EBS의 경영난을 이유로 격년제 전환을 검토하다 최근에는 담당 PD를 제작부서로 발령 냈다. 이에 노조가 내달 초 노사협의회를 통해 사측에 이 문제를 공식적으로 제기하겠다고 들고 나섰다. 이 같은 봄 개편과 관련한 ‘잡음’에 대해 김유열 EBS 편성기획팀장은 “프로그램의 개편은 우선순위 결정에 따라 선택과 집중이 있을 수 있다”면서 “EBS가 더 많은 제작비와 투자를 했으면 좋겠지만 그 어느 정책도 모두를 다 만족시킬 수는 없지 않느냐”고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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