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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해 전 겨울, 정동진을 찾아간 적이 있다. 이유는 단 하나, 드라마 '모래시계' 에서 보이던 정동진 역의 모습에 감동을 받았던 것이다. 당시 모래시계의 인기에 힘입어 정동진은 최고의 여행지로 떠올랐었고 나는 그런 정동진을 찾아 불현듯 떠났었다.

 

기대를 잔뜩하며 닿았던 바닷가, 정동진은 생각했던 것보다 소박하고 아담했다. 그런 작은 하나하나의 모습들은 아름답게 느껴졌었다. 그리고 그때 그곳에서 꿈이 하나 있었다. 새벽녘 일출을 볼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랐었다. 하지만 일출광경을 볼 수 없었다. 그것은 아름다웠던 여행에서 아쉬웠던 작은 기억으로 아직까지 남아 있다.

 

 

그런 아쉬움 때문일까? 지난달 26일 토요일 새벽, 오래 전 기억을 되살리며 정동진으로 여행을 계획했다. 겨울바람이 매서웠지만 여행자의 발길을 막을 수 있는 정도는 아니었다. 그날 찾아온 밤은 여행의 시작을 알렸고 그렇게 시작된 새벽 여행은 설렘을 안고 여행자를 떠나게 했다.

 

 

따뜻한 캔 커피 하나를 입에 물고, 작은 추억만을 안고 떠나는 여행은 무게가 가볍기에 좋았다. 여행은 물의 흐름처럼 잔잔했다. 괜한 기대, 그리고 감동과는 또다른 잔잔함. 그런 잔잔함 속에 시작되는 정동진의 일출은 왠지 작은 모습까지도 아름다울 것 같았다.

 

 

26일, 새벽 5시가 다 되어서 도착한 정동진, 한참 후 일출 시간이 다가워가자 모인 사람들의 모습도 들떠갔다. 핸드폰을 꺼내드는 사람, 기도를 하는 사람.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는 사람. 새벽녘 풍경은 이채롭기만 했다. 내 마음에서도 반짝반짝 빛이 난다. 이번엔 일출을 볼 수 있기를, 하는 작은 파란이 마음 속에서 출렁거린다.

 

 

"일출 장면 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에요. 구름 등에 가려서 볼 수 없는 날이 많아요. 오늘도 구름이 많이 있어서 좋은 일출을 구경하기는 힘들 것 같네요."

 

일출 보기가 쉽지 않다는 누군가의 말에 괜한 조바심이 들었다. 그의 말처럼 일출 시각이 다가오는데도 해의 윤곽은 드러나지 않았다. 이번 여행에서도 일출을 못보는 것인가? 하는 아쉬움이 들려는 찰나,

 

"와, 일출이다. 해가 떠요."

 

 

누군가의 말에 귀가 번쩍 트인다. 눈앞에는 아름다운 일출 장면이 장관처럼 벌어지고 있었다. 푸른 바다 위로 붉은 해가 조금씩 솟아오르고 있었던 것이다. 해의 솟아오름과 동시에 주변의 어두움은 조금씩 세상에 밀려나고 있었다. 아름다웠다. 주변에 모인 사람들의 소리높은 탄성이 들렸다.

 

 

사람들은 떠오르는 해를 보며 저마다 소원을 빌고 있었다. 그렇게 아름다운 정동진의 일출은 시작되고 있었다. 빛나는 해는 잠시나마 마음 속 걱정을 털고, 행복한 기분을 만끽하게 할 수 있었다. 몇해 전 해를 보지 못한 아쉬웠던 마음은 눈녹듯 사라져 갔다. 사람의 마음을 녹인 일출은 그렇게 세상으로 떠오르고 있었다. 그것은 '희망'이라는 단어와도 닮아 있었다. 아, 아름다운 광경에 더이상 무슨 말이 필요할까? 사진으로 그 마음을 대신한다.

 

 


태그:#정동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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