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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위크지가 부패범죄 혐의자들을 지도자로 선출하는 개발도상국 유권자들 심리를 꼬집고 나섰다. 우선 한국이 여기에 포함된 게 씁쓸하기만 하다.

 

하지만 이게 개발도상국 전반적인 현상이라는데 할 말을 잃는다. 더욱이 이들 나라에서 모든 정치인은 부패했으며 다만 정도의 문제일 뿐이라는 유권자들의 냉소적 심리를 화제로 삼았다.

 

최근 개발도상국의 총선과 대선

 

뉴스위크지 1월 28일자 '잠망경'이라는 코너는 조나단 테퍼만 기자가 쓴 “케냐 태국 한국 등지의 유권자들은 도대체 왜 부패범죄 혐의자들을 지지하여 지도자로 선출하였는가?”라는 제하의 기사(http://www.newsweek.com/id/96354)를 실었다.

 

이 기사에서 테퍼만 기자는 이들개발도상국 총선 내지 대선에서 유권자들은 모두 부패혐의자들을 당선시켰다면서 그것도 근소한 표차가 아닌 압도적인 승리를 안겨주었다고 지적하였다.

 

한국의 경우 이명박 후보가 주가조작 혐의를 받았는데도 집권여당 후보를 20% 이상 따돌리고 압승했다. 남아프리카 주마 후보는 프랑스 무기회사에서 거액의 뇌물을 받아 기소되었는데도 승리하였다. 탁신 태국 전 총리가 총리직을 악용하여 엄청난 부패를 저지르다가 군사 쿠데타로 쫓겨났는데도 태국에서는 그의 대리정당이 승리를 거두었다. 

 

대만의 국민당 마잉주 후보가 특별비 유용이라는 부패 혐의를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3월 총통선거를 앞두고 보다 더 엄청난 부패혐의를 받고 있는 민진당 셰창팅 후보를 앞서나가고 있다.

 

국가 전반의 부패현상과 선거압승

 

국제투명성기구의 분석에 따르면 부패혐의자가 압승한 해당 국가의 부패 정도가 실제로 선거 전년도에 비해 심해졌다. 마치 국가 전체적으로 부패한 국가들인 개발도상국에서나 부패혐의가 선거쟁점으로 부각되지 않으며 따라서 이것이 이들 나라에서 부패혐의자가 선거에서 압승할 수 있는 토대가 되었다는 논리이다.

 

물론 이 기사는 이런 냉소적 시각은 위험천만한 것이라는 지적을 잊지 않고 있다. 대다수 개발도상국에서 부정부패의 만연은 경제에 타격을 가하는 것으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다만 예외적으로 방글라데시나 중국처럼 부패가 만연해도 경제가 잘 관리되고 높은 성장율을 기록하는 경우도 있다.

 

대만 총통선거

 

마지막으로 오는 3월 22일 치러지는 대만 총통선거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12월 총선에서 압승을 거둔 국민당 마주잉 후보와 집권 민진당 셰창팅 후보는 둘 다 부패혐의를 받고 있다.

 

대만 언론에 따르면, 민진당 천수이벤 총통의 부인 우수전 여사의 주식 투기설에 대해 셰 후보는 "가족들이 주식을 가지고 있지만 주식 투자는 할 줄은 모른다"며 관련 의혹을 전면 일축했으나 이미 돌아선 민심을 수습하기에는 너무 늦었다는 지적이 있다.

 

국민당의 마 후보 역시 특별비 유용 혐의에 대한 부패 논란이 일고 있다. 하지만 대만의 지속된 경제 침체로 인하여 마 후보의 부패 논란은 표심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양측의 부패혐의가 정도의 차이만 있는 대만의 총통선거 결과는 부패한 국가에서 부패혐의자가 압승을 거두는 현상을 일반화 하는데 좀더 구체적인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것이다.

 

국가청렴위원회는 불편하기만 한 존재?

 

OECD 국가로서 머지 않아 선진국에 진입한다는 우리나라 유권자들은 정작 선거에서는 부패한 개발도상국 유권자들의 정치행태로부터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부패혐의자 압승 현상은 해당 국가에 만연되어 있는 부패 및 부패심리와 긴밀하게 결부되어 있다는 국제투명성기구 등의 냉정한 진단에 바탕을 둔 것이다.

 

우리나라는 과연 이런 부패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 것일까? 마침 이명박 당선인측 정권인수위원회가 국가청렴위원회 폐지를 담고 있는 정부조직 개편안을 밀어붙이고 있는 것은 그저 오비이락이라고 해야만 할 것인가?

 

뉴스위크지 1월 28일자 [잠망경]

 

케냐 태국 한국 등지의 유권자들은 도대체 왜 부패범죄 혐의자들을 지지하여 지도자로 선출하였는가?

 

조나단 테퍼만

 

지난 몇 달 동안 남아프리카에서 한국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케냐에서 태국에 이르기까지 몇몇 개발도상국가에서 총선 내지 대선이 진행되었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이들 국가에서 한결같이 모두 부패혐의자들을 당선시키거나 압승을 안겨주었다는 점이다. 그것도 근소한 표차 아닌 압도적인 승리를 안겨주었다.

