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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나라당 공천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31일 낮 12시 국회 대표최고위원실에서 열린 한나라당 최고위원회의에 강재섭 대표가 불참해 자리가 비어있다.
한나라당 공천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31일 낮 12시 국회 대표최고위원실에서 열린 한나라당 최고위원회의에 강재섭 대표가 불참해 자리가 비어있다. ⓒ 이종호

'부패전력자 공천 배제' 당규의 해석을 놓고 몸살을 앓는 한나라당의 내분이 확전일로로 치닫고 있다.

 

그 동안 박근혜·이명박 양 계파의 중재자 위치에 있던 강재섭 대표가 1일 새벽 이방호 사무총장의 사퇴를 요구하며 이명박계와 대립각을 세웠지만, 이방호 사무총장이 이를 일축하고 강 대표에 '항명'하는 사태로 발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강 대표와 박근혜계, 이 총장과 이명박계가 팽팽히 대치하는 상황에서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누구의 손을 들어줄 지가 주목된다.

 

이명박 당선인, 누구 손 들어주나?

 

강 대표는 1월 31일 오후 공천심사위원회 결과를 보고받은 뒤 기자들을 심야에 자택으로 불러 이 총장을 비롯한 당선인 핵심 측근들을 비난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당 대표를 갖고 논다", "간신들", "분별없이 설치는 사람이 너무 많다"는 등 격한 표현도 서슴지 않았다.

 

강 대표는 "당선인이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모르겠다'고 하더라"며 이 총장이 이 당선인의 의중과 다르게 행동하고 있다는 취지로 얘기를 이어갔는데, 이 당선인이 임태희 당선인 비서실장과 박재완 전 대표 비서실장을 자택으로 급히 보내 강 대표의 기자회견을 만류하는 등 '이상 기류'가 감지되기도 했다.

 

기자회견 직후만 해도 강 대표가 이 당선인과 교감을 주고받은 뒤 당선인 측근들을 제압하려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유력했지만, 이 총장이 사퇴 요구를 거부하며 당 내분이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이 총장은 1일 오전 주요당직자회의에 참석해 "당규를 충실히 집행하는 총장에 대해 같이 일하지 못하겠다는 건 당 대표로서 적절한 말이 아니다"고 강 대표를 훈계하기까지 했다. 강 대표는 "이 총장의 거취에 따라 당무 복귀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인데, 이 총장의 이 같은 발언은 사실상 강 대표의 용퇴를 촉구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이 총장이 이명박계의 '좌장' 이재오 의원과 오랫동안 손발을 맞춰온 것을 감안하면, 이 의원 측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강 대표를 무력화시키려는 게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온다.

 

강재섭 "이 총장 사퇴해야"... 이방호 "당대표로 적절한 말 아니다"

 

이명박계의 공성진 의원(서울시당 위원장)은 1일 오전 CBS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이 총장은 정권 태동에 큰 역할을 했고, 많은 당원 동지들의 신임을 받고 있는 조직을 총괄했던 분인데,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 속에서 물러나는 것을 당원들이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 의원은 "한나라당이 1인 총재 체제가 아니라 최고위원회의가 있는 집단지도체제"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설령 강 대표가 물러나더라도 당의 주류를 차지하고 있는 이명박계가 무리 없이 당을 이끌어나갈 수 있다는 속내를 드러낸 셈이다.

 

이명박계의 정병국 의원도 "당헌당규의 기본정신은 비리연루자의 공천은 안 된다는 것인데, 원칙대로 하자던 사람이 누구냐?"며 강 대표와 박근혜계에 이번 사태의 책임을 돌렸다.

 

인명진 윤리위원장도 "3조2항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며 이 총장의 원칙론을 지지하고 나서는 등 강 대표의 입지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인 위원장은 "당 개혁과 부패 절연을 위해 노력해왔는데 3조2항이 제대로 적용되지 않으면 위원장을 사퇴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 대표가 영입한 윤리위원장이 자신의 사퇴 의사까지 밝히며 당규의 유연한 적용을 원하는 강 대표를 압박하고 나선 것이다.

