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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대 총선 공천 부적격자의 기준을 놓고 한나라당의 계파 갈등이 깊어지는 가운데 박근혜계가 1일 선거법 위반자와 파렴치범, 윤리위 피징계자의 공천 자격도 박탈해야 한다는 입장을 정리했다.

 

이는 부정부패 관련자의 공천을 불허한 당규 3조 2항을 확대 적용한 것으로, 선거법 위반 또는 부도덕한 행위로 구설에 오른 이명박계 의원들을 겨냥한 것이어서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박근혜계 국회의원 및 당협위원장 71명은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당사 인근 사무실에서 긴급 모임을 가졌다. 이들은 "이번 사태는 박근혜 죽이기와 공천을 승자의 전리품으로 생각하는 천박한 사고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다음과 같이 3가지 요구사항을 발표했다.

 

1. 공천심사 자격 문제는 3조2항을 엄격하게 적용해야 한다. 선거법·파렴치범·윤리위 징계 등도 당연히 포함되어 공천신청 자격을 박탈할 것을 요구한다.

 

2. 이방호 사무총장의 사퇴 거부는 당원의 손으로 선출된 당 대표에 대한 한나라당 사상 초유의 하극상 사태이다. 이방호 총장은 즉각 사퇴하라.

 

3. 이명박 당선인은 박근혜 전 대표와의 국정동반자 약속, 상호신의의 원칙에 따라 이번 사태를 조속히 수습해줄 것을 요구한다.

"자꾸 '원칙' 얘기하면서 인정사정없이 나오는데 우리도 더 이상 봐주지 않겠다"

 

박근혜계가 선거법 위반과 파렴치범, 윤리위 징계를 공천 불허의 조건으로 제시한 것은 당규 논쟁에서 계파의 전술 변화를 의미한다.

 

박근혜계의 한 의원은 "우리는 그동안 3조 2항의 불합리한 측면을 지적해 이 당선인 측과 원만한 해결이 이뤄지길 기대했는데, 저쪽 사람들(이명박계)은 오히려 이를 악용해 우리가 마치 '비리인사 감싸기'에 매달리는 집단인양 매도했다"며 "자꾸 '원칙' 얘기하면서 인정사정없이 나오는데 우리도 더 이상 봐주지 않겠다"고 말했다.

 

자신의 공천 문제와 관련해 이방호 사무총장과 직접 협상에 나섰던 김무성 최고위원도 "여러분이 어떤 결론을 내리더라도 거기에 따르겠다"며 자리를 떠났다고 한다. 여론전에서 박근혜계가 이명박계에 더 이상 밀리지 않기 위해 자신의 공천 탈락도 감수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박근혜계의 '책사' 유승민 의원은 "선거법 위반 중에서 지역주민에게 벽시계를 돌리거나 향응을 베푸는 행위는 죄질이 아주 나쁜 행위"라며 "이는 부정부패에 관련된 사항으로 봐야 한다"고 구체적인 예를 들었다.

 

지역구 업소들에 벽시계를 돌린 혐의로 98년 벌금형을 받은 이명박계의 '좌장' 이재오 의원과 2003년 모 식당에서 열린 지역주민 친목회에 참석해 주민들에게 식사를 접대한 혐의로 2005년 역시 벌금형에 처한 정두언 의원을 겨냥한 발언이었다.

 

유 의원은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이재오·정두언을 빼면 재미가 없다"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기도 했다.

 

이외에도 선거법 위반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한나라당 의원들의 공천 신청을 불허할 경우 3선의 권오을·김광원·이상배·정의화·홍준표 의원과 재선의 심재철 원내수석부대표, 초선의 김재경·홍문표 등 범이명박계 의원들이 줄줄이 불이익을 받게 된다. 공천헌금 수수 혐의로 부인이 유죄 판결을 받았던 김덕룡 의원의 용퇴 논란도 재점화될 가능성이 높다.

 

파렴치범과 윤리위 피징계자까지 공천 부적격자의 범주에 포함시킬 경우 '군부대 골프' 사건의 공성진 의원, <일본은 없다> 집필 과정에서 타인의 취재내용을 무단 사용한 전여옥 의원, '초원 복국집'사건 당시 범인 은닉죄로 유죄 판결을 받은 정몽준 최고위원도 논란의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갖가지 성 추문으로 구설에 올랐고 당의 위신을 떨어뜨린 J·P·Y의원의 공천도 장담하기 힘들다.

 

박근혜계가 이 같은 원칙을 고집할 경우 김학송·송영선(군부대 골프), 김태환(선거법 위반) 등 자파 의원들도 피해를 입게 되지만, 공천 정국을 정면돌파하기 위해 이 정도의 희생은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 박근혜계 내부의 중론이다.

 

물론, 박근혜계의 이 같은 요구가 '협상 카드'에 불과하다는 시각도 있다. 당규 논란이 확산되고 이같은 원칙이 실제로 적용될 경우 양대 계파는 물론, 당 자체가 붕괴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선거법 위반자 공천 문제 쟁점화는 이명박 압박으로 볼 수 있어

 

박근혜계가 선거법 위반자의 공천 문제를 쟁점화하는 것은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에 대한 압박으로도 볼 수 있다. 이 당선인이 범인 도피 및 선거법 위반으로 유죄 판결을 받았던 만큼 당선인의 측근들이 비리혐의자의 공천 불허를 계속 고집하는 것이 자기모순임을 부각시키는 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강 대표와 이 총장의 '사퇴' 논쟁을 수수방관하는 이 당선인이 측근들을 통제하지 않을 경우 박근혜계가 당선인의 도덕성 문제를 재점화시킬 수 있다는 경고가 되는 셈이다.

 

"박근혜 전 대표와의 회동 이후 이명박 당선인의 진정성을 의심한 적이 없다"며 이 당선인에게 이방호 총장에 대한 '조치'를 요구한 유승민 의원의 발언은 박근혜계의 지향점이 어디에 있는지를 보여준다.

 

 2·1 박근혜계 모임 참석자 모임

- 국회의원 (29명) : 김기춘 김무성 김성조 김영선 김태환 김학송 김학원 문희 박세환 서병수 서상기 송영선 심재엽 안홍준 엄호성 유기준 유승민 이경재 이계진 이규택 이인기 이진구 이해봉 이혜훈 정갑윤 정희수 최경환 허태열 황진하

 

- 당협위원장 (42명) : 강인섭 구상찬 김선동 김성수 김연식 김용기 김종훈 김준환 김태구 김태원 김형진 문병률 박동인 박우석 서장은 설철호 손범규 송광호 심정우 안홍렬 안희석 양태식 엄광석 유영하 윤경식 윤상현 이상권 이성헌 이영국 이영규 이재선 이정현 이창섭 이충범 임근욱 임종훈 전용원 조현근 차동춘 허세욱 현경대 홍장표


태그:#18대 총선, #이재오, #김무성, #정두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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