 

지난 12월 한국의 이명박 후보는 주가조작 혐의를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집권여당 후보를 20% 이상 따돌렸다. 한국 국민들은 주가조작 혐의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명박씨를 압도적인 표차로 당선시켰다.

 

태국에서 탁신 전총리를 대리하고 있는 정당의 경우에도 태국 국민들은 부패한 탁신 전총리 측에게 압승을 안겨주었다. 탁신 전총리는 총리 재임 당시 총리공관에서 엄청난 부패거래를 하는데 총리직을 악용하였으며, 마침내 군부쿠데타를 통해 축출당하고 런던에 추방되어 있는 상황에서 총선을 진행해야 하는 어려운 처지에 빠졌음에도 불구하고 큰 승리를 거둔 것이다.

 

남아프리카에서 제이콥 주마 후보는 타보 엥베키 후보를 눌렀다. 주마 후보는 프랑스 무기회사 측에서 17만 달러의 뇌물을 받았다는 혐의로 공식 기소된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승리를 거둔 것이다.

 

이들 국가에서는 선거에서 패한 후보 측이야말로 훨씬 더 청렴하며 깨끗한 것으로 되어 있다. 하지만 청렴하다는 것은 이들 나라 선거에서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하였다.

 

이들 나라에서 유권자들이 부패혐의자에게 승리를 안겨준 이유는 여러 가지로 분석될 수 있다.

 

예컨대 탁신 태국 전총리의 경우 ‘가난한 계층’을 대변하며 옹호하는 민주주의 정치인으로 받아들여졌다. 따라서 태국 국민들은 탁신의 부패범죄 혐의쯤은 군부쿠데타를 일으킨 이들이 날조한 것이라고 치부하고 있는 것이다.

 

더욱 더 가관인 것은 이들 나라 부패혐의자들의 선거 압승은 국제투명성기구가 밝힌 대로 최악의 부패 실태를 기록한 해에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예컨대 부패혐의자들이 선거 압승을 거둔 아시아 국가들의 경우 뇌물을 주어야만 통상적인 상거래를 할 수 있다고 응답한 비율이 2006년 15%에서 2007년 22%로 상승했으며, 아프리카 국가들 경우 그 수치가 46%를 기록하였다.

 

이들 국가에서 많은 유권자들은 바로 이런 상황을 잘 인식하고 있는 셈이다. 국제투명성기구 측은 부패사건들이 늘면 늘수록 거기에 따른 유권자들 기대치도 증가하기 마련이라고 보고 있다.

 

전세계적 통계를 보면 향후 부패사건들이 증가할 것이라고 보는 비율은 54%로 나타나고 있는데 이는 2003년 43%였던 것에 비해 상당히 증가한 수치이다. 한국의 경우 이 수치는 47%, 태국 66%, 남아프리카의 경우 67% 등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전체적으로 보아 응답자 5명 중 1명꼴로만 부패가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응답하였다.

 

그럼 부패에 대한 인식수준에 관한 이 수치들이 도대체 대선 및 총선과 어떠한 관계로 나타나는 것일까?

 

첫째, 정말 혼란스럽기 짝이 없는 가능성이 있다면, 그것은 개발도상국들에서 부정부패나 뇌물이라는 게 지금 너무도 흔해 빠진 것이어서 유권자들은 모든 후보들이 한결같이 그런 부패에 물들어 있다고 보며 따라서 부패혐의라고 하는 것 자체는 도대체 선거쟁점이 되지 않는다고 본다.

 

하지만 이런 냉소적 시각은 위험천만한 것이다. 즉 방글라데시나 중국 같은 몇몇 소수의 국가들은 부패현상이 엄청나게 만연하고 있으면서도 경제를 잘 관리하며 성장하고 있는 반면, 다른 대다수 국가들의 경우 부정부패들로 인하여 기업 활동이 질식당하고 있으며 투자 역시 가로막혀 있다는 점 역시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개발도상국 유권자들은 부정부패로 인해 경제가 엄청난 타격이나 지장을 받고 있는 건 아니라는 생각을 고집하고 있다.

 

둘째, 후보의 부정부패 수준의 높고 낮음은 선거에 어떻게 작용하는 점이다. 대만의 경우 금년 3월 22일 예정된 총통 선거에서 지난 해 12월 총선에서 압승한 국민당 마잉주 후보가 집권 민진당 셰창팅 후보와 맞서고 있다. 두 후보 모두 부패 혐의를 받고 있다. 굳이 구분한다면 셰 후보의 혐의가 더욱 강하긴 하다.

 

최근 개발도상국에서 부패혐의자가 대선 내지 총선에서 압승한 결과에 따른다면 그나마 부패 혐의 정도가 훨씬 강한 셰 후보 측의 승패가 어떻게 나타날 것인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문성호는 한국자치경찰연구소 소장으로 있습니다.


태그:#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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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성호 기자는 성균관대 정치학박사로서, 전국대학강사노조 사무처장, 국회 경찰정책 보좌관, 한국경찰발전연구학회 초대회장, 런던정치경제대학 법학과 연구교수 등을 역임하였다. <경찰정치학>, <경찰도 파업할 수 있다>, <경찰대학 무엇이 문제인가?>, <삼과 사람> 상하권, <옴부즈맨과 인권> 상하권 등의 저역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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