 

인 위원장은 "강 대표도 이번 사태에 큰 책임이 있다. 자기가 만든 당규인데, 지금에 와서 저러는 것은 누가 봐도 설득력이 없다"며 "당규에 저촉되는 분들도 자꾸 논란을 일으키느니 살신성인의 결단을 보여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 대표의 기자회견을 계기로 당 내분이 수습될 것으로 전망했던 박근혜계도 이명박계의 반발 기류를 접하자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강 대표의 행보에 대해서는 친박 의원들 사이에서도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익명의 친박 의원은 '깜짝쇼'로 비칠 수 있는 강 대표의 기자회견에 대해 "입장이 곤란하니 이 당선인에게 미리 양해를 구한 뒤 '쇼'를 한 게 아니냐"고 의심했다. 반면, 박세환 의원은 "이명박은 국정을 제외하고 다른 생각을 할 여유가 없는 사람"이라며 "강 대표가 이 당선인과 사전교감이 있는 것 아니냐"고 추측했다.

 

박근혜계는 일단 "강 대표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으고 있다.

 

박근혜계 "강 대표에 힘을 실어줘야"

 

박근혜 전 대표의 핵심측근 유승민 의원은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이방호 총장이 '이중플레이'를 하니 강 대표가 저렇게 나오는 것 아니겠냐?"며 "당 대표가 물러나라는데 사무총장이 물러나지 않는 건 완전히 콩가루 집안"이라고 주장했다. 한편으로, 유 의원은 "요즘 창당하는 게 어렵지 않다"며 강 대표의 요구가 관철되지 않을 경우 계파 차원의 분당도 불사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번 사태의 최대 관심사는 이명박 당선인의 의중이라고 할 수 있다.

 

강 대표는 "이 당선인이 이 총장에 동조했다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지만, 이 당선인이 이 총장의 '하극상'을 적극 제지하지 않고 수수방관하는 것에 대해 뒷말이 많다. 강 대표가 '기군망상(欺君罔上: 간신들이 임금을 속임)'이라는 말까지 써가며 이 당선인의 측근들을 비난했는데, 정작 이 당선인은 측근들을 단속하려는 의지를 보여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관계자들 사이에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당선인이 '이중플레이'를 하고 있다", "당선인이 반대하는 데도 이재오 의원 측이 '단독 플레이'를 하고 있다"는 등 억측이 분분하다. 이 당선인이 당내 갈등에 애써 거리를 두려고 하지만, 사태가 더 악화되기 전에 모종의 입장 표명을 하지 않겠냐는 전망도 나온다.

 

양대 계파, 강 대표와 이 총장을 화해시키고 당을 안정화하려는 노력도 계속되고 있다. 오전 회의가 끝난 뒤 이 총장과 장시간 면담을 한 안상수 원내대표는 "강 대표와 이 총장 사이에 오해가 있는 것 같다. 이렇게까지 싸울 필요가 있냐?"며 중재 의사를 밝혔다.

 

이명박 당선인 "당내 공천갈등 대화로 풀어야"

 

(서울=연합뉴스) 이승관 기자 =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은 1일 `부패전력자 공천 불허' 당규를 둘러싼 한나라당내 갈등과 관련, "서로 대화를 많이 해서 문제를 원만히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당선인은 이날 오전 당내 공천과 관련한 강재섭 대표의 `새벽 기자회견' 등에 대한 보고를 받은 뒤 "정치적으로 중요한 시기에 서로 의견이 다를 수 있다"면서 이같이 강조했다고 주호영 당선인 대변인이 전했다.

 

이 당선인은 이번 사태에 대해 "서로 대화가 충분하지 않아 의사소통이 잘 안될 수가 있다"며 원만한 사태 해결을 거듭 당부했다.

 

주 대변인은 "이 당선인은 강재섭 대표나 이방호 사무총장에 대해 직접적으로 어떤 언급을 하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huma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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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대 총선#강재섭#이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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