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 어린이들이 다니는 명학초교의 개학 첫날 ⓒ 최병렬
지날달 성탄절에 실종된 이혜진(10), 우예슬(8) 어린이가 다니는 경기 안양시 명학초등학교가 지난 31일 40여일 동안의 겨울방학을 마치고 개학을 해 어린이들이 등교를 했지만 두 어린이의 책상만은 주인을 반기지 못한 채로 비어있어 친구들을 안타깝게 했다.
오전 8시30분, 안양8동 명학초등학교 정문으로 향하는 오르막길에는 긴 겨울방학을 마친 아이들이 줄줄이 등교하면서 반가움에 재잘거림과 이야기 꽃으로 활기가 넘치는 분위기다.
하지만 교문 입구에 걸린 플래카드와 진입로 양쪽의 나뭇가지에 걸린 노란 리본, 중앙현관과 교실에 부착된 혜진·예슬이가 무사히 돌아오길 기원하는 문구들이 눈에 띄면서 활기가 넘치던 어린이들의 목소리는 점차 작아지고 표정 또한 금세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오전 8시 50분, 아이들이 교실 자리를 채우면서 2층 교장실에 위치한 예슬이가 공부하던 2학년 3반 창가의 책상이 텅 비어 있다. 이는 4학년 4반 혜진이 자리도 마찬가지로 교실에 있던 아이들은 첫 등교의 설레이는 마음도 표현하지 못한채 매우 침울한 분위기다.
▲2층 예슬이 교실 창밖 나무에 매달린 노란 리본들 ⓒ 최병렬
▲빨리 돌아오렴 문구가 적힌 학교 정문옆 노란리본 ⓒ 최병렬
오전 9시, 교내방송을 통한 개학식은 교장 선생님의 혜진이·예슬이 이야기로 시작해 실종 어린이들의 무사귀환을 비는 염원식으로 대신했다.
이윤형 교장은 "여러분과 함께 오늘 학교로 와야 할 친구(예슬이와 혜진이)들이 아직 돌아오지 않아 우리들 마음을 아프게 하고 있다"면서 "모두 친구들이 무사히 돌아오길 기원해달라"며 착잡한 심정을 전하자 학교는 다시 방학을 맞은 듯 이내 정적에 휩싸였다.
특히 이혜진양이 공부하던 4학년 2반과 교실과 우예슬양이 공부하던 2학년 3반 교실에서는 친구가 없는 텅빈 책상을 바라보는 아이들의 눈가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고 두손모아 기도하는 모습 등으로 슬픔이 가득한 분위기에 젖어들면서 더욱 무겁기만 했다.
이날 첫 등교한 명학초등학교 전교생은 담임 교사의 도움을 받아 저마다 가슴에 노란 리본을 달았고, 혜진이와 예슬이 반 아이들은 노란 엽서에 보낼 곳 없는 편지를 썼다.
▲예슬이 혜진이에게 보내는 교장선생님의 편지 ⓒ 최병렬
▲학교 현관에 부착된 비상대책 현황판 ⓒ 최병렬
"노란 엽서는 보고 싶은 사람이 빨리 돌아오길 바라는 마음을 뜻하는 거예요. 혜진이와 예슬이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적으세요."
혜진이와 예슬이 반 친구들은 선생님이 나눠준 혜진·예슬이의 사진이 담긴 노란 엽서에 실종된 혜진·예슬이가 무사히 돌아와 엄마 아빠에게 돌아오길 기원하는 마음을 담아 한자 한자 써내려 갔으며 몇몇 학생들은 편지를 쓰면서 두 손을 잡고 기도를 올리기도 했다.
"제일 친한 친구 예슬이에게. 예슬아 어서 돌아와. 이 추위에 어디 있는 거니? 빨리 돌아와서 우리 다시 활기차게 지내자.""혼자 있으니까 보고 싶고 걱정이 된다. 오늘은 볼 수 있을 줄 알았는데….""오늘 학교 와야 하는데 어디 있는거니. 예슬아 빨리 돌아와. 사이좋게 지내자."이날 아이들이 정성스레 쓴 엽서는 혜진이와 예슬이의 주인없는 빈 책상위에 쌓였다. 또 '결석 아닌 결석'을 한 이유에 대해서는 누구도 설명하지는 않았지만 선생님도 아이들간에 "서로 말을 안해도 다 알고 있어요"라는 분위기로 보기에도 안쓰럽기만 했다.
▲학교 현관에 걸린 혜진이와 예슬이의 사진 ⓒ 최병렬
명학초등학교를 나서는 길, 기다리는 사람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마음이 담겨 있는 노란리본을 옷깃에 달고 교정을 나서는 어린이들에게 교문 양쪽 나뭇가지에 무사 귀환을 비는 소망들이 적힌 노란리본들이 마치 친구들에게 손짓을 하듯 바람에 나부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